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암호화폐 추가 상장 둘러싼 딜레마

등록 : 2018년 12월 28일 16:20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암호화폐 31가지를 추가로 취급하려고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시장은 환호와 실망, 의구심과 추측으로 들끓고 있다.

거래소의 자산 상장 결정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번 상장 소식은 지지와 반대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며 특히 더 큰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코인베이스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공신력 없는 자산까지 취급하려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표명했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확대된다는 사실을 축하하는 목소리도 있고, 또 전반적인 계획은 환영하면서도 세부사항에서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지금 코인베이스의 계획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어떤 암호화폐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토 자체가 필요한지 같은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소’의 의미와 ‘거래소’가 인프라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묘하지만 근본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거래소의 다양한 역할

비트코인 초창기 거래소는 사람들이 신용화폐를 내고 암호화폐를 사는 장소였다. 선택은 제한적이었고 거래량도 적은 편이었다. 모든 일은 금융 감독기관의 엄격한 감시 아래 진행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했다. 세계 곳곳에는 온갖 형태와 규모의 거래소가 존재한다. 그중 많은 곳에서는 다소 엉뚱한 화폐들을 거래할 수 있고, 또 일부는 당국의 승인을 받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적 의미에서 보면 오늘날의 거래소는 전통적 의미의 거래소와 분명히 다르다.

전통적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는 증권 중개인 등을 통해 거래소와 상호작용을 했다. 중개인은 거래소와 최종 사용자 사이에서 완충 장치 역할을 맡았다. 중개인 때문에 거래 비용은 올랐지만, 제도적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뚜렷한 기능이 있었다.

오늘날 암호화폐 세계에서 거래소는 중개인의 역할을 겸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관리자이자 정보 교환소이고, 때로는 자기자본 거래기관이나 투자은행, 발행기관이 되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거래소의 역할은 잠재적 이해의 충돌을 감시해야 하는 규제기관의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사용자들, 특히 전통적 주식시장에 익숙해져 있는 사용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이러한 사실이 코인베이스의 진화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암호화폐 투자자는 대부분 중개인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직접 이용한다. 투자자에게는 어떤 거래소를 선택하느냐가 암호화폐 투자 전략의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동시에 거래소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을 유치하고 또 유지해야 한다.

전통적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고른 주식이 어디에서 거래되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은 주식 중개인에게 원하는 바를 전달할 뿐이었고, 그러면 중개인이 고객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아직 초창기라 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세계에서 거래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신규 투자자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고객은 결국 성장하기 마련이고, 더 복잡한 선택지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코인베이스는 접근과 사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신규 사용자들이 암호화폐에 입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코인베이스의 사용자들은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상당히 복잡한 고도의 기능을 원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알트코인(altcoin)으로 투자를 분산시키고자 한다. 대형 암호화폐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수익률이 낮다 보니 더욱더 그렇다. 또한 신원 확인이 더 엄격해졌음에도 거래소에 계정을 만들고 계좌를 개설하기는 더 쉬워졌다. 거래소를 바꾸는 비용이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심화된 경쟁과 다양해진 고객의 요구, 게다가 약세장이 지속되어 신규 투자자 유입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코인베이스는 바뀐 상황에 발맞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옵션을 다양화하고 기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다.

 

걸림돌이 되는 것

그러나 코인베이스의 이러한 전략은 그 전달 과정과 잠재적 결과 면에서 미심쩍은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인베이스가 (신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암호화폐들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가 여러 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사실 이번에 언급된 암호화폐 중 코인베이스가 앞서 지난 9월 공개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는 화폐는 거의 없었다.)

코인베이스는 어떤 암호화폐가 상장될 가능성이 있는지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부당 내부거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빈틈없는 조치처럼 들리지만, 그렇다고 뜻밖의 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암호 시장은 유동성이 낮으므로 새로 암호화폐를 발행하거나 암호화폐가 특정 거래소에 상장될 때 암호화폐 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코인베이스가 특정 화폐의 상장 가능성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그 암호화폐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후 코인베이스가 해당 암호화폐를 상장하지 않기로 하면 그 화폐의 가격은 당장 폭락할 것이고, (그것이 공정한 일인지 아닌지는 논란의 영역이라 해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되거나 투자자들로부터 시장조작 관련 소송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내부 직원들이 모아두었던 화폐를 상장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팔아버릴 수 있으므로 부당 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관련된 문제들

따라서 코인베이스의 전략은 기존의 ‘암호화폐 블루칩’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보다 광범위한 시장 진화 면에서는 타당한 일이다. 까다로워진 고객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확대함으로써 코인베이스는 시장이 성숙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추세보다 앞서가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두르는 과정에서 어쩌면 코인베이스는 더 중요한 변화를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원래 뿌리에서 점점 더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암호화폐 분야는 소매업에 진출했다. 전략적 우선순위가 바뀐 것을 물론이고, 예전과 다른 고객 중심 사고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자본 시장만큼 규제가 심한 분야는 어디에도 없다. 미디어와 정부 기관, 기관투자자들의 증가하는 관심은 규범의 변화를 요구한다.

원래도 쉽지 않은 분야에서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가시밭길을 헤쳐가는 일이다. 소비자 기업에서는 적절했던 전략이 누군가의 재산과 시장이 걸려있고 관련한 책무를 일일이 지켜야 하는 금융 기업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코인베이스가 규제 문제에 엮이게 된다면 이는 업계 전체를 강타하는 사건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코인베이스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변호인단과 법무팀의 조언을 받을 것이다. 아무쪼록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새로운 세상을 꿰뚫어 보는 데 필요한 눈을 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글을 쓴 노엘 애치슨(Noelle Acheson)은 기업 분석 전문가로 코인데스크의 Product 팀 소속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