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USDT) 보고서가 발행량 의혹을 해소 못하는 이유

등록 : 2018년 6월 22일 09:54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토큰 하나를 미화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 테더(Tether, USDT)가 제3자인 로펌을 앞세워 논란이 됐던 발행량에 관한 보고서를 펴냈다. 회계 감사를 진행하던 회계법인과 갈라선 지 어언 6개월 만에 발행한 보고서의 골자는 발행한 테더를 뒷받침할 만한 달러를 테더 측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보고서의 결론을 섣불리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동안 테더에 관한 논란의 핵심은 테더 측이 발행한 테더를 교환해줄 달러가 부족한데도 계속 토큰을 발행해 왔다, 다시 말해 자산도 없는데 계속 돈을 찍어낸다는 것이었다. 테더는 줄곧 이런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면서도 발행한 테더의 총량과 같은 액수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테더 관련 논란은 시가총액 규모 26억 달러에 이르는 테더나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한 이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문제다.

당장 테더를 보유한 이들이 특히 많이 참여한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트파이넥스가 직접 보유한 테더와 관련 있는 테더를 동원해 인위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관한 텍사스대학교 연구진 분석)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를 불러 의혹을 조사하기도 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테더는 공표한 대로 1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으며, 실제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대체재로 쓰이기도 했다. 트레이더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끼리 돈을 옮길 때 테더를 이용했다. 은행 간 송금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 복잡한 데 반해 테더를 사용하면 빠르고 간편한 장점이 있다.

이렇게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테더인 만큼, 발행한 테더를 모두 달러로 바꿔 달라는 요청을 문제없이 들어줄 수 있다는 소식은 분명 희소식이다. 보고서 내용이 논란의 여지 없이 사실이라면 테더를 활용한 조작 의혹을 일축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공개된 세 쪽짜리 보고서만으로는 그동안 계속된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우선 이번 보고서는 정식 회계 감사 보고서가 아니라 프리 스포킨 앤 설리번(FSS, Freeh Sporkin & Sullivan, LLP)이라는 로펌이 작성한 보고서다. FSS는 회계 감사 원칙에 따라 감사를 시행하는 회계법인이 아니라 의뢰받은 고객을 위해 일하는 법무법인이다.

물론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 보고서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보고서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테더는 회계 감사를 받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테더의 법률 자문위원 스투 회그너는 “회계 감사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며, 이는 비단 테더만이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 전체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회계 감사를 받기 위해 넘어야 할 규제 장벽은 테더뿐 아니라 모든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넘기에 너무 높다.

회그너가 말한 장벽이란 회계 감사를 맡아야 할 회사와 회계법인들이 새로 생겨난 산업 분야인 암호화폐 업계를 재빨리 파악하고 익히기 어렵다는 점, 감사에 사용하는 회계 표준이 암호화폐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규정이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 그로 인해 많은 회계법인이 (명확한 표준의 부재로) 회계사들의 판단에 기대야 하는 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나도 공인회계사다 보니 특히 대형 회계법인이 회계사의 판단에 기대어 일을 처리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회그너는 법무법인 FSS가 회계법인이 했을 회계 감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의 핵심 결론을 도출한 방식만 놓고 보면 회계 감사 보고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 방식이란 바로 불시에 은행의 잔액을 확인해 검증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는 데 있다. FSS는 6월 1일 딱 한 차례만 잔액을 확인해 검증하고 나서 그 결과를 단정적으로 발표했다. 6월 1일을 기준으로 살펴봤더니 테더가 유통되는 토큰을 전부 다 달러로 바꿔주고도 남을 만한 돈을 은행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총 25억 4천만 테더 토큰이 유통되고 있었고, 은행 두 곳에 총 25억 5천만 달러가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날 한 시점을 제외하고는 테더의 지급준비 상황이 어떤지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다시 말해 FSS는 테더가 항상 발행한 토큰 이상의 달러를 보유한 채 운영되었다는 증거도, 지금 이 순간 테더가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도 내놓지 못했다. 그저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는 한순간 불시에 은행 잔고를 보여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형 로펌 앞세웠다지만

워싱턴 D.C.에 있는 로펌 FSS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대형 로펌이다. 테더가 이름 없는 법무법인에 잔고를 분석해 보고서를 써달라고 의뢰하지는 않았다. 로펌의 이름에 들어간 세 명은 모두 연방 판사 출신이고, 그 가운데 한 명은 FBI 국장을 지낸 루이스 프리(Louis Freeh)다.

또 다른 대표 변호사인 유진 설리번(Eugene R. Sullivan)은 판사 출신으로 현재 테더가 돈을 맡겨둔 은행의 고문이기도 하다. FSS와 테더의 연결 고리는 설리번이 고문으로 있는 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설리번이 고문을 맡은 은행인 만큼 FSS가 진행한 잔고 확인 작업이 “적절한 시기에 포괄적으로 이뤄졌으며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누락되지 않았다.”라고 써 있다.

보고서는 또 철저한 감사 작업을 위해 FSS가 “테더가 돈을 예치해 둔 은행 두 곳의 잔액을 언제 확인할지 사전에 테더 측과 협의하지 않았고, 전혀 언질을 주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은행 측은 FSS에 실제 잔고를 제출한다고 서약하고 공증받은 계좌 내역을 제출했다.

FSS는 또 테더 측에도 같은 날인 6월 1일 현재 발행한 토큰의 총량을 물었을 때 공증을 받은 정확한 실제 토큰의 양을 보고받았다. (유통되는 테더의 양은 테더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록과 실제로 일치했다) FSS는 테더 측에 은행 계좌를 봤더니 잔액이 얼마였다는 내용은 전혀 누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며, 테더와 거래 은행의 주요 임원, 관계자들을 직접 혹은 전화로 인터뷰했고, 수백 쪽에 달하는 서류도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길지도 않은 보고서 곳곳에는 “이 방식을 통해 (테더의) 잔고를 확실히 검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식의 단서가 붙었다. FSS는 무엇보다 이번에 쓴 보고서가 회계 감사 보고서가 아님을 누차 강조했다. 금액을 확인은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테더 측과 거래은행의 협조를 받아 확인한 것일 뿐 FSS가 볼 수 있던 정보는 회계 감사에 준하는 수준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이 모든 정보가 사실이고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특정일의 한순간에 확인한 잔액과 발행량일 뿐이다. 보고서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FSS는 2018년 6월 1일 업무시간 이전과 이후 (테더의) 활동에 관해서는 어떠한 분석을 시도한 적도 없고, 결론을 도출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에 관해 명확한 설명을 듣고자 FSS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테더의 법률 자문위원 회그너는 FSS가 지난 3월부터 테더의 거래 은행 계좌를 사실상 제약 없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보고서에는 단 하루 한 시점의 잔액을 언급했지만, 이 숫자가 아마도 틀리지 않으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회그너는 비록 FSS가 제공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건 결국 시장의 몫”이라고 말했다.

원래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이 보고서를 썼다면?

이쯤에서 FSS 이전에 테더가 전통적인 회계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프리드먼(Friedman LLP)과 일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짚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프리드먼도 최종 보고서는 아니지만 테더의 발행량과 보유 자산을 분석해 지난해 9월 임시 보고서를 냈다. 당시 보고서를 보면 테더는 9월 15일 현재 테더 토큰(USDT)을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자산으로 현금 총 4억 4,29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FSS가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당시 프리드먼의 임시 보고서는 여러 가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얼버무렸다. 예를 들어 프리드먼의 임시 보고서는 테더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계좌가 신탁 기관의 명의로 돼 있다면서 테더가 해당 기관에 자금 관리에 필요한 작업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회계 감사를 계속한 뒤 종합 감사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 테더 측은 (어느 쪽이 계약을 파기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프리드먼과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그너도 프리드먼과 관계가 끊어진 부분에 관해서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테더가 회계 감사 자체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여러 회계사, 회계법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언제쯤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법인인 FSS가 펴낸 보고서는 회계 감사 보고서보다 그 파급력이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업무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회계 감사보고서가 잘못됐을 경우 이를 토대로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이들에게도 회계법인이 배상 책임의 일부를 질 수 있는 만큼 회계 감사를 맡는 법인의 보고서가 대체로 더 객관적이고 사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호사들이 쓰는 보고서보다 회계 감사관들이 쓰는 보고서에 훨씬 더 많은 사안에 책임을 지고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넓다.”

텍사스 A&M 대학교 메이스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셔브 교수의 말이다. 공인회계사이자 증권거래위원회 산하 회계 감사실의 연구원을 지낸 톰 셀링은 이렇게 설명했다.

“회계 감사관은 감사할 때 원칙으로 삼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독립성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이를 잘 지켰는지 못 지켰는지를 보고 감사를 똑바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어떤 회사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조사했다”라고 할 때 과연 누가 누구로부터, 뭐가 어떻게 독립적인지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법무법인이 하는 일의 99%는 의뢰인을 위한 일이다 보니 과연 얼마나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조사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회계법인은 원래 하는 일이 100%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감사 업무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보고서가 처음부터 절대로 같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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