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vs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분법 언제까지 유효할까

등록 : 2018년 6월 12일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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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convergence)”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블록체인 업계에 몸담은 이들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공개적인 논의에서 점점 더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한 점으로 점점 모여든다는, 차이가 사라진다는 뜻의 이 단어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 단어는 암호화폐로 동력을 얻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일어난 혁신이 기업들이 사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로 쓰이든 이 단어가 블록체인과 관련해 더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퍼블릭과 프라이빗이라는 두 범주 간의 한때는 뚜렷하던 경계가 이제는 희미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회사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장점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기술로 인해 서로 다른 종류의 원장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으며, 중앙은행이 명목화폐의 디지털 버전을 발행하여 블록체인 자산의 거래를 결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려하면서 바뀌는 상황에 맞춰 이름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1년 이내에 대부분 사람이 ‘프라이빗 네트워크’나 ‘퍼블릭 네트워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

IBM에서 블록체인 부문을 이끌었던 존 월퍼트(John Wolpert)가 지난달 “컨센서스 2018” 행사에서 한 말이다.

월퍼트는 2015년 즈음, 블록체인 업계에서 먼저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구분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한다. 하지만 월퍼트는 지금은 전체 업계가 분명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퍼트 자신의 이력서를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월퍼트는 지난가을 IBM을 떠나 이더리움 스타트업인 컨센시스(ConsenSys)에서 “굉장함의 추구자(seeker of awesomeness)”라는 새로운 직책을 맡았다. 실제로 기업 블록체인의 명망가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모습들을 보면 어떤 신호가 감지된다.

JP 모건에서 블록체인 부문을 이끌던 앰버 발데트(Amber Baldet)의 새 프로젝트 클로버(Clovyr)도 또 다른 좋은 예다. 클로버는 개발자들이 쓰는 도구와 함께 이를 한데 모아 연결해놓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이러한 수렴에 앞장서고 있다.

발데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사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프라이버시가 더 강화돼 있고, 회사의 지배구조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비싼 연산 게임에서 성능과 비용상의 이득을 얻기 위한” 것도 그렇다.

“고객이 많이 몰려드는 퍼블릭 네트워크는 가치가 높아지게 되어 있다. 진화의 그다음 단계는 연결성이다. 업계에 핵심적인 오퍼레이션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옮기라는 압력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사이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치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인터넷이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인트라넷 비유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규제가 많아 암호화폐에 적대적인 금융권에서조차 몇몇 경험 많은 기술 전문가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퍼블릭 네트워크와 회원들만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빗 네트워크 사이의 삼투현상이 머지않아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코 산탄데르 블록체인 랩의 수장을 맡고 있는 존 웰런(John Whelan)은 이를 인터넷과 인트라넷에 비유했다. 이 비유는 암호화폐 옹호자들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언젠가는 쇠퇴하여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할 때 종종 예로 드는 것이다.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내 생각에는 허가가 필요한 프라이빗 원장 네트워크들 사이에 일종의 수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허가가 필요한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인트라넷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고, 퍼블릭 네트워크는 인터넷에 비유할 수 있다. 그사이에는 지금 개발되고 있는 적절한 중개 프로토콜이 있어야 한다.”

웰런은 수렴에서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은행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원장의 수와 중복된 기술을 줄이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금융 산업은 여러 원장을 복잡하게 쓰던 구조에서 가급적 원장의 수를 줄여 한두 개 정도만 쓰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웰런의 말이다.

네트워크 수준에서 퍼블릭-프라이빗 네트워크 수렴이라는 개념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여전히 양쪽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제품 단계에서는 퍼블릭 및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이에서 계속해서 아이디어와 기술이 교차할 것이라고 본다. 이 두 종류의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만들고 설치하는 기관을 돕는 스타트업 멀티체인(MultiChain)의 CEO 기디온 그린스펀(Gideon Greenspan)의 말이다.

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확장성과 비밀 유지, 그리고 지배구조와 같은 핵심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그린스펀은 말한다.

“양쪽 모두의 특징을 합리적으로 구현한 사례를 아직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가장 비슷했던 것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상태를 나타내는 해시를 공증하기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경우였는데, 추가적인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사례지만, 이걸 ‘수렴’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길

물론 이런 관점이 공동 작업의 형태로 나타나는 진보를 가로막는 것은 아니다. 수렴을 추구하는 움직임 가운데 눈에 띄는 것 하나는 지난해 이더리움의 프라이빗 포크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더리움 기업 동맹(EEA)으로, 주요 은행과 기업들이 지원하고 있다.

EEA는 최근 오랫동안 사람들이 기다려온 사양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더리움 기업 동맹이 제정하는 여러 표준이 퍼블릭 이더리움 암호화폐 개발을 장려하는 비영리기관 이더리움 재단의 작업과 어떻게 딱 맞아들어가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포함됐다. 이 모든 일은 EEA의 새로운 수장인 론 레스닉(Ron Resnick)의 지휘하에 이루어졌다.

EEA는 기업을 위해 개발된 기능과 퍼블릭 네트워크의 개발자들이 만들어내는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EIP) 사이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lk.io의 창립자이자 쿠오럼(Quorum)과 EEA의 핵심 표준 개발회의의 의장인 코너 스벤슨(Conor Svensson)은 이렇게 말했다.

“EEA가 더 많은 표준을 정립함에 따라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에 담긴 코드를 토대로 표준을 만들 기회가 많아질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겨날 것이다. 2018년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예는 아미스 테크놀로지(Amis Technologies)가 이더리움 클라이언트인 고 이더리움(Go Ethereum), 즉 게스(Geth)에서 이스탄불 비잔틴 폴트 톨러런스를 구현한 예다.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 EIP-650은 게스에 새로운 합의 알고리듬을 추가했는데, 이것은 현재의 작업증명이나 권한증명이 아닌, 금융기관에 더 유용한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은 또 JP모건이 개발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인 쿠오럼에도 추가되었다.

스벤슨은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계가 이론적으로 서로 겹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으로 신원 확인을 꼽았다. 블록체인상에서의 신원 확인은 항상 프라이빗 키를 통해 보호되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키가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면 (이들 블록체인이 동일한 암호화 알고리듬을 사용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신원 확인 기능이 여러 블록체인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사용자가 여러 블록체인에서 동일한 신원을 사용할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장부상의 현금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완전한 수렴을 이루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분산원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명목화폐의 개발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각종 디지털 자산 및 금융 수단을 시스템 안에서 더 쉽게 옮길 수 있다. 정부가 보증하는 통화를 가격 변동 폭이 여전히 큰 암호화폐보다 더 신뢰할 것이기 때문이다.

컨센시스의 글로벌 솔루션 구조를 책임지는 클라크 톰슨(Clark Thompson)은 “장부상의 현금은 장부 플랫폼의 상거래를 위한 필수적인, 아마도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말했다.

이더리움 기반 앱 개발사인 컨센시스는 분산원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명목화폐를 살펴보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전담팀을 두고 있으며, 필리핀의 유니온은행과 협력하여 시골 지역의 은행 거래를 위하여 토큰화된 저비용 명목화폐 솔루션을 만들려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솔루션이 은행들로 이루어진 더 큰 네트워크, 어쩌면 심지어 중앙은행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컨센시스는 말한다.

실제로 전통적인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명목화폐는 분산원장에서 토큰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반면 다시 현금화하기에는 위험할 수 있어서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일 수도 있다. 회사가 보기에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central bank-issued digital currency; CBDC)라면 궁극적인 디지털 현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토큰화된 명목화폐를 허용하려면 중앙은행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토큰화된 명목화폐는 (현금과 마찬가지로) 거래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파산해버릴 위험이 없다. 이른바 거래상대방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톰슨의 말이다.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이러한 개념을 연구하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돈을 분산원장에 기록하려 하는 유틸리티 세틀먼트 코인 컨소시엄의 회원사이기도 한) 방코 산탄데르의 웰런은 분산원장 상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가 “수년 내에”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이를 직접 구현할지, 아니면 상업은행이 이 시스템에 돈을 대는 두 단계의 과정을 거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웰런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중앙은행들이 직접 연구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판단의 문제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