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17] 여왕의 판단

제17화: 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등록 : 2018년 10월 19일 18:56

링크는 1540년대 유럽으로 이어졌다. 더 파이브는 그 링크로 들어갔다. 중세의 한 유럽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두의 복장은 자동적으로 중세로 바뀌었다.

-관중들 묘사가 세밀해. 이건 금방 만든 게 아니야. 오랫동안 작업해 온 거지. 퍼스트도 유크로니아의 뿌리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었는지도 몰라.

민이 말했다.

-아니면 그냥 우리를 대충 속이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고. 이 정도의 셋업은 요즘에는 반나절이면 만들 수 있어.

T리가 말했다.

퍼스트의 아바타가 나타나서 아무 말 없이 마을을 걸어갔다. 중세시대의 복장으로 바꾼 그들은 모두 그녀를 따라갔다. 검은 옷을 입은 수도사들이 지나가고 마차가 지나갔다. 퍼스트는 한 수도사를 따라 갔다. 그 수도사는 도서관으로 들어가 한 책을 꺼냈다.

-이건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 초판본인 것 같아.

민이 인터넷 검색을 한 뒤 말했다.

수도사는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렸다. 금화에 나온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책에 끼워 넣었다.

환경이 바뀌어서 한 귀족의 성에서 한 사람이 유토피아 초판본을 열어보는 장면이 보였다. 책안에는 유크로니아 문양이 그려진 종이가 그대로 끼어져있었다.

-저 깃발은 우리 가문의 깃발이야. 그때는 베를루스 국이 아니라 동부 유럽의 한 성에 불과했지만 말야.

세라가 성 안의 가문 표시를 보고 말했다.

-저 사람 알아. 우리 조상 중에 프랑스 혁명에 심취해서 계급을 타파하는 운동을 하다가 살해당한 사람이야. 유토피아 운동이라고 했던가.

세라가 말했다.

 

-유토피아가 아니고 유크로니아 운동이었는지도 모르지.

 

민이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을테니까.

퍼스트의 아바타는 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퍼스트가 아는 것은 그게 전부인지 아니면 그 정도만 알려주고 싶어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조상들이 남긴 일기장이나 집사들이 남긴 기록물에서 유크로니아에 관련된 기록이 있나 찾아보면 될 것 같아. 우리 가문은 절대 기록물들을 버리지 않거든.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뿐이지.

 

세라가 말했다.

 

**

유크로니아 제네시스 블록 퀘스트는 인기로서는 대성공이었다. 수백년 전부터 전 세계의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고 그 정신이 온라인 유크로니아 운동으로 옮겨져 왔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어떤 유저가 재미있는 가설을 공유했어. 우리의 금화에 새겨진 상형문자와도 같은 코드 문양이 유크로니아 전체 문양에 동물의 DNA 염기서열 패턴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코드 같다는 거야. 호랑이, 새, 뱀,거북이 등이라는데.

-동물의 DNA 라… 설마. 주작, 청룡, 백호, 현무? 혹시 세라처럼 우리 조상들도 유크로니아 운동과 관계있었고,  이것이 대대로 물려내려온 것이라고? DNA 검사를 통해서 각자 확인해 봐야하는 거야?

T리가 말했다.

-아니, 만약 DNA로 우리를 선택했다면 우리 할머니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안티 유크로니아 조직을 꾸리신 것 같은데. 지금 베를루스 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어. 국가부도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국민 대부분이 유크로니아 시민인 베를루스 국이 잘못되면 유크로니아 잘못이 아니더라도 유크로니아에도 타격이 가겠지.

세라가 말했다.

-베를루스 국 사태부터 추이를 살펴보는게 순서겠군.

민이 말했다.

아성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멤버들에게 말해야 했는지도 몰랐다. 이번 공개 퀘스트는 유크로니아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자그마한 힌트는 주었지만 마훌대신 왜 T리가 대의원이 되었는지와 같은 알고리듬에 대한 것은 밝혀내지 못했다.

 

아성은 이미 인공지능 에이전트 분석을 통해 금화에 새겨진 문양이 DNA 염기서열과 유크로니아 문양이 절묘한 비율도 결합해 만들어진 코드라는것을 확인했고, 그 금화가 수백년 전에 처음 제작되어  수십 년 전에 뭔가가 추가로 새겨졌다는 것을 전문가 감정을 통해 조사해서 알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가 선택됐을까? 그리고 그 금화와 우리들의 관계는 뭐지?’

 

아성은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

 

-슈테나 성의 총비서관이 전해왔는데 안타깝지만 유토피아 혁명에 대한 자료는 지금 찾아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세라의 비서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슈테나 성의 총비서관이라면 내 측근인데.

 

-놀라시겠지만……

 

비서가 뜸을 들였다. 세라는 불안해졌다. 항상 직설적이라서 뜸을 들이는 성격의 비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슈테나 성이 U크리스티 경매에 올라갈 거라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그건 말도 안돼. 베를루스 국의 국보가 많이 포함되어있잖아.

 

세라가 믿을 수 없어했다.

 

-제 직감으로는 왠지 루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서가 말했다.

 

-할머니를 연결해줘요.

 

유능한 그녀의 비서가 ‘직감’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위장한다는 것은 이미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힌트였다. 세라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제가 계속 연결해봤지만 여왕님 쪽 비서진은 모두 어제부터 연결이 안되는 상태입니다. 왕가의 해외 펀드 자산상황 변동들을 알아보시는 편이.

 

세라의 비서가 말했다.

 

-이미 알아봤을 것 아니야. 결론만 얘기해줘.

 

세라가 한숨을 쉬었다.

 

-여왕님께서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하셨습니다. 지난 해 유크로니아에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이 늘고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면서 너무 낙관을 한 나머지 헤지펀드와 고수익률에 리스크가 높은 단기 해외 투자상품에 너무 많이 빚까지 내가며 투자하셨어요. 수수료 수익이 낮아지면서 이자상환에 하나둘 씩 구멍이 날 예정이라서 아마도 급히 국가의 보물들을 경매에 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슈테나 성만은 가만 두실 줄 알았는데……..

 

비서가 말했다.

 

-국정화폐 환율은?

 

세라가 눈을 감았다.

  

-참담합니다.

 

비서가 말했다.

 

***

 

베를루스국 수도 번화가에 위치한 노란색의 눈하르트성은 20세기에 만들어진 성이었다.  비교적 현대적인 시설이라서 여왕이 집무실로 쓰고 있었다.

 

-여왕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

 

비서관이 말했다. 비서관실 까지는 어떻게 들어오긴 했지만 여왕집무실 문을 여는 것은 어려웠다.

 

-랜스가 있으면 할머니도 여기 계신다는 거겠죠. 만약 안 계시면 랜스는 제가 잠시 돌볼게요.

 

세라는 샴고양이 랜스의 흰 털을 쓰다듬었다.     

 

랜스가 사라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비서관이었다. 랜스는 테스 여왕에게 자식과 다름없었다.

 

비서관은 조용히 테스에게 알린 뒤 집무실 문을 열었다. 막무가내인 세라 공주가 랜스를 어떻게 할지 정말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라는 쿵쿵거리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20세기 초반 풍의 화려한 집기들이 집무실 안에 가득했다. 히틀러가 아꼈다는 책상과 비스마르크가 사용했다는 책장이  새로 들어왔다. 여왕의 취향은 세라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세라는 둘러보지 않고 그대로 여왕에게 향했다.

-평소에 그렇게 친하게 지내시는 에너지기업들과 이웃 나라에 해외원조를 구하실 수 있잖아요.

 

세라는 좀 흥분해있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시간이 걸려. 절차도 있고. 감사까지 해서 길면  삼년 까지도.

 

여왕이 말했다.

 

-그럼 원조를 유크로니아 블록체인 시스템에 올리면 되잖아요. 모든 게 빨리 처리될거에요.

 

-유크로니아 국민들이 나라를 사실 상 부도를 낸 나를 용서해 줄까? 그리고 그들이 무슨 힘이 있고, 무슨 돈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거냐. 당장 달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유크로니아는 몰라도 베를루스는 디폴트 선언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 왕가의 운명도 끝이지.

 

-왕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왕가가 없으면 국민도 없어. 우리가 중심을 가지고 잘 버텨야돼. 지금 이런 걸로 싸울때가 아니야. 베를루스의 경제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어.

 

-그러니까요. 할머니가 단지 소유물로만 생각하는 그 국민들이 우리를 살려줄 거에요.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지 않고도요.  유크로니아에 정착한 대다수 베를루스 국민들은 모두 유크로니아의 성장과 함께 힘을 키웠어요.

 

-좋아, 그들에게 힘이 있다고 쳐보지. 하지만 민중은 신뢰할 수 있는 거래처가 아니야.

 

-그들의 판단을 한번 믿어보세요. 대신 진정성있는 사과가 필요하겠지만.

 

-민중은 트렌드에 따라 움직여.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이나 가문의 리더들이 가진 냉철한 판단력은 일순간의 트렌드에 좌지우지되지 않아. 우리는 장기목표들이 있지. 우리의 판단력은 오랜 기간의 훈련으로 만들어진 자질이야.

 

-그런 냉철한 판단력으로 국가부도를 만드셨죠. 슈테나 성을 경매에서 내리세요.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야. 앞으로 12시간이면 경매 낙찰자가 나올거야. 이미 다른 왕가보물들도 경매에 올라가고 있지. 경매에 참여할 사람들도 이미 정해놓았어.

 

-설마 베른에도 국보를 팔 생각이에요?

 

세라는 기가막혔다. 자신의 나라를 강점해서 수많은 피해를 줬던 이웃나라 베른국과는 문화재 상환문제로 아직까지도 분쟁중이었다.    

 

-너도 좀 더 냉철해지도록 해.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어. 급한 불은 꺼야지.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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