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블록체인의 결합…자율주행 데이터 공유 나선다

GM, BMW 등 참여 컨소시엄, 블록체인 활용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록 : 2019년 4월 10일 14:00 | 수정 : 2019년 4월 10일 16:21

GM, BMW Back Blockchain Data Sharing For Self-Driving Cars

이미지=Shutterstock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 제네럴 모터스(GM)와 BMW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손을 잡는다.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 자동차 성능 제고 및 시스템 개발에 필수적인 주행 데이터의 공유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을 채택한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s)가 상용화되려면 시험 주행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분석해 실제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 회사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 기업마다 이 데이터를 중요 자산으로 분류해 따로 보유하고 있는 현실이다. 데이터를 한데 모아서 분석하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지만, 기업 사이의 신뢰가 부족해 아직은 언감생심이었다.

지난해 자동차 기업들은 분산원장기술(DLT)을 도입해 이른바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 모비(MOBI, Mobility Open Blockchain Initiative)를 발족했다. 모비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 마켓(AVDM, autonomous vehicle data markets)이라는 프로젝트에 착수해 회원사 가운데 GM에 주도적 역할을 맡겼다. GM은 특히 블록체인을 이용해 차량이나 교통 정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는 자율주행 데이터를 블록체인에서 관리하는 기술로 특허를 신청하기도 했다.

GM의 글로벌 혁신 담당 매니저로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 마켓 프로젝트의 새로운 팀장을 맡게 된 마이클 필리포스키는 코인데스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혔다.

“AVDM 프로젝트를 이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우리는 모비 컨소시엄 내의 자동차 회사, OEM 제조사를 비롯한 관련 업체 모두와 함께 힘을 합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여기에 모비의 창립 멤버 가운데 하나인 BMW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처음으로 관심을 표명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BMW는 앞서 블록체인에 리스 차량의 운행 거리를 기록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BMW에서 블록체인 전략을 총괄하는 안드레 루코프는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회사별로 숨겨놓고 공유하지 않는 것이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BMW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분산원장을 통해 각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탈중앙화 머신러닝(decentral machine learning)이나 데이터 보안이 뛰어난 다중 기밀 연산(multi-party confidential computing), 탈중앙화 데이터 시장 등 새로운 기술은 자동화 시대에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데이터 공유 외에도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데이터 처리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대표적인 걸림돌이었다. 모든 환경이 통제된 운전면허 기능시험장 같은 곳에서 정해진 속도와 방향으로 운전하는 것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 도심 한가운데 출근길을 운전하는 건 완전히 다른 과제다.

 

다들 “내 데이터는 소중해!”라고 외치는 상황을 넘어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시험 주행을 하며 내장 카메라와 광선 레이더(Lidar)를 이용해 주행 상황과 주변 도로 환경에 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한다. 랜드코프(Rand Corp)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어느 상황에서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려면 이런 데이터가 수십억㎞ 분량은 쌓여야 한다.

이 데이터를 한데 모아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당장이라도 상용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자동차 제조회사나 우버(Uber), 또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인 웨이모(Waymo) 등이 각자 모은 주행 데이터를 하나같이 너무나 아낀다는 데 있다. 이토록 귀한 데이터를 잠재적 경쟁사와 공유하기 싫은 것이다.

르노와 니산, 미쓰비시가 연합해 세운 실리콘밸리 혁신 연구소의 세바스티엥 에노 소장은 바로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이 해묵은 난제를 풀어줬다고 말한다. 에노 소장은 모비에서 자동차 식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다들 자기 데이터를 절대 노출하지 않고 나만 보려고 뒤로 숨기던 자세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이제는 여러 데이터를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처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정말 훌륭한 요리를 만들려면 내 데이터 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다른 이의 데이터도 한데 모아 적절히 버무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를 모아 공유하고 같이 쓰려면 이 데이터를 누가 어디까지 볼 수 있고 어느 용도로 쓸 수 있는지 분명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이 철저히 지켜지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정확히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공유 인공지능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마켓 오션 프로토콜(Ocean Protocol)은 모비의 회원사이기도 하다. 오션 프로토콜의 공동창립자 트렌트 맥코나기는 승인받은 회원사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어떤 개별 회사도 데이터를 따로 빼서 혼자만 볼 수는 없는 공동의 데이터 창고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오션 프로토콜은 이른바 연합 머신러닝(federated machine learning)이라는 기술로 탈중앙화를 한층 강화했는데, 연합 머신러닝은 학습하는 데이터를 직접 모으지 않고 스마트폰처럼 원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에 그대로 둔 채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맥코나기는 구글을 비롯한 많은 회사가 택한 머신러닝은 중앙에서 인공지능의 학습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데이터를 만든 이들은 사실 모든 걸 관장하는 거대한 중앙 권력에 데이터를 넘기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중앙의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각자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따로 옮기고 공유할 필요 없이 그대로 둔 채로 인공지능이 알아서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접근해 학습할 수 있다면 데이터를 모으는 절차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오션 프로토콜이 마침내 구현해낸 방식은 (구글의 중앙화 머신러닝에 대비되는) 탈중앙화 연합 머신러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비의 AVDM에 참여하고 있는 BMW나 GM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탈중앙화 머신러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BMW 그룹 IT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마이클 오트메이어는 오션 프로토콜의 데이터 공유 방식을 회사 차원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비 내부적으로 열린 세미나 자리에서 오션 프로토콜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도 계속 협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웨이모, 고독한 1위 될까?

웨이모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이 소유한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다. 웨이모가 보유한 자율주행 데이터가 양적으로건 질적으로건 다른 기업의 데이터를 압도한다는 건 자동차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비의 CEO 크리스 밸린저는 웨이모가 지금은 앞서나가고 있다 해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혼자 만들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거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모빌리티 부문을 이끌었던 밸린저는 웨이모가 현재 매달 약 160만km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새로 모으고 있지만, 이 또한 크다고 볼 수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자동차 한 대로 하루에 몇 km씩 주행 데이터를 모은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데만 수만 년이 걸릴 수 있는 일이다. 더 많은 차를 가지고 실제 상황에 가까운 주행 실험을 해야 더 좋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더 빨리 모을 수 있다. 하나의 기업이 혼자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기업이 힘을 합쳐 함께 실험하고 데이터를 모으면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글의 빈트 서프 부회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서프 부회장은 우선 웨이모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경쟁에서 확실히 앞서고 있다는 주장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했다.

“주행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는데, 웨이모는 현재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동해 주행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뒤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해서 수십억km를 달린 자율주행 데이터를 모았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실제 주행 실험을 거쳐 모은 데이터만큼 가치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프는 이어 자동차 회사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서명을 통해 데이터의 사용 권한을 승인하는 방식과 비교했을 때 블록체인이 과연 뭐가 어떻게 더 낫다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