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레저와 이더리움 기업동맹이 손을 잡았다

대표적 기업용 블록체인 컨소시엄 2곳 협력...그럼 R3는?

등록 : 2018년 10월 18일 06:50 | 수정 : 2018년 10월 18일 03:02

기업용 블록체인 세상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Hyperledger Project)와 이더리움 기업동맹(Enterprise Ethereum Alliance, EEA)이 공통의 블록체인 표준을 설립하고 더 넓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사진=Getty Images Bank

 

EEA와 하이퍼레저는 R3의 코다와 함께 가장 영향력이 큰 3대 기업용 블록체인으로 알려진 만큼, 둘이 손을 잡는 것은 기업용 블록체인 생태계의 판을 새로 짜는 수준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두 플랫폼이 공통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시스템과 연동이 되지 않는 사일로(silo, 담을 쌓아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위험이 해결되기 때문에 EEA나 하이퍼레저 가운데 어느 한 곳에 블록체인을 개발할지 고민하던 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EEA의 론 레스닉 이사장은 코인데스크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 세계 기업들은 한 가지 플랫폼 안에서도 여러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솔루션을 사고 싶어 할 것이다.”

또한, 하이퍼레저의 270개 회원사는 EEA와 협업 덕분에 이더리움 퍼블릭 체인에서 토큰이나 스마트 계약 서비스를 호환할 수도 있게 됐다.

하이퍼레저는 처음부터 오픈소스 블록체인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기업용 프로토콜을 포함하는 우산형 조직으로 출범했다. 우산형 조직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리눅스 재단과 비슷한 유형이다. 한편 500개 회원사를 거느린 EEA는 퍼블릭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토대로 승인받은 이용자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용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표준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하이퍼레저 안에서 이더리움 지지층이 점차 두터워졌다. 이들은 앞장서서 (EEA와의) 협업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하이퍼레저 블로그를 통해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기에 이른다.

“하이퍼레저 개발자들은 EEA 사양에 맞는 코드를 작성하고 2019년 하반기에 선보이기로 한 EEA 증명서 시험 프로그램을 통해 코드를 증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이퍼레저의 브라이언 빌렌도프 이사는 사실상 기업마다 제각각인 블록체인 서비스들에 공통의 기업용 블록체인 표준을 제정하는 EEA의 작업이 하이퍼레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이퍼레저와 EEA는) 서로 도움이 된다. 오늘날 블록체인 세상에서 표준을 효과적으로 제정한 조직이 많지 않은데, EEA는 이 방면에서 분명 앞서나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빌렌도프는 EEA와 하이퍼레저가 레퍼런스 구현(모든 다른 종류의 구현과 상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찾는 소프트웨어 표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프로젝트로 이 작업을 하거나 하이퍼레저 연구소에서 작업을 진행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

 

서로 잇다

하이퍼레저 커뮤니티가 이미 이더리움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올해 초 소투스(Sawtooth, 인텔이 하이퍼레저에 기여한 코드베이스)는 거래를 처리할 때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을 지원했다. 덕분에 퍼블릭 이더리움 블록체인용으로 개발된 스마트 계약을 소투스 기반 네트워크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세스(Seth)”로 불리는 이 작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용되며 탄력을 받고 있다. 하이퍼레저와 EEA의 공동 발표에 따르면 소투스의 지지자인 댄 미들톤이 최근 하이퍼레저 기술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되었고, 세스는 “최대한 빨리 EEA 사양에 맞는지 테스트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이더리움 가상 머신을 접목하는 작업은 하이퍼레저의 대표적인 프로토콜인 하이퍼레저 패브릭(Fabric)에서 진행되고 있다. 패브릭 1.3 버전에서 구현되기 시작할 이 작업은 소투스와 같이 사용자들이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도록 해주고, 각각 여러 ICO와 크립토키티를 이끈 토큰 표준인 ERC-20과 ERC-721을 패브릭의 토큰 모델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빌렌도프는 기본적인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소투스와 패브릭은 “장기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투스와 패브릭이 다른 프레임워크와 통합될지, 아니면 특화하게 될지는 아직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통의 표준을 정립하고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작업 덕분에 상호운용성이 높아지리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오가며 원활하게 거래를 처리하는 상호운용은 블록체인 세상에서 이상적인 운용방식으로 자주 거론된다.

빌렌도프는 “원장 간 상호운영은 대부분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일어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복잡한 합의 프로토콜에 손을 대는 것보다 공통의 표준과 데이터 포맷을 만드는 것이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각각의 활용 사례들을 효과적으로 연동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이퍼레저 개발자들은 이더리움 가상 머신을 접목하는 작업을 하며 차세대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좀 더 자바스크립트 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웹페이지 코딩 표준 웹어셈블리(WebAssembly)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빌렌도프는 이렇게 말했다.

“버로우(Burrow, 세 번째 하이퍼레저 구현)와 소투스에서 이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고 결정이 나자마자 바로 합류하고 싶다.”

 

R3의 대응은?

이렇게 방대한 협력과 이를 통해 기대하는 상호 이익과 기술적인 진전을 생각하면 하이퍼레저와 EEA 관계자들이 모닥불이라도 피워놓고 둘러앉아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화합을 다졌을 것 같지만, 블록체인 분야는 그 어떤 분야 못지않게 경쟁이 살벌한 분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산업을 망라한 200여 개 회원사를 거느린 R3가 EEA, 하이퍼레저의 가장 큰 경쟁자로서 건재하다.

R3의 선임 플랫폼 엔지니어 마이크 헌은 최근 인터뷰에서 EEA와 하이퍼레저의 협업 발표를 예견했음을 암시하며, 둘의 연합이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에 유의미한 변화를 창출하기보다는 마케팅 이벤트에 가까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빌렌도프는 협업이 마케팅을 염두에 둔 것도 없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최종 사용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보다도 개발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며 헌의 지적을 반박했다.

“마케팅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건 개발자들이 우리 조직을 찾아오게 하는 마케팅이다. 각 산업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또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어디서 어떻게 이 흐름에 동참하고 이바지할 수 있을지 문을 좀 더 활짝 열고 싶었다. 협력의 흐름을 거부하며 계속해서 내 편 네 편을 갈라놓고 싸우고 싶다면, 그 또한 당신의 선택이다.”

이 전략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 EEA와 하이퍼레저 간의 연합은 R3나 다른 플랫폼들과는 대척점에 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레스닉은 그렇지만 R3도 분명히 초대했다고 거듭 말했다.

“나는 이미 합류를 요청했다. 그쪽에서 초대에 응할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나 레스닉은 R3가 “엄밀히 오픈소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하이퍼레저나 EEA와는 다르다며, 오픈소스와 오픈코어(open-core)는 다르다고 말했다. 오픈코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기업과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R3의 고객은 R3의 판매용 솔루션을 계속해서 구매해야만 한다. 반면 우리와 하이퍼레저의 솔루션은 판매가 목적이 아니다. 과연 두 가지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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