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네스트 판결문 분석: 거래소의 정의를 묻다

등록 : 2018년 12월 5일 07:00 | 수정 : 2018년 12월 5일 00:28

현대 미술 작품은 아니다. 이미지=코인네스트 웹사이트 캡처

현대 미술이 아니다. 이미지=코인네스트 웹사이트 캡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는 한때 거래량 기준 국내 3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4월 김익환 대표가 사기·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탈출했고, 이제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거래소가 됐다.

지난 10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심규홍)는 김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을, 범행을 공모한 CFO(재무담당이사) 홍아무개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6개월 넘게 구속 수사를 받던 둘은 선고날 풀려났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의 첫 구속이자 실형 사례로 기록됐다. 신기술인 블록체인 분야는 아직 관련 법령이 없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다. 불법인지 모르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으니 일부러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신생 산업이 탄생하면 뒤이어 규제가 만들어지면서 제도권 안으로 편입된다. 주식 시장도 수백년 동안 그런 과정을 거쳐 안착했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지금의 불법 행위가 나중엔 합법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은 향후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100여장에 달하는 코인네스트 판결문을 분석해 법원이 생각하는 거래소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살펴보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코인네스트

이미지 출처=코인네스트

 

1. 코인네스트 범죄사실 요약

코인네스트는 2017년 4월 자본금 7000만원으로 설립됐다.

2017년 12월 정부가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전환’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거래소의 법인 계좌를 통한 투자금 입금을 금지했다.

정부의 규제정책에 불안감을 느낀 코인네스트 고객들이 예탁금을 인출하면서 12월22일 1626억원이었던 코인네스트 예탁금 잔고가 2월8일에는 4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고객들이 대거 떠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자 코인네스트 시세는 다른 대형 거래소들에 비해 낮아졌다. 신규 유입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고객 이탈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더욱 감소하는 등 악순환은 계속됐다.

이에 김 대표와 홍 CFO는 중국에 있는 서버 관리자를 통해 코인네스트에 개설된 홍 CFO의 계정에 440억원의 KRW 포인트를 충전했다. 이들은 이 포인트로 코인네스트의 다른 고객들이 매도 주문을 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매수했다. 이어 이렇게 사들인 암호화폐를 코인네스트보다 높은 시세가 형성된 거래소 빗썸에서 팔아 수익을 얻었다.

또한 김 대표는 사촌동생(수행비서) 여자친구 권아무개씨의 계정에 70억원의 KRW 포인트를 충전해 위와 같은 방식의 거래를 했다.

코인네스트 사건 . 이미지=금개 제작

코인네스트 사건 개요도. 이미지=금개 제작

 

2. 주요 적용혐의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마다 연루된 범죄가 다르지만,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사전자기록등위작 및 동행사

이들은 실제 현금 입금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중국에 있는 서버 담당자를 시켜 홍 CFO의 계정에 440억원, 권씨 계정엔 70억원의 KRW 포인트를 충전하는 수법으로 거래소 전자기록을 위작했다.

법원은 “코인네스트는 고객들에게 KRW 포인트 충전을 하려면 반드시 계좌를 통한 현금 입금만 강제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현금 입금 없이 KRW 포인트를 충전함으로써 가상화폐 매수주문 등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②특경법상 사기 및 사기

이들은 코인네스트 고객들을 기망하여 위작한 홍 CFO의 KRW 포인트로 총 7060명의 피해자들에게 383억원(권씨 포인트로는 984명에게 7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매수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출금 요청에 대해 전부 지급이 이루어져 손해를 입은 고객들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허위 KRW 포인트로 고객들의 암호화폐를 샀지만, 이를 빗썸에서 팔아 받은 원화를 다시 코인네스트로 가져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원은 “손해를 본 고객이 없다는 건 양형요소에 불과하다”며 “편취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사기,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이 매우 크고, 피해자도 다수여서 죄질 및 범정이 모두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들은 KRW 포인트가 허위 충전된 것을 알았다면 코인네스트에서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다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팔아 수익을 얻었더라도 이는 코인네스트나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고객들은 이에 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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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특경법상 배임

이들은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을 관리할 업무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코인네스트에 있던 383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빗썸의 홍 CFO 계정(권씨 계정으론 70억원)으로 이체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코인네스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코인네스트의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객들로부터 매수한 가상화폐를 빗썸에서 매도하여 얻은 원금 및 초과 수익을 코인네스트에 반환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실을 극소수의 직원들만 알고 있었고, 김 대표가 재정거래를 통한 수익을 임의로 자신의 어머니와 사촌동생 등에게 주었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이들이 체포될 때까지, 홍 CFO 계정에 있던 약 45억원은 현금으로 인출되어 코인네스트로 반환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나눈 사적 대화를 근거로, 이들이 빗썸에서 거래하면서 얻은 이익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김익환 대표

“한국은 정말 개같은 나라라서 돈만 일단 뽑을 만큼 뽑고 거래소도 해외 이전 계획입니다”

“일단 평생 살 돈은 마련했으니 이 돈은 잘 숨겨줘야죠. 어머니 명의나 아버지 명의로 다 돌리려고요.”

 

김 대표의 아버지

“회사 밖으로 빼는 게 좋겠다. 금고 하나 구입하세요.”

 

김 대표의 동생

“개인 자금용으로 쓰려고 산 건데 회사 사람들에게 주면 어떡해”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박근모 기자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가 재판을 받은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박근모 기자

 

3. 네가지 쟁점

지금까지 범죄사실,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정리했다. 이제부터 이번 판결을 통해 고민해봐야 할 네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①암호화폐 거래소란 무엇인가?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거래소를 이렇게 정의한다.

“거래소는 고객들의 현금과 가상화폐를 받아 보관하다가 매매 주문의 접수, 체결, 청산을 통해 가상화폐 매매를 중개, 청산 및 출금(출고)해주는 사업체다. ‘가상화폐 매매 내지 유통 시장’을 개설하는 기능을 한다.”

법원은 법제도가 미비했지만 코인네스트 약관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면서 중개 수수료를 얻는 것이 거래소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구조이자 존재의의’라고 했다.

법원은 이어 “거래소를 통해 매매 체결, 청산, 결제에 활용돼야 할 가상화폐를 다른 거래소로 반출하는 것은 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에선 이런 일이 생소하다. 증권시장의 경우 한국거래소 하나만 있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만 100여개가 존재하는 암호화폐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의 증권시장과 닮았다. 미국엔 우리에게 익숙한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 같은 거래소만 10여개에 달하고, 거래소는 아니지만 거래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까지 합하면 50여개의 거래소가 있는 셈이다. 같은 종목의 주식도 여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복잡한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를 만들 때, 미국의 주식시장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법원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기능과 역할을 너무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은 시장 환경이 다른 것이지, 규제가 느슨하지는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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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거래소가 매매 당사자가 돼도 될까?

코인네스트 경영진은 자신의 거래소에서 매매 당사자로 참여했다. 이렇게 해도 괜찮을 걸까? 혹은 만약 실체를 밝히고 매매했다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피고인들은 매매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상화폐 매도인은 매수인이 누구인지, 매수인이 얼마의 KRW 포인트를 보유하는지에 대해 알 수도 없고, 이는 거래 여부 결정에 고려할 요소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거래소가 거래의 당사자가 된 것을 알았더라면 고객들은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거래소가 중개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가 될 경우, 고객 이익보다는 거래소의 이익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거래소의 역할을 중개에만 국한한 것이다. 또한 판결문을 보면, 법원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증권을 다루는 한국거래소와 비슷하게 인식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코인네스트 거래소는 매도, 매수 주문의 제출, 체결, 청산 등 한국거래소와 그 회원인 금융투자업자, 예탁결제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주식거래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하여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외관을 접한 고객들로서는 최소한 거래소 개설주체인 코인네스트나 그 임직원이 한국거래소와 마찬가지로 거래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는 않으리라고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보호될 필요가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여러 글로벌 금융사를 거친 황현철 재미금융기술협회장(아톰릭스컨설팅 파트너)은 매매 당사자가 되는 것에 대해 “거래소가 일종의 딜러 역할을 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 중개 기능을 해야 하는데, (미국에선 나눠져 있는) 브로커, 딜러, 커스터디(Custody) 기능을 모두 맡고 있어서 이해상충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재영 펜타시큐리티 변호사도 “거래소는 내부 시스템을 알고 있으니 가격 펌핑 등 시장 가격에 개입할 여지는 있다”며 “정책적으로는 한국거래소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여러모로 깔끔할 것 같다”고 했다.

채용 공고. 이미지=코인네스트 웹사이트 캡처

채용 공고. 이미지=코인네스트 웹사이트 캡처

 

③다른 거래소에서 재정거래를 해도 될까?

피고인들은 다른 거래소에 가서 ‘재정거래(Arbitrage Trading·차익거래)’를 했다. 시세가 낮은 코인네스트에서 암호화폐를 산 후,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은 빗썸에서 팔아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들은 “재정거래를 통해 코인네스트를 위한 수익을 얻고자 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거래소 간 시세 차이, 시세의 급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손해 발생의 위험이 전혀 없는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재정거래를 부정적으로 봤다. 법원은 “다른 거래소로 반출은 코인네스트 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수량의 감소를 의미해, 그 자체로 거래소 내 거래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코인네스트의 가상화폐가 대량으로 자신들에게 이체돼 재정거래에 활용된다는 것을 경쟁업체인 다른 거래소가 알았다면 해당 계정의 입출금을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현철 협회장은 이런 재정거래도 거래소보다 브로커-딜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고객 주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가격이 낮은 거래소에 가서 거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에서 ATS로 등록된 브로커-딜러가 이런 방법으로 고객의 주문을 체결시키곤 한다. 하지만 황 협회장은 거래소가 투자 목적으로 재정거래를 하는 건 부정적으로 봤다.

만약 이번 사건처럼 허위 충전한 KRW 포인트로 고객들에게 산 암호화폐가 아니라, 애초 거래소가 보유하는 암호화폐로 재정거래를 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황재영 변호사는 “거래 수수료로 모은 가상화폐와 같이 거래소의 자산이라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국내 거래소에선 법인 계정으로 거래할 수 없으니, 개인과 가상화폐 위탁판매 계약을 하는 등의 합법적인 구조를 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법원이나 검찰이 이런 사례를 어떻게 판단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몇 대형 OTC(장외거래) 업체들이 이런 거래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규제 리스크로 인해 OTC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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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KRW 포인트 임의 조작

코인네스트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행위는 경영진이 자신들 계정의 KRW 포인트를 조작해 충전한 일일 것이다. 코인네스트 시세 상승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개됐을 경우 거래소 고객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운 행위다.

법원은 “특정 계정의 KRW 포인트를 임의로 허위 충전해 매수 주문을 한다면, 이를 통해 의도적으로 거래소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까지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령은 마련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법지대에 놓여 있어 누구나 거래소 웹사이트를 만들면 운영할 수 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고 거래소 경영진 양심에만 맡겨둔 현재 시스템에서는 KRW 포인트 조작같은 일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신생 거래소가 KRW 포인트를 조작해 고객들의 암호화폐를 사모은 후 잠적해버리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포인트 조작은 아니지만, 지난 11월엔 약 1만6000이더(ETH·추정치)를 모은 후 사라진 거래소 퓨어빗 사건도 있다.

이에 따라 하루에도 많게는 수조원이 거래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과 내부자거래 금지 법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찬식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신뢰성과 투명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요인인 해킹 보안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자금을 투명하고 믿을 수 있게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래소 내부 관리가 법령이나 준칙도 없이 거래소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터지면서 거래소를 믿을 수 없다는 상황이 왔다. 규제당국, 국회도 규제를 만들고, 관련단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