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물들 “크레이그 라이트는 사기꾼” 한목소리

등록 : 2018년 4월 9일 12:03 | 수정 : 2018년 4월 10일 00:58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사토시 나카모토가 맞든 아니든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에게 지난주는 정말 힘겨운 한 주였다.

2015년 자신이 비트코인을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다가 끝내 증거를 내놓지 않아 뭇매를 맞았던 호주 암호학 전문가 라이트를 향해 암호화폐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 다 비판을 쏟아냈다. 이제는 그동안 그의 말을 믿어주던 이들마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금까지 특히 비트코인 캐시(BCH) 커뮤니티 안에서는 엔체인(nChain)을 창업해 이끌어 온 라이트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편이었다.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로 갈라져 나온 암호화폐로 현재 가치는 총 1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라이트는 자신을 지지하는 문구를 새겨넣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비트코인 캐시 커뮤니티 안에서의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그를 향한 반발과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주 초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이 포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열린 디코노미 콘퍼런스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부테린은 작심한 듯 라이트가 암호화폐의 기술적인 부분에 관해서 했던 주장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암호화폐 세계에서 유명하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여러 차례 했을 말들을 마치 한 데 모아 총정리해주려는 듯이 보일 정도였다. 비판을 한 줄로 요약하면 간단하다.

라이트가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 하는 말들을 그냥 헛소리다.

“도대체 이렇게 입만 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는 사기꾼을 이런 콘퍼런스에 초대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부테린의 말에 청중들은 통쾌하다는 듯 큰 박수를 보냈다.

라이트를 옹호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수록 반발이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공동 개발한 개발자 조셉 푼도 라이트에게 직접 화살을 겨눴다.

“내가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 백서를 쓴 사람인데, 당신이 발표한 내용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라이트코인을 개발한 찰리 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크레이그 라이트의 발표나 글을 보면 그냥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그럴싸한 단어들을 적당히 늘어놓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자신이라는 주장은 거짓말로 밝혀졌다. 그는 사기꾼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왜 아직도 이런 사람을 받아주는 것인가?”

부테린이 먼저 나서자 암호화폐에 관해 이름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나선 것처럼 보인다.

비트코인 캐시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대체로 지지해온 코넬대학교 컴퓨터과학자 에민 건 사이러는 현재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요약해 트위터에 올렸다.

“지금 비트코인(BTC), 비트코인 캐시(BCH), 이더리움(ETH), 제트캐시(ZCash) 개발자들이 한목소리로 크레이그 라이트의 허울뿐인 기술 관련 지식 자랑을 조롱하고 있다. 암호화폐 세계가 이렇게 극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내 기억에 없었던 것 같다.”

오래된 불화

라이트를 향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라이트와 피터 리준(Peter Rizun) 사이의 오래된 싸움도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준은 비트코인 캐시 세계에서 마찬가지로 잘 알려진 인물로 특히 비트코인 확장성 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줄곧 펴왔는데, 그 또한 자신의 견해 때문에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라이트와 리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여름이다. 라이트는 앞서 이른바 “이기적인 채굴”로 불리는 공격이 비트코인 상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수학을 동원해) 백서에 담았는데, 리준은 바로 이 백서의 내용을 상세히 짚어가며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리준은 비탈릭 부테린이 그랬던 것처럼 발표를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에 라이트가 말하는 확인되지 않은 거래에 관한 기술적 설명이 앞뒤가 안 맞는다며 라이트를 몰아세웠다. 라이트의 주장이 네트워크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 여름부터 리준과 라이트는 트위터에서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리준은 아예 라이트를 “사기꾼 확정범”이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리준뿐만 아니다. 사이러도 리준의 비판에 동참했는데, 사이러의 주장은 특히 라이트가 이기적인 채굴의 개념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자꾸 이 단어를 쓴다는 것이었다. (사이러는 네트워크 공격을 처음으로 적발해낸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하나이므로, 사이러의 지적에 힘이 실린다)

사이러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누구도 라이트를 기술적 배경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보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지난해 비트코인 코드를 추가로 공개하겠다더니 그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라이트를 향한 비판이 암호화폐 세계 안에서는 점점 더 상식처럼 굳어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라이트의 주장에 오랫동안 동조해 온 이들도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레딧의 한 이용자는 “크레이그 라이트 얼굴을 내세워둔 모든 글에 ‘비공’을 누르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라이트가 설 자리가 있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라이트를 지지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사토시 나카모토가 맞든 아니든, 그는 지금껏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 캐시의 발전과 확산, 보급에 있어 중요한 일을 맡아왔고, 그가 창업한 회사도 그럭저럭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사토시가 맞느냐 아니냐, 혹은 그가 내놓은 기술에 관한 주장 몇 가지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바탕으로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사토시라고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할 별다른 증거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기를 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비트코인 캐시의 정착, 발전을 위해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자한 것도 사기꾼의 행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많은 글을 써온 조날드 퓨크볼의 주장이다. 퓨크볼의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꽤 있다.

암호화폐 세계의 다른 많은 핵심 멤버들은 이 문제, 즉 라이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지금까지 말을 아끼거나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대체로 작은 차이에도 아주 오랜 논쟁을 벌이곤 하는 것이 암호화폐 세계의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라이트를 둘러싼 평가들을 보면 그런 차이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조셉 푼이 트위터에 썼듯이 기술 분야에서 이런 류의 논쟁은 흔치 않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분노 섞인 비난을 쏟아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투자자 로저 버는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비트코인이 알트코인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며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새싹을 짓밟고 있다(killing babies)고 말했다) 하지만 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자들끼리는 서로 생각이 같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유연하게 타협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서울 콘퍼런스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라이트를 향한 일관된 비판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전략을 들고나온 누군가를 향한 커뮤니티 전체가 단호히 철퇴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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