암호화폐 겨울? 이 정도면 버틸 만하군!

66개 블록체인 스타트업 설문조사 결과

등록 : 2019년 2월 11일 07:00 | 수정 : 2019년 2월 10일 00:25

암호화폐 열풍이 식으면서 “암호화폐 겨울”이 찾아왔다. 한때 유망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암호화폐 회사가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코인데스크가 66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 기업은 향후 제품 개발 일정을 큰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회사가 투자 유치나 직원 채용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설문에 응한 45개 회사 중 40개 회사는 2019년 전망을 대체로 밝게 보았다. 암호화폐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창업자들이 프로젝트 자체를 포기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얘기다.

벤처캐피털인 부스트 VC(Boost VC)의 공동 창업자인 브레이톤 윌리엄스는 현재 암호화폐 투자 환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투자는 원래 받기 힘들기 마련이다. ‘암호화폐 겨울’이라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무턱대고 하던 투자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을 뿐이다.”

부스트는 2014년에 100개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작년에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바 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자금 관리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ICO를 하지 않는 전략이다. 간단히 말해,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직원 봉급이나 월세 등 회사 운영비를 암호화폐 가격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법정 화폐로 투자를 받는 전통적인 방식이 위험 관리 측면에서 보면 훨씬 안전하다.

이더리움 기반 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브피어(Llivepeer)의 더그 페트캐닉스는 자사의 자본 대부분이 법정 화폐로 예치되어 있어서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장이 침체하면 전반적인 생태계와 투자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반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따라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ICO를 통해 자금을 모금한 기업 가운데는 암호화폐 폭락 장세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암호화폐 트레이딩과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알토노미(Altonomy)의 창업자 릭키 리는 자사 ICO에 참여한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이더리움을 팔아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서 최소 2년간의 운영 자금을 준비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많은 고객이 내 권고를 받아들인 덕분에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여도 개의치 않는다. 현금 대신 암호화폐만 붙들고 있던 고객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리는 고객들에게 한 가지 자산만 보유하는 데서 오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상당량의 이더리움을 암호화폐 지수(crypto index)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몇몇 고객은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암호화폐를 사거나 팔 수 있는 옵션 상품을 사두기도 했다.

프라이빗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Keep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폴드(Fold)의 매트 루옹고는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 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미리 대비했다”라고 하면서, 암호화폐 시황에 신경 쓰는 대신 사용자 기반을 다지기 위해 첫 번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보안토큰 회사인 폴리매스(Polymath)의 트레버 코베르코는 자신의 회사 재정이 잘 관리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로드맵에 따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여서 오히려 조용히, 수면 밑에서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중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회사의 핵심 아이디어를 살리는 방법은 또 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코인셰어즈(CoinShares)의 최고전략책임자인 멜템 데미로스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핵심 역량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더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같은 암호화폐 지갑을 놓고 경쟁을 하는 기업일수록 서로 통합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합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서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

데미로스는 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증명하면 투자자는 언제든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같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합리적 사업모델, 증명된 성과, 합리적 평가 가치, 이 세 가지 조건만 갖추면 다양한 형태로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용자 우위 시장

암호화폐 겨울이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에는 오히려 강력한 긍정적인 기류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코베르코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암호화폐 하락장세 덕분에 블록체인 엔지니어를 고용하기가 조금은 쉬워졌다고 말했다. 일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취소됨에 따라 블록체인 업계에 가용 인력이 늘어난 것이다. 오리진 프로토콜(Origin Protocol)의 조시 프레이저는 현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과거 침체기(bear market)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듯이, 지금이 인재를 고용해서 기술을 개발할 좋은 기회이다.”

그렇지만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컴파운드 파이낸스(Compound Finance)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레쉬너는 채용 후보자들이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레쉬너는 앞으로 몇 년간은 별다른 수익이 없어도 회사를 운영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뒀다. 컴파운드 파이낸스는 초기 핵심 고객으로 암호화폐 펀드들을 겨냥하고 있는데, 많은 펀드가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무 구조는 사활이 달린 문제이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 하는 대신 하나의 펀드를 조성한 뒤 다시 개별투자펀드에 출자하는 모태펀드인) 에이펙스 토큰 펀드(Apex Token Fund)는 지난해 11월에 1억 달러를 모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소 모금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모금에 실패한 에이펙스는 해당 펀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군살 빼기

많은 기업이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는 대외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몇몇 기업은 대외 행사와 홍보 비용을 줄이고 있다.

디크리드 프로토콜(Decred Protocol, DCR)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컴퍼니 제로(Company 0)의 마르코 페레붐은 “그렇지 않아도 적었던 참석자가 점점 줄어드는 시점에 행사를 위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이다”라고 말하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급 비용, 특히 홍보 회사에 지급하는 도급 비용을 줄이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컴파운드 파이낸스의 레쉬너는 자신을 초대하는 콘퍼런스 숫자가 눈에 띄게 주는 등 이런 조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마케팅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군살을 빼고 있다. 암호화폐 NAS를 출시한 네뷸러스(Nebulas)는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네뷸러스 대변인은 회사의 목표 달성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내부 조직을 없앴다고 전했다. 셰이프시프트(ShapeShift)의 에릭 부르히스도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조직 축소를 단행했다.

 

예상치 못한 선전

이더리움에 ‘올인’하고도 선전하는 회사들도 있다.

에어비앤비(Airbnb)의 잠재적 경쟁자 비 토큰(Bee Token)은 토큰의 가치를 높여 프로젝트와 회사를 성장시키는 업계의 전략 대신 수수료를 받는 전통적 수익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스마트계약을 이용해서 ICO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는데, 지금 같은 하락장세에서는 회사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례로 비디오 게임 스타트업인 어비스(Abyss)는 투자자들이 매달 개발팀에게 지급하는 이더리움의 양을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비탈릭 부테린이 처음 고안한 이 모델은 탈중앙화 자율 ICO, 혹은 DAICO라고 불린다.

문제는 암호화폐 개발팀들이 이더리움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었고, 게다가 매달 받는 이더리움의 가격은 속절없이 계속 하락했다는 데 있었다. 어비스의 창업자 콘스탄틴 보이코로마노프스키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 로드맵과 정해진 일정에 따라 모든 결과물을 완성했고,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보이코로마노프스키는 난립하는 토큰 회사 중에서 옥석을 가려낸다면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에 도움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참고로 어비스는 현재 2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쟁자를 자처하는 플릭소(Flixxo)는 투자금 대부분을 이더리움으로 보유했기에 암호화폐 하락장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인 애드리언 개러릭은 토큰에 기반한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 모델에 매우 드문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가진 자원을 모두 쏟아부어서 이 기회를 잡겠다. 모든 것을 건 위험한 선택이지만, 우리 회사의 비전을 굳게 믿는다.”

게러릭은 추가적인 투자가 없다면, 자신의 회사 비전을 실현하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겨울은 생각만큼 혹독하지 않다

 페레붐은 지금 상황을 2014년 비트코인 침체기와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ICO로 투자금을 많이 유치했기 때문에 2014년과 비교해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만 암호화폐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신규 토큰 판매도 아직 이어지고 있다. 토큰 판매가 법규에 맞게 진행되도록 돕는 토큰소프트(TokenSoft)는 올해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이 회사의 마케팅 책임자인 스테이시 오르프휘트필드는 “출시를 기다리는 토큰이 여럿 있으며 올해 우리 고객사들이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리퍼블릭(Republic)은 오는 6월에 토큰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이 회사 최고경영자 켄드릭 응웬은 토큰 판매가 몇 개월 연기되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토큰이 개발되면 고려할 점이 또 있다. 하모니(Harmony)의 최고운영책임자 니콜라스 버틀리는 토큰 상장 시기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토큰을 빨리 출시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장 후 매도세가 강해서 프로젝트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염려스럽다.”

채굴 분야에서는 조시 메트닉이 이끄는 채굴회사 랜덤 크립토(Random Crypto)가 지금을 기회로 보고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메트닉은 “채굴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난이도가 정체되고, 장비 가격이 적절할 때’라고 주장했다. 홈 마이닝(home mining)을 되살리려고 하는 또 다른 채굴회사 코인마인(Coinmine)도 비슷한 시장 분석을 내놓았다.

부스트 VC의 공동창업자 윌리엄스도 암호화폐 전반에 대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번 암호화폐 겨울은 2014~2015년보다 백배 낫다. 대부분 사람은 암호화폐가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단지 암호화폐가 언제 다시 주목을 받을지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5년 전 암호화폐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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