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가격 폭락했다고 토큰이코노미를 버릴 순 없다

등록 : 2019년 2월 10일 11:00 | 수정 : 2019년 2월 11일 12:39

암호화폐 가격이 완연한 내림세를 계속한 지 어느덧 1년이 더 지났다. 지난 1년간 세상은 한쪽 극단에서 다른 쪽 극단으로 옮겨갔다.

암호화폐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갈 때만 해도 투자자를 비롯한 업계 전체는 ICO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재빠르게 토큰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시장에 엄청난 돈이 돌게 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토큰과 관련한 모든 아이디어가 좋든 나쁘든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기 전에 적법한 것인지부터 깐깐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시절이 됐다.

이제는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을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토큰 기반 경제는 마법의 주문 같은 개념이 아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인센티브 구조는 신기루가 아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이용하는 탈중앙화된 커뮤티니가 생겨났고, 이들 커뮤니티가 가치를 교환하고 실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산업이 중앙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번성하고 있는 현재의 세상이 하루아침에 탈중앙화 모델을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허황된 기대일 뿐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토큰 경제라는 개념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중개인을 신뢰하지 않고도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 있는 수많은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 데이터를 향해 널리 퍼진 불신을 바로잡는 문제가 그렇고,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한 독립적인 개별 태양광 발전을 반대하는 기존 전력회사를 설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현명한 선택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모델이 초기에 가장 잘 작동할 것인지, 그리고 그 모델을 가장 효과적으로 시장에 접목할 방법은 무엇인지다.

예를 들면 나는 온라인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게임처럼 교환되는 제품이 이미 디지털상에서 온전한 가치를 지니는 산업에 토큰 경제를 먼저 적용해보는 것이 논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큰 경제가 잘 어울리는 산업이든 그렇지 않든, 업계에 맞는 토큰 솔루션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기만 하면 그 이후는 다 알아서 잘 될 것이라는 식의 접근은 금물이다. 탈중앙화 저널리즘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복잡한 토큰 보상 시스템을 소개하던 시빌(Civil)이 끝내 넘지 못한 난관을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솔루션을 들고 한방에 시스템을 다 뜯어고치겠다는 접근보다 점진적으로 구조를 바꿔 가는 편이 더 낫다.

오히려 기존 방식대로 법정화폐로 결제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을 먼저 제대로 만들어놓은 뒤에 시장이 자리를 잡고 나면 거기에 탈중앙화 구조와 토큰 모델을 접목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접근하는 쪽이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게임 개발자의 예를 들면, 특정 온라인 게임을 통해 먼저 확고한 팬과 고객,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후 그 게임에 토큰(게임의 속성에 따라 대체불가능 토큰도 접목 가능)을 도입해 사용자들이 플랫폼 밖의 서비스나 관련된 디지털 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하거나 커뮤니티를 넓히는 데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토큰 스타트업들은 먼저 토큰 없이도 잘 굴러가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 커뮤니티가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토큰 모델을 적용해보는 실험이라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대부분 토큰 스타트업은 커뮤니티를 꾸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이용자조차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이는 다시 현실 세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즉 사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며, 외부 투자 없이 꾸려나갈 수 있을 만한 수익을 어떻게 창출해낼 것이냐에 관한 문제들이다.

먼저 최초 사업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벤처캐피털? 창업자들의 돈? 대출?

사용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유형이라 할 수 있는 토큰 기반 경제를 받아들이고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매출과 수익은 달러화로 올리려면 어떤 묘안을 내야 할까?

토큰 가격은 어떻게 매겨야 할까? 토큰 가격은 ICO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과연 토큰을 지금 싸게 사서 가격이 오르면 팔 생각만 하는 투자자들 외에 토큰의 내재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실제로 그 바탕이 되는 사업 자체에 관심을 갖는 이용자를 제대로 확보하는 일이 가능할까?

 

냉혹한 현실

현재 대부분 ICO로 토큰을 발행하려는 이들이 고전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특히 충분한 자금을 모으지 못했거나 자산의 상당 부분이 평가절하된 암호화폐에 묶인 회사들, 혹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두 가지 사건이 지난해 말에 있었다.

하나는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마이클 노보그라츠가 설립한 암호화폐 전용 상업은행인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암호화폐 회사들에 신용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2억 5천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한 일이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구현 가능한 제품만 있다면 신용 대출은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다. 약탈적 대부업체보다는 호의적인 조건을 갖춘 신용 대출이 나은 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비토큰(Bee Token)인데, 1년 전 ICO를 하며 탈중앙화된 주거지 공유 플랫폼을 약속한 비토큰은 기존의 토큰 가치평가 모델을 따르지 않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했다. 비토큰의 CEO 조너선 초우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매출 모델”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향후 토큰 솔루션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인지, 아니면 탈중앙화된 에어비앤비라는 꿈을 접은 것으로 봐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현시점에서는 주거지 공유 시장의 거인 에어비앤비에 맞서기에는 토큰 경제의 기반이 너무 약하다고 해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암호화폐 회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자금 조달이나 매출 모델을 전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런 회사들이 결국 중앙화된 모델을 택할 거라면 토큰 경제 자체에 연연하지 말고 기존의 방식대로 가자는 안팎의 투자자들에게서 오는 압력을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암호화폐 겨울로 시장이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서 새로 모색해온 경제 질서마저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