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18] 국보는 누구에게 낙찰되었나

제18화: 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등록 : 2018년 10월 26일 21:41

-슈테나 성이 유크리스티에 올라왔어.

블루존 내의 한 협동조합의 공통게시판이 시끄러워졌다.

 

블루존은 오프라인의 수많은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의 시스템이 블록체인 온라인으로 옮아간 성공적인 사례였다.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의 가치에 대해 보상을 받았고, 좋은 글이나 상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그 실적을 토큰화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토큰들을 이용해 여러 상품 또는 서비스, 자산 등을 거래할 수 있는 수 많은 거래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 유크리스티는 경매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블루존 최고의 명물 중 하나였다.

 

유크리스티에는 없는 물건이 없었다. 초기에는 마니아들의 물건들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다가 큰 곳이었지만, 블록체인 계약의 강점 때문에 지금은 야구구단이나 유럽의 성 등 경매에 잘 드러나지 않던 건들도 많이 나타나서 온오프라인을 통틀어서 세계 최고의 경매장이 되었다.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슈테나 성이 경매에 올라오자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믿지 못했다. 슈테나 성이 갖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제작한 다수의 작품 들을 포함하여  명화들과 고풍스러운 가구, 진기한 소품과 역사적인 가치가 그득한 기록물 등. 이런 진귀한 물건들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슈테나 성을 사겠다고 경매에 도전할 수 있는 이들은 전 세계에 드물었다.

 

공통게시판에서는 ‘‘베를루스 성은 다른 나라 사람이 사갈 수 없다.’라는 게시글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 유크로니아 내에는 베를루스 국민이 많이 포진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자유의 여신상도 올라오는 거 아냐? 그건 얼마나 될까?

-미국이 왜 그걸 팔겠어? 베를루스 여왕의 행동은 이해가 가.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네가 베를루스 국민이 아니니까 그렇지. 경복궁이 외국에 팔린다고 생각해봐. 아랍부자나 사겠지. 국내에서 살 사람이 있겠어?

 

입찰자가 나타난 것은 마감 8시간 전이었다. 이웃나라의 에너지기업인 메테른이었다. 유일한 입찰자인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적절했다. 만약 다른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슈테나 성은 이웃나라의 소유가 될 거였다. 여왕은 조건부로 슈테나 성의 관리를 베를루스 국이 맡는다고 했지만 국민들이 안을 패배감은 변함이 없을 거였다.

-낙찰시간 7시간 남음.

-낙찰시간 6시간 남음.

게시판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말도 안 돼. 익명 조합 소속의 베를루스 조합이 입찰자로 떴어.

-누가 한 거야? 자금도 없을 텐데. 메테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어.

익명조합은 일종의 마니아 물건 거래소였다. 회원들끼리 물건을 물물교환하듯이 주고 받거나 공동구매를 하는 곳으로 유크리스티 경매처럼 세계적인 예술품 들이 올라오는 경우는 적었지만, 전 세계의 수 많은 마니아들이 다양한 물건을 거래했기 때문에 거래 건 수로는 단연 최고의 거래소였다. 다만 거래되는 물건들의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상류층이나 고고함을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 거래소를 매우 하찮게 생각했다. 베를루스 조합은 베를루스국의 한 청년이 몇 시간 전에 익명조합 내에 급조해서 만든 조합이었다. 그 조합의 회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잠시 후였다.

 

-익명조합이라고? 중고거래소나 마찬가지잖아. 장난으로 입찰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텐데.

 

테스는 어이없어 했다.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회원들이 상당한 금액을 보태고 있습니다.

 

비서관이 말했다.

 

-흠 … 전 국민이 돈을 보태서 국보를 되 산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테스가 창밖을 보며 멍하니 말했다.

 

-그럼 홍보부서에 지시를 내릴까요?

 

비서관이 물었다.

 

-지금 당장해. 그 뭔지 하는 조합의 탄생을 축하하고 나도 조합에 들었다고 홍보하도록.

 

-만약 메테른에게 낙찰된다면요?

 

-상관없어. 내 처지로는 둘 다 같아.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처리하도록 하지.

 

테스는 고양이 랜스를 안아올렸다. 갑작스러운 테스의 손놀림에 놀란 랜스가 몸을 진저리쳤다.

 

-괜찮아. 랜스. 아무 일도 없어.

 

테스는 조심스럽게 랜스의 털을 쓰다듬었다.

 

***

 

베를루스 국의 국민들의 호응이 컸다. 유크로니아 내에서 많은 유크로늄을 보유하고 있던 그들은 아직 오프라인에서는 백퍼센트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유크로늄을 슈테나성에 기부 아니 투자하기로 했다. 베를루스인들의 유크로늄 보유량은 세계적이었다.

슈테나 성이 익명조합 ‘베를루스’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이 뉴스 헤드라인들을 잠식했다.

그 소식과 함께 슈테나 성의 최고 관리인이 도피했다는 소식이 뉴스에 올랐다.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그는 슈테나 성을 메테른 국에 넘기려고 편의를 제공했고 슈테나 성의 소유주였던 세라 공주의 부모의 암살과도 연결되었다는 정보가 있어요.

 

베루소만큼 유능하고 더 많은 정보원들이 모인 유크로니아 정보국에서 여러 제보들이 나왔다.

 

-세라도 이제 조용히 있을 수 없겠는데. 입장 정리를 어떻게 하지?

 

T리가 더 파이브 멤버들에게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정보를 더 찾아서 검찰에 기소하는 수밖에. 그리고 공정한 수사를 기다린다는 말밖에.

-여왕의 동태는?

 

-아직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어.

 

-너희도 정말 여왕이 그를 시켜서 살해했다고 생각해?

 

T리는 안절부절했다.

 

-당연히 아니지.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 문제는 이 시점에 왜 저런 제보가 나왔냐는 거야.

 

아성이 말했다.

 

여왕이 내놓은 다른 국보급 물품 들에도 익명조합이 입찰하기 시작했다.

유크리스티 경매에 자주 들르는 마리도 그런 소식을 놓치지 않았다. 베를루스국은 먼 나라였지만 이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유크로니아인이라면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마리는 유크리스티 경매에 오르는 재미있는 물건들의 사진을 이용해서 배경앱으로 만들었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었고, 이야기가 있는 상품들이었다.

배경앱 아티스트로서 마리는 보람도 있고 성과도 얻었지만 다른 아티스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다. 한 번 사기에 당한 마리는 멀리서 냄새만 맡아도 알았지만 다른 소설가, 화가 같은 친구들은 규모가 크지 않은 블록체인 소설 플랫폼, 그림 플랫폼에서 제안을 받고 저작권이 종속되거나, 투자금을 몰수당하기도 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류가 생각났다. 사기를 당하고 자살한 류. 까딱했으면 류의 운명이 자신의 운명이 될 뻔했다.

-잘 있으시죠?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만 도착한 현우의 메시지를 받고 마리는 회상에 잠겼다. 현우는 류의 동생이었다.

류의 장례식에는 손님 세 명이 왔다. 동료들이 반차를 쓸 수 없어서 그의 동료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스물세 살에 죽은 그의 생애는 단 세 단어로 요약된다. 학교, 집, 공장. 지구상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현재, 그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불행은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을 것이다.

류는 탈북자 어머니와 아시아의 가난한 독재국가인 체루에서 한국에 공장노동자로 일하러 온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들이 셋이었고 팔을 다친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없어서 생계를 위해 체루로 돌아갔고 류는 남았다. 그것이 실수였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송금해서 체루에서 일가를 키우려던 계획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송금수수료가 너무나 비싸고, 시일이 오래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브로커를 통했는데 브로커들이 말썽을 피우는 일이 잦았다. 암호화폐에 대해 들은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마리와 함께 코인사기에 휘말려 들어가 많은 빚을 졌다. 류에게는 조언을 해줄 사람도 없었고 그가 생각해낸 최고의 선택지는 죽음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 쉬고 싶었다. 그래서 퍼스트가 쪽지를 민에게 전달한 뒤 다시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했을 때도 찾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인생에 한방은 없다는 것. 류는 자신의 동생들이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았다.

 

류의 동생인 성우와 진은 형과 생각이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공장, 학교, 집을 오가는 삶을 살았다. 현우는 이를 믿지 않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가출을 선택했다.

그런 현우에게서 연락이 온 거였다. 마리에게는 현우의 메시지가 마음속에서 다음과 같이 읽혔다.

 

-잘 있으시죠? 저는 잘 있지 않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마리는 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없는 계정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마리는 생각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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