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기원_#7: 모닥불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장중혁의 토큰토크

등록 : 2018년 9월 7일 14:16 | 수정 : 2019년 5월 2일 13:11

기술에 대한 글이 새로운 기술을 보통 사람에게 알아듣게 설명한다는 것은 두 가지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는 그 설명을 읽는 사람을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투자자’로 보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 환경 혹은 문화로서 기술을 이해하려는 독자’로 보는 관점이다.

전자의 관점에서 결론은 언제나 ‘어떤 결정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덜 펼쳐진 스토리를 놓고도 ‘믿음’을 만들어내려는 스킬을 쓰게 된다. 엄청나게 큰 숫자와 유명인사, 관련 있어보이는 재무제표를 등장시키는 것이 그런 스킬들이다.

이런 설명이 유용한가? 그렇다. 하지만 그런 글들의 유용성 범위는 명확하다. 돈 버는 일에서 여러 이해당사자가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공유된 믿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언제나 넘쳐난다.

하지만 후자의 독자를 위한 글들은 언제나 부족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불의향이 그리 높지 않은 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러한 기술들을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생활의 시각에서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다. 이것은 전문가들이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최소한 사람들은 그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혹시 ‘폭발하지는 않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gettyimages

 

7회에 걸쳐 연재한 ‘블록체인의 기원’ 시리즈는 후자의 독자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이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레시피로 이 이슈들을 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물론 마냥 쉽게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이 생각하면서 읽으면 될 정도로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이 두 어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기원(origin)에 대한 이야기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유 같은 것을 써서 에둘러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당장은 편리하겠지만 읽어서 알게 된 것을 써먹을 수는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기원이란 컴퓨팅과 화폐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글에서 컴퓨팅을 너무 비유적으로만 설명하면 IT 전문가들은 읽기가 불편할 것이고, 화폐 이야기를 초보적으로 하게 되면 경제학 전문가나 금융 전문가들은 왠지 미덥지 못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글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최소한 그 이해 위에서 생각을 더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정도는 유지하려고 했다. 따라서 이어지는 ‘가상화폐의 기원’ 시리즈에서는 지금까지 컴퓨팅을 이야기해 온 것과 마찬가지의 기조로 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경계 작업(boundary work)’인데, IT 전문가와 경제학 전문가 혹은 금융 전문가, 법률가, 생활인 같은 독자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라는 모닥불 근처에서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근대적인 에세이의 지향을 벗어난다.

대개 전문가들의 근대적 에세이는 전문성을 기초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여 독자들을 설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 글은 호객까지만 목표로 한다. 여러 위치에 있는 독자들에게 모닥불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다. 이 이야기 주위로 다양한 목적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야기가 시작되길 바라며…

<끝>

<지난 글 보기>

#1: 데이터 컴퓨팅의 진화와 구글의 시대

#2: 초국가 기업의 탄생과 소셜미디어 

#3: : 암호가 세상을 자유롭게 하리라

#4: 초국가 기업의 인터넷 지배에 대한 반격의 서막

#5: 오픈소스 운동의 강력한 후예

#6: 전문가들의 공간 vs 대중들의 공간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