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원 투표 참여 선언…새로운 길 나서는 EOS

등록 : 2018년 7월 12일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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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원(Block.one) 재단이 보유한 EOS 토큰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블록원은 EOS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등 현재 시가 총액 기준 다섯 번째로 큰 암호화폐 EOS가 출시하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블록원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속성을 지키고자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EOS 커뮤니티에 의사결정 과정을 맡기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대표노드 선거에 참여를 선언하자 놀랍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블록원은 EOS 메인넷이 출시된 6월 14일 이후 최근까지 블록체인 코드에 사실상 거의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으며, 이용자들이 때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의견을 모아 EOS 블록체인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사실 블록원으로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섣불리 영향력을 행사하기 조심스러운 사정이 있었다. 블록원은 EOS 메인넷이 출시할 당시 개발자의 몫으로 남겨둔 10%의 토큰을 받아 전체 EOS 토큰 10억 개 가운데 1억 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EOS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토큰 보유량에 비례해 의결권을 주기 때문에 무려 전체 네트워크의 10% 지분을 보유한 블록원은 사실상 전체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할 만한 발언권을 행사하게 되고 거래를 검증하고 블록 생성을 관장하는 대표노드를 뽑는 데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갑마다 대표노드 후보를 30개 선정해 EOS 토큰을 담보로 맡겨두고 투표할 수 있는데, 현재 EOS 블록체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고 대표노드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걸어놓은 토큰이 전체 토큰 공급량의 약 3% 정도다. 즉, 블록원이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지분 10%를 활용해 대표노드를 사실상 블록원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임명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사람들이 블록원의 결정을 경계하는 것이 일리 있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블록원이 대표노드를 고르는 데 직접 참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원은 분명 중립적인 제삼자 역할을 자처했었는데 이를 번복하는 행위이며, 네트워크 전체를 사실상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 부여하는 거나 다름없다.”

오토노머스 파트너스의 아리아나 심슨이 코인데스크에 이메일로 전달한 의견이다. (심슨은 EOS에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블록원의 투표 참여를 혁신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MIT 암호경제 연구소의 크리스찬 카탈리니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은 뭐가 됐든 충분히 해볼 수 있도록 전체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기다려주고 실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실험이란 것이 그 당시에는 효과를 알기 어렵지만, 실험 결과를 놓고 보면 좋은 해결책이 나오곤 하는 법이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EOS 커뮤니티는 대체로 블록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투표 참여 결정을 다룬 뉴스에 달린 레딧의 댓글에서 EOS 커뮤니티의 여론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왔다. (블록원의 투표 참여 결정은) 잘한 일이다. 블록원은 계속해서 전체 EOS 이용자를 위한 쪽으로 결정을 내려줄 것이다. 블록원에게 좋은 일이 나를 비롯한 EOS 커뮤니티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다만 대체로 블록원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는 다음과 같이 한편으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EOS는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블록원이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EOS는 리플 2.0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 이제 EOS 블록체인은 블록원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블록체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커뮤니티가 의사 결정을 내리기로 했던 EOS의 순수한 온체인 거버넌스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투표 방식

EOS는 처음부터 거래를 검증하고 블록 생성을 관장하는 대표노드의 숫자를 21개로 정해 놓았다. 복잡하고 방대한 채굴 과정 전반을 소수의 대표자에게 맡김으로써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합의에 이르러 블록체인의 거래 속도를 높인 건데, EOS 지지자들 가운데는 바로 이 효율적인 검증 방식과 그로 인한 빠른 거래 속도 덕분에 EOS가 블록체인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EOS 커뮤니티는 21개 대표노드를 이른바 상시 투표 방식으로 뽑는다. 즉, 블록체인 이용자들은 대표노드 자격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대표노드로서 거래를 검증하는 일을 제대로 못 한 이들을 언제든지 투표를 바꿈으로써 퇴출할 수 있다. 지갑마다 대표노드 후보 30개를 골라 투표할 수 있다. 토큰 보유량에 비례해 1원 1표 형식으로 표가 계산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21개 후보가 대표노드에 뽑혀 거래를 검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대표노드는 거래 검증 작업의 대가로 프로토콜에 예정된 인플레이션에 따라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생겨나는 EOS 토큰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EOS 메인넷이 출범해 제대로 운영되기까지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체 토큰의 15%를 보유한 이용자들이 대표노드를 뽑는 데 참여해야만 거래가 진행되도록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5%를 채우기가 아주 쉽지 않아 보였지만, 지금은 30% 내외의 토큰이 대표노드 투표에 참여하며 네트워크에 담보로 맡겨져 있다.

블록원 재단의 몫으로 정해진 창립자 토큰은 10년 동안 분할 지급될 예정이다. 그 때까지 블록원이 이 토큰으로 할 수 있는 건 네트워크를 위해 담보로 맡기는 것이고, 투표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규정상 블록원도 한 개의 투표권만 행사할 수 있다. 지분의 절반은 A 후보를, 나머지는 B 후보를 뽑을 수 없다는 뜻이다. 블록원에 주어진 선택지는 지분을 활용해 투표권을 온전히 행사하거나 아니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뿐이다.

EOS 첫 번째 블록이 생성된 뒤 토큰이 어떻게 나누어 지급됐는지를 분석한 한 레딧 이용자의 글에 따르면, EOS 이용자의 99%가 전체 토큰 공급량의 14%에 조금 못 미치는 토큰을 보유하고 있었다. 약 85%의 토큰은 상위 1천 개 지갑에 나누어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EOS 블록체인의 여론은 부자 이용자들의 의견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단일 보유자로서 가장 많은 EOS 토큰을 보유한 이가 바로 블록원이다. EOS 대표노드 가운데도 상위권에 속하는 EOS 캐나다의 거버넌스 및 커뮤니티 담당자인 조슈아 코프만은 코인데스크에 블록원이 막대한 지분을 EOS 내 다른 덩치 큰 대표노드들을 견제하는 데 활용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의사결정 과정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며 모든 판을 기울여버릴 만큼 무거운 균형추를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코프만은 21개 대표노드 가운데 99%를 차지하는 ‘일반 이용자’ 사이에서는 거의 표를 받지 못하는 노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이들의 뒤를 받치는 것은 소위 덩치 큰 부자 이용자들이라는 뜻이다. 코프만은 블록원이 EOS 커뮤니티에서 널리 지지를 받는 후보가 가급적 대표노드로 뽑힐 수 있도록 지분을 활용해 개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칙상 1원 1표 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EOS 커뮤니티가 실제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1인 1표에 가까운 환경도 만들어줄 수 있도록 블록원이 나서리라는 뜻이다.

“유능하면서도 커뮤니티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이들이 대표노드로 활동하는 것이 블록원과 EOS 커뮤니티 모두에게 좋고, 바로 이 지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코프만은 말했다.

블록원은 또 직접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투표 방식에서 추대하는 후보의 수를 기존 30개에서 50개로 늘리도록 코드를 바꾸자는 안도 같이 냈다. 그렇게 하면 EOS 커뮤니티가 지지하는 후보를 블록원이 더 많이 선별해낼 수 있고, 그렇게 소수의 부자 이용자만 지지하는 후보를 걸러낸 뒤 다시 커뮤니티가 그 가운데서 최적의 후보로 21개 대표노드를 구성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코프만은 또 바꾼 코드를 실제 블록체인에 적용하기까지는 적어도 두 달 정도는 걸릴 것이라며, 블록원이 코드가 바뀌고 난 뒤에야 투표에 참여하기 시작할 계획이라면 실제로 대표노드의 지형이 지금과 달라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대표노드의 구성을 바꾸는 것 외에도 EOS가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은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대표노드를 뽑는 데 개입하기로 함으로써 블록원은 많은 결정에 관해서도 사실상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먼저 EOS는 아직 프로토콜을 관장하는 헌법을 정하지 않았다. 이는 코인데스크도 앞서 보도했듯이 블록체인상에서 분쟁이 났을 때 대표노드가 이를 해결하는 데 근거로 삼을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블록원은 “헌법 전면 개정”을 제안했다. 새로운 헌법은 앞서 EOS 커뮤니티에서 만든 안보다 훨씬 더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블록원은 세세하게 원칙을 규정한 새로운 헌법을 위해 오랫동안 만들어 온 기존의 포괄적이고 다소 두루뭉술한 안을 버리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블록원의 공동 창립자이자 EOS를 만든 댄 라리머는 블로그 <미디엄>에 이렇게 썼다.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권한을 부여하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분쟁이 되고, 이를 해결한다고 내리는 결정조차 전혀 맥을 짚지 못하고 제멋대로일 때가 많다.”

개발자가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제안하고 보상을 받는 시스템도 곧 도입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곧 EOS 커뮤니티가 인플레이션으로 생겨나는 토큰을 EOS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원활한 운영과 활용을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보급하는 개발팀에 지급하는 안을 놓고 투표하는 시스템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나면 어떤 개발자의 어떤 제안에 커뮤니티가 손을 들어주느냐도 EOS가 나아가는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언급한 두 가지 투표에는 블록원이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블록원이 지지해 선출한 대표노드라면 아마도 블록원과 뜻이 같을 것이고, 그 대표노드를 뽑아준 커뮤니티도 대표노드의 결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추대하는 후보의 수를 늘리면 블록원의 의중을 읽고 여기에 맞춰 대표노드가 되려는 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코프만은 “블록원이 너무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블록원이 자산을 늘려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EOS 토큰의 가치 자체를 계속 높이는 것으로, 많은 이용자를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블록체인을 장악해 운영한다면 EOS 토큰의 미래도 밝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블록원도 EOS 블록체인의 주인이 커뮤니티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MIT 암호경제 연구소의 크리스찬 카탈리니는 EOS가 그동안 블록체인이 제대로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조슈아 간스와 함께 2016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 즉 EOS는 거래를 검증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폭 줄였지만, 실제로 그 과정에서 네트워킹 비용이라는 또 다른 만만찮은 비용 문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실제로 일어난 거래가 무엇인지 사실을 가려내고 이에 대한 판단에 있어 합의에 이르러야만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경제 활동을 위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법을 익혀야 하고 이를 위해 커뮤니티의 뜻을 제대로 모으는 것도 꼭 필요하다. 카탈리니는 “그것이 바로 네트워킹 비용으로, 네트워킹 비용이야말로 시장의 권력과 구조를 바꿔내는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문제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릴지 그 구조나 절차를 합의한 적이 없는 분야다. 엉뚱한 데서 해법을 찾다가 허탕 치는 경우를 수없이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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