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가 공짜라는 착각부터 깨라

등록 : 2018년 10월 26일 06:30 | 수정 : 2018년 10월 26일 00:41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는 IT 대기업들의 막대한 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많은 블록체인 지지자들은 기업 중심적 플랫폼 대신 합의에 기초한 분산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소셜미디어를 구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한 장면.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실제로 분산화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스팀잇(Steemit)이나 암호화폐로 작동하는 블록체인 미디어 플랫폼 시빌(Civil) 등에서 일하는 일부 개발자들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이미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성공을 거두려면 개인정보, 신분 증명, 비효율성 등 개발자들이 먼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 이면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원칙은 망가진 시스템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핵심을 담고 있다. 이 원칙이 구현하는 틀이란 결국,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콘텐츠와 데이터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해당 콘텐츠와 데이터를 만든 이에게 더 많이 귀속되도록 하고, 반대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게이트키퍼는 그 가치를 덜 가져가게 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틀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문제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커다란 오해와 관련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다음의 트윗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메시지를 작성한 것은 다름 아닌 “트위터” 자신이다.

 

이 웹사이트가 무료라니 믿을 수가 없다.

미처 깨닫지 못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는 분명 트위터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사실 집합적인 의미에서 우리는 일종의 농장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해당 트윗은 트위터 사용자들끼리 공유하던 농담을 빌려 쓴 것으로,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우스꽝스럽게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갈 때 “이 웹사이트가 무료라니 믿을 수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적곤 했다. (대부분 사용자가 모바일 앱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지만, 여기서는 주장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시대착오적으로 “웹사이트”라 칭하도록 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웃을 거리를 공짜라고 여긴다는 사실은 인터넷 2.0 시대에 정보 거대기업들이 어떻게 사회를 (그리고 아마도 자신들이 “무료” 제품을 나눠준다고 믿고 있을 자기 직원들을) 속여왔는지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트윗은 문제의 본질로 곧장 연결된다.

21세기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데이터는 상품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상품이라는 개념이 그 문제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트위터 및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데이터라는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황금

데이터는 우리 시대의 황금이다.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것이 곧 가치를 창출해내는 이른바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서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마치 지금이 서부 개척시대인 양 거래되고 있다. 데이터는 밀매되고 무자비하게 취득되고 재포장되고 분류되어 다른 가치의 근원들, 즉 독자, 서비스, 법정화폐 등으로 거래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데이터상품 경제는 불투명하고 중앙집권화된 정보 수집∙공급업체의 지배하에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업체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로, 이 기업들의 앞글자를 따서 GAFA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우버(Uber), 넷플릭스(Netflix), 그리고 물론 트위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기업들은 또 다른 중앙집권화된 대규모 정보 통제자인 은행과 다를 바 없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 원칙, 즉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 문제에 적용된다.

목표는 이 데이터상품의 거래를 분산화하는 것, 즉 중앙집권적 조직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대안적 신뢰 모델을 구축해서 데이터 생성자가 데이터의 가치를 직접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비트코인에서 흔히 말하듯 스스로 (데이터) 은행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데이터 ‘채굴’

암호화폐와 관련한 다른 문제에 이를 비추어보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데이터상품은 “채굴”을 통해 존재하게 되며, 우리가 곧 채굴자다. 채굴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1)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 (트윗을 작성∙공유하고, 상태를 업데이트하고,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고, 댓글을 다는 것), 2) 중요하고 희소한 자원인 우리의 관심을 특정 콘텐츠와 광고에 할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대한 ASIC 농장을 가진 부유한 비트코인 채굴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계약 노동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광부에 더 가깝다. 지금 우리는 데이터상품을 채굴한 다음, 아무런 조건도 없이 중앙집권적 데이터 수집∙공급업체에 가져다 바친다. 그러면 이 업체들은 우리가 제공한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하고 재포장해서 자신들의 진짜 고객인 광고주에게 판매함으로 최종 가치를 뽑아낸다.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의 유명한 말처럼 페이스북의 사용자인 당신은 페이스북의 고객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상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플랫폼이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상품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엄선해서 제공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 정신과 유대감을 조성해 준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기업의 엄청난 평가액을 고려할 때, 그들은 우리의 데이터상품을 사실상 거저 “구매”하는 것이다. 그 가격이란 콘텐츠 구성과 공동체 경험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통제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로 자신만의 맞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는 믿음 속에 팔로워를 만들고 이웃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플랫폼의 알고리듬은 그러한 “자유로운” 선택권을 비웃는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서 뉴스피드(news feed) 디자인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일종의 반향실(echo chamber)을 만든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트위터는 구두쇠인 페이스북보다는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상품에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트위터의 뉴스피드는 덜 조작되었고, 날것 그대로의 트윗을 정직하게 시간순으로 나열한 것이었다. 반면 페이스북은 자사 광고판매팀이 “잠재 고객(like audiences)”이라 부르는 것을 창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추출해서 친구 사진과 기업 홍보글, 측면 광고 등을 교묘히 편집한 다음, 데이터가 남긴 흔적을 검토해서 해당 콘텐츠를 공유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게 보낸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광고주에게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반향실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에게 철저히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뉴스피드가 곧 러시아 첩보원이나 마케도니아의 10대들보다 훨씬 심한 “가짜 뉴스” 문제의 근원이다.

최근 들어 트위터가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뉴스피드를 조작하고, 페이스북은 정보 남용에 대한 대중의 손가락질로 알고리듬 왜곡을 축소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간의 격차는 다소 줄어들었다. 어쨌든 관심 경제 시대의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대부분 온라인 앱에서 이런 모델들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벤처캐피털이 투자자를 찾는 스타트업에 항상 빠지지 않고 집어넣는 질문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당신의 데이터는 무엇을 하는가?”

결국 우리의 과제는 데이터 생산자인 사용자들이 중앙집권적 데이터 수집∙공급 업체에 덜 의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서로의 데이터를 신뢰하고 개인적으로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좀 더 분산화된 디지털 경제를 창조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조작된 피드와 쇼핑 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추출할지에 대해 사용자가 더 많은 결정권을 갖게 되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모든 이들이 더 나은 경제적,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적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 개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보 흐름을 중앙으로 집중하려는 경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앙화를 통해 효율성과 네트워크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을 구현할 수 있다. 바로 합의에 기반한 분산원장에 암호화된 존재증명(proof of existence) 문서나 미디어 콘텐츠 저작권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게이트키퍼 없이도 콘텐츠를 P2P로 정확하게 전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구조에서는 정보를 만드는 이들이 더 많은 협상력을 갖게 되고, 데이터 상품의 가치가 더 합리적으로 분배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직접적인 현금 보상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로부터 더 나은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목표는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어떤 정보를 읽고 볼 것인지에 관해 사용자의 선택권을 증가시키고 페이스북 광고판매팀의 선택권을 축소하는 것이다.

더욱 분산화된 시스템에서 과연 정보가 어떻게 분류되고 배포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스팀잇 같은 플랫폼은 광고주의 관심사 대신 해당 커뮤니티를 반영하는 이야기가 적소에 배치되도록 장려하기 위해 암호화폐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 체계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운영해서 암호화폐를 보유한 큐레이터들의 관심사와 (대부분 자기가 선호하는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다) 독자들의 관심사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연구와 시험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분산화된 소셜미디어 솔루션을 현실화하려면 개인정보 및 신분증명과 관련된 장애물도 넘어서야 한다. 중앙 허가 기관 없이 로봇이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을 막고, 진짜 인간 사용자의 접속만 허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지금 시스템에서 블록체인적 마음가짐을 갖는 것, 즉 중앙집권적 게이트키퍼들이 어떻게 우리의 활동으로부터 귀중한 데이터와 정보를 일방적으로 추출하는지 예의주시하는 것은 개혁을 향한 중대한 첫걸음이다. 그래야만 적어도 자신들의 서비스를 “공짜”라고 뻔뻔히 내세우는 거대 소셜미디어에 거짓말하지 말라고 당당히 도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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