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14] 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제14화: 유크로니아는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등록 : 2018년 9월 28일 22:11

그림=김태권

아성은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몇 가지 의문이 아성을 괴롭혔다. 화면에 지난 번 작업을 통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일부 입수한 코드를 바탕으로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을 이용해 생성해낸 레드존과 블루존의 금화 그림 조합을 올렸다. 비록 인공지능이 추정해 생성해낸 것이지만, 실제 그림의 조합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5개의 금화의 문양이 나타내는 코드를 모두 조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 했지만, 그 자체를 입 밖에 내는 것도 <더 파이브> 멤버들 사이에서도 무척 어색한 일이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 조합을 누가 알아낸다면. 아, 그럴리는 없지. 나도 절대 못 푸는 이상한 조합인데. 랜덤 조합일거야.’

 

아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호기심이 강한 아성은 각각의 존에 할당된 금화의 문양의 코드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고, 레드존과 블루존의 통합작업을 하면서 일부 힌트를 얻어서 블루존과 레드존의 금화에 새겨진 문양의 코드 아주 일부를 컴퓨터 알고리듬을 이용해 추정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조합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여전히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최초의 제네시스 블록을 구성한 이 문양의 조합의 비밀을 알아내고, 이를 생성해 연결할 수 있다면 유크로니아 전체를 가져버릴 수 있는 건가? 마훌을 죽인자는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게 아닐까?

 

T리를 마훌의 후계자로 선정한 알고리듬도 너무나 괴상했다. 보통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당연하게도 임의로 생성되는 수백 비트 이상의 랜덤 숫자를 바탕으로 수학과 확률적으로 규칙이 전혀 없이 생성되고 관리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여러 위원회의 후계자들을 선정하는 알고리듬들은 마치 임의로 선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패턴이나 규칙이 숨어있는 듯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성의 인공지능 분석 알고리듬 에이전트는 엔트로피(entropy) 측정을 통해 후계자를 결정한 수치의 길이가 미세하게 완전한 랜덤으로 결정될 때에 비해 조금 짧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이는 더 파이브가 알지 못하는 어떤 패턴이나 규칙이 숨어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대체 유크로니아 탄생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제네시스 블록의 비밀을 아는 자는 유크로니아를 통째로 가질 수 있는걸까? 마훌을 살해한 집단이나 개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한 알고리듬을 알기위해 그를 죽였을 수도 있었다. 너무나 위험한 가설이었다.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을 풀어서 힌트를 좀더 얻어야겠어. 우연도 반복되면 우연이 아닌거지 …’

 

***

-내가 늦은 건가?

아성이 바다 속 파티에 나타난 건 새벽 두 시였다. 민과 세라, T리가 아직도 파티장에 있었다.

-아니, 파티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인걸.

세라는 아성에게 무중력 프로그램을 보냈다. 불법이었다. 상대의 가상현실 지지대를 해킹해서 무중력 안에서 빙글빙글 돌게 했는데. 도는 느낌 때문에 술이 빨리 취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파티에서 몰래 펀치에 술을 섞거나, 파티용 약한 마약을 주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만해.

 

멀미가 나는 듯 아성이 소리쳤다. 세라가 웃으며 프로그램을 정지시켰다.

-승리에 취해있지 마. 어쩌면 우리는 제일 큰 위기를 앞두고 있는지 몰라.

아성이 말했다.

-무슨 근거로?

민이 물었다.

-너희 모두 T리가 마훌의 후계자가 된 게 이상하지도 않아?

-아니, 안 이상해.

T리가 말했다.

-그럼. 마훌을 죽인 세력은 마훌 다음에 누가 되는지 그 알고리듬을 알기 위해 죽인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유크로니아의 비밀을 캐기 위한 해커들이나 거대한 흑막이 있는 것 같아

 

세라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는 내가 죽는 거야? 감히 알고리듬을 풀려고 사람을 죽여?

 

T리가 말했다.

-아니, 너는 안 죽여. 너같이 일정 파악이 쉽고 대중에게 항시 드러나 있어서 죽이기 쉬운 아이를 당장 죽이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아성이 말했다.

-쉽게 말하지 마. 살 떨린다.

 

T리가 샴페인을 들이켰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알고리듬을 파악했다는?

 

민이 물었다.

-듣고 보니 그럴 가능성이 있네. 그런데 그들은 왜 가만히 있을까?

 

세라가 말했다.

-나도 그게 궁금해.

 

아성이 말했다.

-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알고리듬을 풀었어?

 

민이 물었다.

-그래서 온 거야. 너희들에게 보여주려고.

 

아성은 그들을 미술관 월드로 데려갔다.

갑자기 왠 화이트 존이야?

-유크로니아 사이버 의회지. 15세기 피렌체 성당의 돔을 구현한 거야. 르네상스 시대의 시발점을 알린 건물이지.

 

아성은 거기서 다른 이들을 레드 존으로 다시 옮겼다.

-케이팝 가수의 뮤직비디오 안이잖아.

 

T리가 말했다. 뮤직 비디오를 가상현실로 감상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의 옛날 건물과 미술품,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적 발명품들이 소품으로 나오는 뮤직비디오였다.

아성은 그들을 스페인과 중국의 건축, 미술품도 관람하게 했다.

-그래, 모두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했어?

-같은 시대라는 거?

-맞아. 모두 15세기 중순의 세계 각국의 모습들을 재현하거나 자료가 남아있는 것들의 유적과 관련이 있어.

 

-말도 안 돼. 몇백 년 전에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었다고?

 

-그 다음은 네 금화야. 그건 어느 시대에서 발견되고 있는지 알아?

 

아성이 T리에게 말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 건물의 토대석에서 발견되었어. 그리고 같은 시대 다른 곳에서도.

 

-퍼스트가 준 유크로니아 금화가 시대별로 어떤 특정 문양에 영향을 받았다는 게 무슨 큰 의미인데?

 

세라가 물었다.

 

-아무래도 유크로니아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백 년 간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진행된 것 같다는 거지 … 우리들이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수 없는 거대한 시대를 초월한 힘이 느껴져. 그리고 우리들을 포함해 유크로니아를 만들고 있는 핵심적인 사람들이 그냥 선택된 것 같지 않아.   

 

아성이 약간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 사실을 마훌의 암살자들이 알고 있다면, 큰 일이야. 이 조합을 풀면 맙소사, 제네시스 블록 조합의 비밀이 풀려버리는 거지.

 

민이 말했다.

 

-퍼스트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조합 구성이 어떤건지. 그리고 그걸 바꿀 수 있는지.

 

T리가 말했다.

 

-바꿀수 없어. 제네시스 블록을 바꾼다는 건 유크로니아 자체를 모두 없애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야.

 

민이 말했다.

 

-문제는 신뢰야. 제네시스 블록이 현대가 아니라 음모론 처럼 고대로부터 조작되온 것이라는 걸 사람들이 좋아할까?

 

아성이 말했다.

 

-난 로맨틱해보이는데. 아날로그가 좋아.  

 

T리가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유크로니아같은 멋진 사상을 음모론으로 몰지 마. 기획이라고 하면 되지.

 

세라가 말했다.

 

-그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거야. 애초에 사람들에게 유크로니아의 역사가 밝혀졌다면 모를까 이제와서 고대로부터 내려온 기획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진짜로 감사해할 것 같아? 속은 느낌이지. 제네시스 블록을 바꾸는 문제는 기술로는 풀 수 없어. 덫에 빠진 느낌이야.

 

아성이 관자놀이를 비비며 머리가 아프다는 시늉을 했다.

 

-네가 풀수 없다면 우리 블루존에서도 도와줄 수가 없어. 블랙존의 퍼스트에게 묻는 것은 우선 미뤄두자.

 

민이 말했다.

 

-난 당장 퍼스트에게 묻고 싶어. 왜 그랬는지. 이유가 있는 건지.

 

아성이 말했다.

 

-글쎄. 퍼스트가 우리에게까지 비밀로 한 것은 파트너로서 이해가 안 가. 우선은 우리 안에서 해결해도록 하자.

 

민이 말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13화 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 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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