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텔레그램, 카카오… 메신저 회사들이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이유

등록 : 2019년 3월 20일 09:44 | 수정 : 2019년 3월 20일 17:43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미지=Getty Images Bank

 

대중적인 블록체인 서비스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스북, 카카오 등 모바일 메신저 기업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일부는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건 페이스북의 암호화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월간 이용자 15억명 이상을 확보한 메신저 와츠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송금에 사용할 예정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한 암호화폐다. 또 다른 메신저 텔레그램과 시그널도 암호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런 시도는 전 세계적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본 라쿠텐이 2018년 2월 활용 계획을 발표한 ‘라쿠텐 코인’은 메신저 바이버(Viber)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캐나다의 메신저 킥도 2017년 ICO(암호화폐공개)를 하고 암호화폐 킨(KIN)을 발행했다.

한국과 일본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와 라인도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클레이튼과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개발 중이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은 2018년 8월 블록체인 링크체인과 암호화폐 링크(Link)를 발행했다.

수익모델을 광고에서 커머스로 바꾸려는 시도

많은 메신저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태동기에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기 위해서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자기 커뮤니티 안에서 암호화폐로 사고 파는 거래행위가 생긴다”면서 “수익 모델을 광고에서 커머스로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메신저 기업들의 수익모델은 대부분 광고다. 페이스북의 2018년 매출 중 99%가 광고에서 나왔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수와 영업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며, 매출구조가 광고에 지나치게 쏠려있다”면서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결제 사업을 키울 유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지=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이미지=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2009년부터 시작해 지난 10년 동안 메신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이유도 있다. 라인의 블록체인 전략을 담당하는 이진희 라인플러스 리드는 “메신저 회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익화다. 이용자는 모였는데 돈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고민하고, 기존에 없던 새 사업모델을 찾아나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인과 카카오의 수익 모델도 대부분 광고”라며 “메신저에 블록체인 뿐만 아니라 핀테크, 커머스, 인공지능(AI) 등을 붙이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회사인 파운데이션X의 황성재 대표는 “디지털 기술을 거부한 코닥과 달리 캐논은 빨리 받아들여 세계 1위 디지털 카메라 회사가 됐다”면서 “새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메신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라인 암호화폐의 차이

신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메신저 회사들의 공통 과제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식은 꽤 다르다. 크게 메신저 내 송금에 집중하는 기업과,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려는 기업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페이스북과 텔레그램은 메신저 내 송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들이 개발 중인 암호화폐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메신저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해외송금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이 전 세계 최대의 송금 시장인 인도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와츠앱 이용자는 2억명이 넘는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돈은 2017년 기준 696억달러(약 78조5000억원)이다.

실제 암호화폐 송금을 통한 결제 산업이 상당히 발전한 나라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고국 송금액이 많은 필리핀이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필리핀인들은 외국에서 가족이 보내준 암호화폐를 모바일 지갑으로 받아서 대부분의 공과금, 이동통신비, 심지어 세븐일레븐같은 편의점에서도 바로 결제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송금 서비스를 내놓으면, 와츠앱 하나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 결제가 가능한 날이 올 수도 있다. 표 대표는 “이렇게 발전하면 은행을 통한 해외송금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라인. 이미지=라인 글로벌 페이스북 캡처

라인. 이미지=라인 글로벌 페이스북 캡처

 

반면 한국과 일본의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와 라인의 목표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텔레그램이 메신저 서비스 내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면, 이들은 메신저를 뛰어넘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라인은 자신들의 블록체인 위에 다양한 제휴사가 들어와 서비스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 블록체인계의 안드로이드나 iOS같은 사업자가 되겠다는 뜻이다.

비슷하지만 두 회사의 전략도 결이 조금 다르다. 라인은 일단 라인 내부 생태계를 키운 후 제휴사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라인은 현재 네이버와 라인 개발자 150~200여명을 동원해 자체 댑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카카오는 26개 블록체인 서비스 회사와 적극적인 제휴를 맺으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킬러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플랫폼에 대한 고민보다 먼저”라며 제휴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