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권거래소가 비트메인 상장 승인 주저하는 이유

등록 : 2018년 12월 27일 18:52

홍콩 증권거래소(HKEX)가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의 기업공개(IPO)를 승인하는 문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유례없는 호조를 보이면서 주요 채굴 업체들은 올해 들어 잇따라 기업공개를 신청했다. 카난 크리에이티브(Cannan Creative)가 5월, 이방(Ebang)이 6월, 그리고 비트메인이 9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특히 암호화폐 기업의 대표 격인 비트메인의 기업공개 신청은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분수령이 될 만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사진=blog.bitmail.com

 

그렇지만 2018년 들어 계속된 암호화폐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거듭한 끝에 계속된 내림세를 보이자 홍콩 증권거래소 측이 채굴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가 코인데스크에 전했다. 카난 크리에이티브의 신청서는 이미 심사 기한을 넘겨 소멸했으며, 이방과 비트메인의 상장 심사를 두고도 홍콩 증권거래소는 훨씬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거래소 측이 이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의 상장을 승인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분명하다. 비트코인 업계 전체가 너무 변덕이 심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들이 앞으로 1~2년 후에도 계속 운영되리라는 보장도 쉽게 하기 어렵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기업을 상장한 거래소가 됐다가 얼마 가지 않아 그 기업이 문을 닫아 자동으로 상장 폐지되는 상황을 맞는 일이다.”

홍콩 증권거래소 대변인은 거래소가 원칙적으로 개별 회사나 개별 상장 신청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게 되어있다고만 말했다. 비트메인은 지금은 기업공개 심사 기간으로 신청서에 중요한 내용을 다 담았으며, 추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짧은 논평을 했다.

다른 나라 증권거래소와 마찬가지로 홍콩 증권거래소도 회사가 기업공개 신청서 초안을 내면 거래소가 이를 검토한 뒤 신청 기업에 관련 요건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율 절차를 거친다. 홍콩 증권거래소와 홍콩 금융 규제 기관인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모두 신청서를 승인하면 공청회를 거쳐 기업공개 규모와 주당 가격이 결정되며, 이후 정식으로 상장을 진행하게 된다. 거래소와 증권선물위원회 둘 중 한 군데라도 신청서를 반려하면 공청회를 진행할 수 없다.

신청서 초안을 낸 지 6개월 안에 공청회를 진행하지 못하면 기업공개 신청은 자동으로 반려, 소멸된다. (신청 기업이 나중에 원하면 다시 신청 절차를 재개해 투자금을 모을 수도 있다) 카난 크리에이티브의 신청서는 지난 11월에 바로 이런 이유로 소멸했고, 지난 24일이 공청회 개최 기한이었던 이방은 20일 새로 기업공개 신청서를 다시 냈다. 비트메인도 공청회 기한까지 석 달 정도가 남았지만, 거래소 측과의 대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엄격해진 요건

홍콩 증권거래소의 기업공개 절차를 잘 아는 변호사들은 채굴 기업들의 상장을 거래소가 주저하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고 말한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충실히 정리해 제출했는지 등 기본적인 상장 요건 외에도 홍콩 증권거래소는 해당 기업의 사업 자체가 얼마나 시장에 맞고 오래 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식을 살 때 어느 정도 위험을 부담하게 될지도 꼼꼼하게 따진다. 홍콩에 있는 법무법인 베이커 매켄지의 대표 변호사 아이비 웡은 말했다.

“실제로 내가 본 사례 중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지난 3년의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확인해 제출했고, 겉으로는 모든 요건을 다 갖춘 기업이었는데, 문제는 거래소 측에 자신들의 사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확신을 주지 못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이 때문에 계속해서 상장을 승인할지 말지 고심을 거듭했다.”

홍콩에 있는 국제 법무법인 애셔스트의 대표 변호사로 여러 상장 기업에 조언해온 프랭크 바이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가장 우려하고 조심스러워할 부분은 아마도 비트코인 채굴기를 만드는 기업이 홍콩에서 상장함으로써 미칠 불확실한 파급 효과일 것이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성 자본에 좌지우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는 암호화폐 사업 모델을 구상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한 3분기 회사의 영업이익 등 실적이 어땠는지는 이방과 비트메인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함에 따라) 회사의 영업 이익과 이윤 등이 낮아졌다면, 이는 거래소 측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인 만큼 사실대로 조속히 공개하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바닥까지 떨어진 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빌미로 거래소 측이 상장 신청을 거부할 생각이라면 어떻게든 그렇게 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거래소가 심사 자체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에 성공해 장밋빛 전망이 계속 나온다면 이는 거래소 측에도 유망한 암호화폐 관련 기업의 상장을 승인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계속 바닥에 머물러 있으므로, 지금은 기업이 시장 상황이 안 좋아도 암호화폐 업계 자체의 미래는 건재하다며 거래소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는 홍콩에서 신청 기업의 잘못으로 기업공개가 더디거나 미뤄지는 이유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해야 할 재무제표 등 기록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서 심사에 들어가지도 않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비트메인의 사례처럼) 시장 상황과 업계 자체의 앞날을 따져봤을 때 전망이 좋지 않은 경우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특히 상장 신청 기업의 사업성과 지속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기로 유명한 거래소다.”

 

채굴만으로는 부족하다?

채굴 기업들은 암호화폐 채굴에 그치지 않고, 연구 개발, 인공지능, 통신, 블록체인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홍콩 증권거래소를 설득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비트메인은 인공지능 기반 칩 업계에서 엔비디아(NVIDIA), 구글 등과 경쟁하겠다며 비트메인이 채굴기 시세에 휘둘리지 않는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ASIC 채굴기와 칩에서 거둔 엄청난 성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와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인공지능 분야에도 역량을 쏟았고, 그 결과 아주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얻었다.”

비트메인은 지난해 2분기에 인공지능 칩 BM1680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BM1680은 딥러닝에 쓰이는 텐서 연산 가속처리장치와 같은 기능을 하는 특수 칩으로 인공지능 신경망 네트워크의 학습과 추론에 쓰일 수 있다.

홍콩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내부적으로는 비트메인의 사업 다변화 계획에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어쨌든 비트메인은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업체고,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해 채굴의 채산성이 크게 나빠지면 이 회사도 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바이도 암호화폐 채굴 이상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것만으로는 적어도 홍콩 증권거래소에 점수를 따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여전히 기업의 재무제표에 들어갈 수익과 자산 대부분은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서 번 돈과 채굴한 암호화폐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채굴한 암호화폐를 여전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상장 심사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암호화폐 가격이 모두가 알다시피 폭락했기 때문에 자산의 적지 않은 부분을 암호화폐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불안 요소가 된다.

“그동안 해온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고 보기 어렵고 기록도 분명하지 않은 편이며, 여기에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증권거래소와 규제 당국은 채굴 기업의 사업 전반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비트메인은 올해 6월 30일 현재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이더, 라이트코인, 대시 등을 모두 합쳐 약 8억 8,690만 달러어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 암호화폐 별로 보유 액수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비트코인을 필두로 거의 모든 암호화폐 가격이 올 하반기 절반 이상 폭락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기업의 자산 보유 현황은 6월 말과 천양지차일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달 하드포크 이후 가격 하락 폭이 컸는데, 비트메인은 갈라선 두 진영 가운데 한 곳인 비트코인캐시 ABC를 대표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한 만큼 받은 타격도 작지 않았다.

“암호화폐를 들고 있는 것이 든든한 자산이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동 폭이 너무 큰 위험한 자산을 깔고 앉은 셈이니 상장 심사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즉 영업이익 등 사업의 수익성을 넘어서 기업의 재무 상태 전반을 나타낸 대차대조표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채굴 기업의 책무

물론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느냐 마느냐가 채굴 기업의 존폐를 가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홍콩 증권거래소 관계자도 이렇게 말했다.

“이방과 비트메인, 카난 크리에이티브가 기업공개에 나선 이유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상장 기업으로 등록한 뒤 정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때의 혜택을 추가로 누리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투자를 받는 문제만 놓고 보면, 이 회사들은 이미 지난 몇 년간 상당한 돈을 벌었기 때문에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사업 자금이 부족할 걱정은 없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암호화폐 시장이 유례없는 호조를 보였을 때 채굴기 제조업체들은 이미 엄청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다. 비트메인이 12억 달러, 카난 크리에이티브가 5,600만 달러, 이방이 6,000만 달러의 이윤을 올렸고, 회사 임원들의 성과급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비트메인을 창업한 잔커투안과 우지한은 지난해 특별 상여금으로만 각각 254억 원, 229억 원을 받았다. 이들의 연봉이 약 3천만 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연봉의 1천 배 가까운 보너스를 받은 셈이다.

회사마다 기업공개에 나서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시장에서 위치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상장 기업이 되려는 회사도 있고,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그동안 다져온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상장에 나서기도 한다. 변호사 아이비 웡은 채굴 기업들이 기업공개에 나서는 동기도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도 버젓한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 싶을 것이다. 또한, 업계 최초로 상장 기업이 되는 것은 사업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웡은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이 한창 발전하는 중이므로, 아직은 채굴 기업들의 성패를 단정적으로 논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지간에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채굴 기업이 상장 기업이 된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고, 시장의 위험 수요를 채워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