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 파이브 #4] &&NIAHC&& 문제의 정답은?

제4화: 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등록 : 2018년 6월 29일 18:01 | 수정 : 2018년 6월 29일 18:02

일러스트 김태권



자신의 뛰어난 기술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활용하고 싶어하는 머리와 손이 근질거리는 그들이라면 
아무리 참고 싶어도 결국 불나방처럼 뛰어들 거였다. 
그들이라면 이 암호 같은 질문과 요구의 의미를 알아챌 것이다.

가상현실 게임월드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모든 게 쉬워졌다. 
코인을 게임머니로 만들고 게임월드 위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올리는 방법이었다.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게임월드 속의 환경들이 그의 블루프린트에 속속 그려지기 시작했다.

To dream the impossible dream
To fight the unbeatable foe

-The Impossible Dream (The Quest)

 

거래소를 로그인해보니 4년 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만큼의 암호화폐가 입금되어 있었다. 입금인을 조회해보니 수만 개의 계좌에서 동시에 보낸 금액이었다. 미화 수천 억 달러의 가치였다. 이런 규모의 상대라면 뭐든 가능할 거였다. 순식간에 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것도.

민은 조용히 책상 앞에서 일어났다. 미디어룸에 들어서자 벽 하나를 가득 메운 수십 개의 화면에는 전 세계 뉴스가 각각 나오고 있었다. 테러, 시위, 난민, 불평등, 기아 등의 뉴스가 방송을 뒤덮고 있었다. 방송 화면 중 랜덤으로 자동으로 소리가 나왔다. 각 나라의 언어로 각 나라의 어려움을 전했다. 아랍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의 허망함을 토로했고, 아프리카어로 어린 고아들의 기아를 호소했다. 브라질어로 빈부의 불평등함이 토로되었다.

민은 눈을 감았다. 피곤했다. 수많은 모니터가 현란한 영상을 반짝였다. 그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눈을 감고 있는 한 민은 묵념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었다. 억만금의 돈이 들어왔다고 해도 그것도 숫자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무엇을 한다고 해도 무릎을 꿇게 만드는, 기득권들이 그에게 뼛속까지 심어 준 패배감. 그것은 노예의 어깨에 찍힌 낙인처럼 한 민의 영혼에 새겨졌다. 과연 지울 수 있을까?

미디어룸을 빠져나와서 걸었다. 공장같이 생긴 외관 안은 넓었다. 집안은 산책을 할 정도로 넓었다. 보안문제 때문인지 마당은 없었다. 대신 실내 한 가운데 이층 높이의 플라타너스 나무 한그루가 심어져있었다. 유리벽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화를 벗고 맨발로 돌 위를 걸었다. 풀 냄새가 향그러웠다.

나무 아래 앉은 민은 가부좌를 하고 명상을 했다. 이동 벽에 걸려있는 점 하나가 그려진 액자에 주의를 집중했다. 세상의 모든 소음들이 사라지고, 점점 그 동그란 검은 점 안으로 빨려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주위가 모두 검어진 세상에서 그는 자기가 만들어야 할 것을 하나씩 집어넣기 시작했다. 지구상 모두가 참여할 만한 큰 규모의 블록체인 플랫폼.

하지만 그림은 자꾸 머릿속에서 안개처럼 흩어졌다. 확신이 들지 않았다. 온라인상의 숫자와 텍스트에 불과한, 그래서 그것은 뜬구름 같기만 했다. 잡념이 밀고 들어오더니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흉통이었다. 눈을 찡그렸다. 점점 집중하기가 힘들어졌다.

어디선가 풍덩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올 시간도 아니고 청소를 하는 소리도 아니었다. 이건 환청이었다. 너무나도 실감나는 환청. 명상에 깊이 빠져들면 가끔 들리곤 하는 소리였다. 풍덩. 한강에 뛰어내려 삶을 마감하는 젊음들. 그 소리들은 점점 더 머릿속을 울렸다. 명상을 하면 중간에 눈을 뜨는 법이 없는 민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코인을 만들어서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 회사 부대표 때문에 부당하게 사기꾼으로 몰렸던 그. 천문학적인 변호사비를 받은 로펌과 한패거리 검사들이 그의 이름을 더렵혔다. 그를 어둠 속으로 절망 속으로 넣기 위해서 그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이익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는 그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한때 자신을 칭송하던 수많은 대중들의 분노한 눈길이 상상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가득한 마음 속으로 끝없이 패대기쳐졌다. 그걸 견뎠다. 그리고 나락으로 한참 내려간 뒤에도 조금씩 다른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빛이 조금씩 보이더니 미소 하나가 떠올랐다. 평범한 흰 티에 천진한 눈이 슬픔으로 가려진 소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제의 마리는 그렇게 미소지은 적이 없었다.  ‘대표님 고마워요. 이 슬픈 세상에서 하루 더 살게 해주셔서’ 마리는 그말을 하면서 희미하게 울음을 참았을 뿐이었다. 아직 이십 대 초반의 소녀가  ‘슬픈 세상’을 말하는 것을 보고도 민은 참았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위로하고 싶은 것은 허영일 뿐이었다. 이 가난하고 힘없는 소녀에게 영원히 ‘행복한 세상’ 따위는 어쩌면 오지 않을 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민의 명상 속에서 그녀의 미소는 너무나 생생했다. 이 세상의 미소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과거에도 그녀는 그렇게 웃을 리가 없을 거였으니까. 그건 민의 마음이 만들어낸 희망적 환상일 뿐이니까.

아직도 민이 차마 떼지 못하고 거실 벽에 걸어놓은 커플 사진처럼.  타지마할 앞에서 민과 한 여자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사진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포토샵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환상적인 사진이었다.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런 환상. 목이 마른 사람이 사막에서 보게되는 신기루같은 허상.

그래, 허상. 환상! 현실의 마리는 영원히 이 세상에서는 그렇게 웃지 못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아바타라면?

환상이 현실이 된다면?  

가상현실 게임월드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모든 게 쉬워졌다. 코인을 게임머니로 만들고 게임월드 위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올리는 방법이었다.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게임월드 속의 환경들이 그의 블루프린트에 속속 그려지기 시작했다.

십분이 지나자 처음에는 약간 찡그려있던 민의 미간이 펴지고 점점 평정심이 돌아왔다. 그가 상상한 게임월드 안에서 마리는 행복했다. 그녀는 아마존을 탐험하고, 중세의 기사들과 배틀을 벌이고, 부동산을 사들여서 화성으로 여행을 갔다.

이십분 뒤 민이 명상을 마치고 일어났을 때는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올라와있었다.

민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어쩌면 이번에는 가능할 수도 있었다. 퍼스트의 투자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알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플랫폼의 주인은 절대 퍼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을 나락으로 이끈 현재 기득권도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플랫폼의 주인은 몇몇 인간이 아니라 플랫폼 그 자체가 될 것이었다. 플랫폼에 올라앉은 인류 전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도울 사람들이 주위에 없었다. 리퀘스트를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온라인에 올렸다. 과거 플랫폼을 같이 만들던 뛰어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민을 직접적으로 나서서 도와줄 수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민은 결국, 그들이 자신을 도울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것보다 큰 프로젝트는 지구상에서 못 구할 테니까.

자신의 뛰어난 기술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활용하고 싶어하는 머리와 손이 근질거리는 그들이라면 아무리 참고 싶어도 결국 불나방처럼 뛰어들 거였다.
그들이라면 이 질문과 요구의 의미를 알아챌 것이다.

Title: &&NIAHC&& 문제의 정답은?

1. 전 세계로 날아갈 수 있어야 함.
2. 적어도 100만 마리의 새를 날릴 것.
3. 사방신인 청룡,주작,백호, 현무는 시간과 투자, 그리고 수수께끼 등을 통해 다양하게 조합될 것. 기린이 넷을 관장 함.
4. 프로젝트는 즐거워야 함.
5. 식량을 먼저 확보할 것.
6. 식구들은 우리의 옛 식당으로 가야한다.

 

이 암호와도 같은 글의 의미를 파악하고 작업을 시작할 사람은 그 천재 기술자들 밖에 없었다. 그들을 낚는 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과연 누가 이 일에 손을 댈까?

제일 처음 리퀘스트를 발견한 것은 R이었다.

운동을 하고 호텔에서 사우나를 하고 잠이 들거나, 한번 쓰고 버릴 필요없는 물건을 사기위해 주기적으로 편집샵이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연예인이나 경영자들로 구성된 사적인 모임에 참석하고 그것도 질리면 모든 걸 잊기 위해 해외로 무작정 떠나는 일들이 지겨워지던 참이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거대한 에너지가 민의 리퀘스트 안에 있었다.

R의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왔다. 아무리 큰 일 날것처럼 떠들썩거려도 세상은 민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R은 짐작하고 있었다. 마치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처럼 막을 수 없는 순리가 민의 행보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R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R의 얼굴에 미소가 어른거렸다.

좋아. 드디어 민이 움직였군. 그럼 이제 일을 다시 시작해볼까? 아직 버릇을 못 고쳤네. 쓸데없이 표현을 알쏭달쏭하게 해놓고.

일단 &&NIAHC&&는 CHAIN 즉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다시 하자는 것이고, 전 세계 규모에 노드는 적어도 100만개, 합의알고리즘은 PoD, PoS, PoW, PoC 등 다양한 것이 이용될 수 있는 형태로 조합해서 만들라는 것이고, 일단 이 정도 규모를 목표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백엔드 서버를 확보하고, 과거 우리 동료들이 일하던 github 에 프로젝트를 설치하라는 것이지. 그런데 저 4번의 의미는 도대체 뭐야?

척하면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뭐. 하나씩 해보는 거지. R은 팔을 걷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호텔 룸을 나오지 않았다.

 

<다음 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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