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현금 혁명’에서 암호화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등록 : 2018년 10월 30일 07:00 | 수정 : 2018년 10월 29일 17:52

바쁘게 돌아가는 중국 사회에서 도시를 중심으로 현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중국 은행 계좌가 없어서) 알리페이(Alipay)나 위챗페이(WeChat Pay)를 이용할 수 없고, 상점에서는 ATM에서 뽑아오는 현금을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 상하이 전경. 사진=Getty Images Bank

 

미국인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새로울 것 없는 디지털 결제로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는 것이나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내서 결제하는 것이나 편리하기는 매한가지 아니냐는 반응이다. 거기다 현금을 쓸 때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시스템은 벤모(Venmo)나 페이팔(Paypal)과 다를 바가 없고,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 사람들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모바일 결제를 쓰고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스탠포드에서 열린 HYTSA 콘퍼런스에서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파트너 코니 찬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무현금 혁명이 가져올 진짜 혜택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치 교환 시스템이 생겨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아주 적은 비용으로 결제를 디지털화하면 소액 결제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을 매끄럽게 통합해 상인들이 앱을 통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은 개선되고, 고객 충성도와 참여도가 높아지며 결국, 새로운 네트워크 가치가 생겨난다.

중국의 많은 음악 앱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쿠구오(Kuguo)는 참여도에 따라 “노래 코인”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팬들은 이것을 법정화폐인 위안화(CNY)로 교환할 수 있다.

알리바바(Alibaba)의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의 알리페이와 텐센트(Tencent)의 위챗페이는 결제 시스템에서 중개비를 없앰으로써 새롭고 막힘 없는 디지털 경제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 아이트 그룹(Aite Group)에 따르면 현재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사용자는 합해서 수십억 명에 이른다. 찬은 이 새로운 모델과 미국 제품이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미국 앱 개발자들이 뒤처졌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있는 코인데스크 독자들에게도 ‘현금 안 쓰는’ 중국 사회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금까지는 제공할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소액 결제가 활성화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것은 암호화폐 찬성론자들이 종종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블록체인 없이도 사물인터넷 경제에서 기기끼리 거래를 통해 새로운 인터넷 가치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암호화폐의 꿈, 그리고 중국

중국의 시스템에는 매우 현실적이고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시스템이 국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몇몇 미국 기반 서비스 제공자들이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계정으로 미국에서도 물건을 살 수 있게 서비스하고 있기는 하지만, 네트워크상의 활동 대부분은 중국 안에서 일어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다른 시장을 공략하려고는 하고 있으나 통화를 초월하는 시설이 없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건 간에, 이 “무현금 혁명”은 중국 화폐인 위안화가 통용되는 세상에서만 유효한 혁명인 셈이다.

중국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은 암호화폐 시스템과는 달리 중국 은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거의 중국 통화만 사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중국의 결제 시스템이 비트코인이나 기타 암호화폐보다 계좌가 은행 시스템에 묶여 있는 벤모나 페이팔과 더 비슷하다. 벤모나 페이팔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중국 은행들은 다양한 이유로 미국 은행들이 미국 기업들에 하듯 상인들에게 과도한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이로 인해 디지털 결제 서비스 제공자들이 훨씬 더 유동적인 소액 결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중국의 은행 시스템이 중국 정부의 정책 결정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네 개의 가장 큰 시중은행이 금융 시스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은행 지분 대부분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이 은행들의 수익 창출은 근본적으로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와 대출에 부과하는 이자의 차이에 달렸고, 철저히 관리되는 통화정책을 통해 활성화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예금 이자 한도를 (보통 인플레이션 이하로) 설정해두고 있다. 이렇게 해도 괜찮은 이유는 낮은 이율 때문에 이자율이 더 높은 통화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중국 정부가 자본 통제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앤트 파이낸셜과 텐센트는 금융 업무나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인가를 여러 개 받아놓았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중국 국영은행 시스템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금리 정책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중국 정부의 금리 정책을 보면 예금자들과 큰 틀에서 줄다리기와 합의를 계속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예금자들은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서비스가 정착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도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중국의 은행 시스템을 어느 정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면서 이자율과 자본 통제를 비롯한 기존 금리, 금융 정책을 느슨하게 풀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이 경우 은행의 수익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중국이 은행에 사설 투자와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허용하면 은행들은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관리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미국의 선택은?

더 중요한 점은 중국의 상황이 중국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중국 외의 어떤 정부도 전체 은행 시스템을 이렇게 강력히 통제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정부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따라서 중국 외 국가의 은행들이 유동적인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면, 이를 대신할 플랫폼으로 무엇을 사용해야 할까?

해답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반 프로토콜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진행되면서, 중국의 모델에 필적할 만한 모델의 토대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심지어 중국 모델보다 한 단계 나아갈지도 모른다.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경제력 성장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지금, 한물간 20세기 산업들을 받쳐주는 것 외에는 어떠한 효용도 없는 파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대신 중국의 기업 발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새로운 가치 인터넷 모델을 어떻게 모방해서 대등하게 경쟁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생산적인 전략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