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증권거래소·영국 금감원 ‘주식 토큰화’ 실험 본격화

등록 : 2018년 7월 16일 14:06

gettyimages

블록체인 관련 투자나 크라우드펀딩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전혀 새롭지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투자나 크라우드펀딩을 집행하는 주체가 금융 당국이나 정부가 감독하는 주요 증권거래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로 영국에서 지금 그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런던 증권거래소(LSEG)와 영국 금융감독원(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은 분산원장 기술 스타트업인 니바우라(Nivaura), 20|30 등과 협력해 회사 주식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시험하고 있다.

영국에는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라는 제도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기업과 서비스들이 기존 규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살펴보고 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 어떻게 규제를 운영하면 좋을지 해법을 찾고자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일종의 시험 사업이다. 현재 네 번째로 모집한 기업들이 규제 샌드박스에서 당국과 함께 여러 실험을 해보고 있는 가운데, 참여한 기업 가운데 약 40%가 분산원장 기술 관련 기업들이다. 니바우라와 20|30은 런던 증권거래소의 거래 플랫폼 터코이스(Turquoise·터키석)을 통해 기관 투자자와 공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영업할 계획이다. 터코이스 플랫폼은 전통적인 거래소 안팎에서 유럽 회사들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우선 일차적인 목표는 영국 회사의 주식을 토큰화한 뒤 규제에 맞춰 발행, 거래하고 판매해보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사상 최초로 기록될 실험이다.

토큰화한 주식을 직접 발행하는 실험 당사자로는 20|30이 직접 나섰다. 20|30은 지난 9월 영국 최초로 자사 주식을 토큰화해 발행했다. 20|30의 공동 창립자 토머 소핀존의 말을 빌리면 발행 후 1년 동안은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20|30은 토큰화 주식 발행 첫 단계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30의 뒤를 이어 토큰화 주식 실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젊은 기업들이 줄을 섰다고 말한다. 의료 기기, 제약, 농업, 소프트웨어 제조업 등 기업들의 분야도 다양하다.

토큰으로 된 주식은 이더리움에서 발행되기 때문에 처음 1년간의 거래 금지 기간이 지나고 나면 적어도 장외 거래(over-the-counter basis) 방식으로는 거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소핀존도 “거래 금지 기간이 지나면 우리도 얼마나 제대로 토큰으로 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 가능할지 실험해볼 계획”이라며, 장외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다른 나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실험한 적이 있는데, 지난 2016년 한국 거래소가 “스타트업 마켓”을 열고 토큰 장외 거래를 시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런던 증권거래소는 코인데스크에 보낸 입장문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와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주식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과정을 혁신해 런던 증권거래소의 사업 규제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토큰화 주식 발행 규범이 정착되면 이는 특히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니바우라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회사들이 더 간편하고 효과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토큰화된 주식이란

주식을 발행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술 개발이지만, 스타트업들도 주식 토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니바우라는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채무 증권을 토큰으로 발행하고 승인, 판매, 거래하는 모든 절차를 영국의 현재 금융 규제에 맞춰 시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나씩 차근차근 입증해냈다. 사실 앞서 두 차례 규제 샌드박스에도 참여했던 니바우라는 이미 토큰화 주식을 세 번이나 발행하며 관련 시험을 거쳤다.

토큰화된 주식을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되면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우선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자체의 비효율성이었다. 여기서는 주식을 발행하는 측과 투자자 사이의 관계만 매끄럽게 정리가 되면 되기 때문에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의 경우는 다르다. 기관 투자자는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이 닦여 있어야만 움직이는데, 이 프로젝트는 니바우라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런던 증권거래소가 대규모 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해 이를 보조함으로써 기관 투자자를 움직인다.

“누군가 우리 기술을 활용해서 법률 관련 서류를 모두 다 작성하고 이 자산들을 토큰으로 만들어 발행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토큰화된 주식에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자를 찾아주는 일은 런던 증권거래소가 도와줄 겁니다.”

니바우라의 CEO이자 제품을 총괄하는 아브타르 세라 박사가 코인데스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런던 증권거래소가 도와준다고 해도 주식을 토큰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주식 토큰 하면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디지털 증서를 토큰으로 만든 것쯤으로 생각해 누군가에게 이전하거나 거래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세라 박사는 주식이 아니라 채무라면 훨씬 간단하고 확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이 곧 채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결국 법이 정하기 나름인데, 이미 굳어진 주식 관련 법들은 토큰을 주식으로 보기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요.”

미래를 향해

주식 토큰에 관한 법률적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증권 중앙예탁 관련 규정(CSDR, Central Securities Depositories Regulation)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니바우라는 그래서 처음부터 금융감독원과 관련 있는 법무법인들과 오래전부터 협력해왔다.

토큰과 관련해 법적인 틀이 어느 정도 잡히고 나면 토큰을 보유한 이들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등 주식을 보유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거라고 세라 박사는 말했다. 바로 이 부분은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집중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시도하는 방법이 주식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데 있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점이 입증된다면 그저 토큰으로 된 주식을 효과적으로 발행하기 좋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주식 토큰을 자유롭게 거래하기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잘하면 우리가 내년쯤엔 그런 플랫폼을 출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토큰 거래와 결제 절차는 이더리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진행되므로 초당 15건까지만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이더리움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지 않는 한 현재 거래 처리속도가 주식 토큰 발행과 거래에 제약이 될 수도 있기는 하다. 세라 박사도 거래 처리 속도와 대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 퍼블릭 블록체인 전반에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속도만 유지되면 주식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데는 적어도 앞으로 2~3년간 크게 문제없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체 산업의 기반 자산이 토큰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분명한 추세다. 사실 기반 블록체인이 이더리움이냐 비트코인이냐는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것이 블록체인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