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우리의 노동과 데이터 주권을 뒤바꿀 것이다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_#9] 김휘상 해시드 CIO

등록 : 2018년 11월 3일 17:24

2018년 10월31일 ,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가 세상에 나온지 꼭 10년이 됐습니다. 9페이지 짜리 짧은 논문이 지난 10년 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비트코인 백서 공개 10주년을 기념해 한국 블록체인계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글을 모아 연재합니다. 아홉 번째 글은 김휘상 해시드(Hashed) 취고투자책임자(CIO)가 보내온 글입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에서 이력을 쌓은 김 CIO는 지난해 여름 한국 대표 크립토 투자사로 손꼽히는 해시드를 공동창업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항상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2015년 해외 매체를 통해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해외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당연히 오프라인상의 만남과 심도 있는 토론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15년 7월 구글 캠퍼스에서 한국에 거주중인 외국인들이 ‘서울 비트코인 밋업’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신청을 완료했던 기억이 난다.

2015년 7월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서울 비트코인 밋업 현장. 사진=김휘상 제공

 

당시는 블록체인은 물론 비트코인도 전혀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 행사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었고 실시간 해외 비트코인 결제 시연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흔하게 보고 접할 수 있는 비트코인 기반 스타트업들의 피칭을 들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일은 행사 이후 가진 회식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필자가 회식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하였고, 다른 외국인 참가자들이 회식비를 보내기 위해 나에게 비트코인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당시 비트코인 지갑이 없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국내 거래소 지갑을 생성했고, 당시 한국인들 중에서는 손에 꼽을만큼 이른 시기에 비트코인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었다.

비트코인을 실제로 사용해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비트코인 너머의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앙화된 회사 없이 P2P로 안전한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랍고 신기했다. 그 후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더욱 적극적으로 비트코인톡(Bitcointalk)이나 레딧(Reddit)과 같은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날마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전 세계 블록체이너(Blockchainer)와 교류했다. 한국인들과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스터디하고 있던 몇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공부할수록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2017년 여름,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던 우리는 결국 블록체인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때 함께한 사람들이 바로 김서준 대표를 비롯한 현재 해시드의 창립 멤버들이다.

지난 7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기간 중 열린 ‘해시드 나잇(Hashed Night)’ 현장. 사진=해시드 제공

비트코인과 도전자들

비트코인이 가진 본질적인 내재 가치는 ‘제 3자가 개입할 수 없는 탈중앙화된 가치의 교환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매료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탈중앙화된 가치 교환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이용되었고, 비트코인은 최초의 상용 사례로 세상에 소개되었다.

비트코인이 없었더라면 현재 블록체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현재 기업 내에서 사용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수준으로만 상용화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퍼블릭 블록체인의 대중화도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는 아무리 매력적인 기술이라도 자본과 시장이 없으면 제대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지금의 블록체인 생태계는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트코인에서는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블록을 생성하고, 그 블록이 다른 채굴자들에게 인정되면 채굴보상을 받게된다. 또한 비트코인을 거래의 수단으로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채굴자로부터 비트코인을 구매하게 한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을 통해 실물 경제의 자본이 블록체인 시장으로 유입되었고, 그 결과 개발자를 포함한 전체적인 생태계도 함께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트코인은 퍼블릭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구현할 수 있는 블록체인 2.0 기술인 이더리움 개발에도 공헌했다. 비트코인도 스크립트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나 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투자자와 개발자가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퍼블릭블록체인과 DApp에 집중하게 되었고, 전반적인 블록체인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이더리움 Dapp들이 실생활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더리움은 샤딩과 캐스퍼를 통해 스케일링을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나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와 동시에 EOS나 온톨로지처럼 이더리움이 당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퍼블릭 블록체인들의 연구와 검증이 활발하게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김휘상 해시드 CIO. 사진=해시드 제공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세상

블록체인은 분명 현존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은 ‘노동 시장의 혁신’과 ‘개인 데이터 주권’의 회복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이익을 소수의 주주만 취득할 수 있다. 정작 실제로 회사의 발전을 견인하는 주체인 임직원과 그 회사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은 이익 배분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블록체인이 경제 시스템의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회사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개인이 생성하는 가치와 기여도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인센티브를 배분받게 될 것이다. 고용주와 고용자로 정의되던 전통적인 조직 관계를 탈피하여, 누구나 프로토콜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여한만큼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유연한 노동모델도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우버와 에어비엔비가 드라이버와 호스트들을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주식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를 한 것 또한 새로운 인센티브 시스템의 초기 모델로 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기술은 소유한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권한을 지켜줄 수도 있다. 인터넷이 인류에 보급된 이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초대형 인터넷 기업은 줄곧 개인(사용자)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독식하고 있다. 우리는 무료로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사용자는 개인이 생성해 내는 데이터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데이터의 가치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등장으로 인해 점점 상승하고 있고, 데이터를 활용해 인터넷 공룡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이미 수십조원에 달하고 있다. 앞으로는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을 통해 개인이 생성해 내는 데이터의 가치는 기업이 아닌 사용자의 합의에 의해 가치가 책정될 것이고,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데이터 독점화로 인해 발생하는 해킹 및 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 등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초창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들은 이미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실제로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탈중앙화된 토큰 인센티브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프로토콜인 ‘TTC 프로토콜’과 같은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TTC 프로토콜은 사용자들이 생성해 내는 가치가 사용자들에 의해 직접 결정되고, 이에 따른 보상을 분배하며, 자체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통해 공동의 비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에 개인이 기여하는 가치만큼 다시 되돌려주고자 하는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기회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다음으로 찾아온 거대한 기술적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바꿀 것이고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기축 통화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최초의 애플 컴퓨터라고 불리는 매킨토시 128K처럼 기념 용 소장의 대상에 불과한 존재로 남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비트코인이 일으킨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한국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제언하고 싶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블록체인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소수의 블록체인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 교육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이 산업에 뛰어든 필자 또한 해외의 새롭고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국내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지난 7월 해시드가 주최한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를 통해 수많은 해외 블록체인 기업이 한국을 방문하였고, 많은 발전적인 교류가 일어났다. 앞으로도 건강한 국내 커뮤니티를 만들고, 해외 프로젝트와 국내 개발자를 연결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북미 시장에 한국의 훌륭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출시켜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과 글로벌 시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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