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이 유저 데이터 모으고, 데이터가 콘텐츠 만든다

[인터뷰] 왓챠 박태훈 대표, 원지현 COO

등록 : 2018년 11월 21일 17:37 | 수정 : 2018년 11월 21일 18:04

왓챠(프로그램스)는 이용자들이 자진 납세한 데이터를 먹고 자랐다. 영화 평점 어플리케이션 ‘왓챠’는 출시 첫 해인 2013년만 해도 영화광들이 취향을 겨루는 마이너 무대였다. 이용자들이 각자 ‘인생 영화’를 공유하면, 개인별로 축적된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했다. 이용자가 점차 늘고, 쌓인 데이터의 양이 늘면서 추천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2016년 왓챠는 월정액 VOD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내놓았다. “당신이라면 이런 영화를 좋아할 것 같아요”하고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트리밍까지 해 주기로 한 것. 이용자들 사이에 ‘왓챠’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이미 두터웠던 덕분에, 왓챠플레이는 금세 ‘한국판 넷플릭스’라 불릴 만큼 자리를 잡았다. 올해 7월엔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00만 건을 돌파했다.

왓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콘텐츠 프로토콜’은 지금의 왓챠를 있게 한 이용자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다. 박태훈 대표, 그리고 콘텐츠 프로토콜을 이끄는 원지현 COO를 만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시작 배경을 자세히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블록체인을 통한 보상 시스템이 없을 때도 왓챠 이용자들은 자기 데이터를 기꺼이 제공해 왔다.

박태훈 왓챠 대표 (이하 ‘박’) “올초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는 ‘너희 내 데이터로 비즈니스 하는데, 내가 얻는 건 뭐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답해야 했다. 서비스의 성공에 기여하는 이용자에게 보상이 주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계에 고민이 많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대형 사업자가 (블록체인을) 먼저 적용한다면 순식간에 ‘스탠다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왓챠는 전체 구성원이 40여 명인 작은 조직이다. 왓챠가 변화를 주도해 적은 비용으로 회사를 널리 알린다면, 해외 확장이나 콘텐츠 영역 확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선제적 투자 개념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 사진=정인선

원지현 왓챠 ‘콘텐츠 프로토콜’ COO (이하 ‘원’) “현재 이용자들은 무형의 인센티브만으로 플랫폼에 기여한다. 지금 당장은 어색하지만,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 지불을 받는 게 당연해지는 시대가 올 거다. 보상 구조를 잘 짜면 잘 짤수록 기존 참여자는 더 열심히 참여하고, 새로운 참여자도 더 유입될 것이다.”

이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고자 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욕구가 크다는 것을 어떻게 실감했나?

“올해 상반기 헐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들을 돌았다.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왓챠플레이 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다.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데이터를 다 독점해 왔는데, 이제는 아예 그 데이터를 갖고 직접 콘텐츠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공통으로 했다.

 

넷플릭스는 실제로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러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작했다’고 홍보 한다. 올해 5월 넷플릭스 시가총액이 디즈니를 넘은 건 상징적 사건이다. 결국 콘텐츠 산업도 ‘데이터 드리븐’ 산업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동안 콘텐츠를 만들어 온 이들에겐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 전혀 없다. 영상 콘텐츠 시장뿐 아니라 음악과 웹툰 등 다른 분야에도 이같은 욕구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왓챠 원지현 COO. 사진=정인선

콘텐츠 제작자는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나?

“기본적으로는 (콘텐츠) 소비 데이터다. 어떤 인구집단이 어떤 콘텐츠에 잘 반응하는지, 어느 구간에서 쉽게 이탈하는지 등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그런데 분석을 어느 수준까지 해서 대시보드에 올릴지, 그리고 어떤 데이터가 제작 측면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인지는 현재 연구 중이다.”

‘이런 게 잘 된다더라’하는 데이터가 오히려 콘텐츠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들 위험은 없을까?

“뾰족한 무언가가 없는 흐리멍텅한 콘텐츠는 잘 안 된다는 걸 제작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하지 않는다. 어떤 게 뜨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누구도 만들 수 없다.”

굳이 블록체인 기술까지 써야 하나?

“믿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블록체인이라고 봤다. 플랫폼이 아무리 투명하게 공개한다 해도 누가 믿겠는가. 또 공개한다고 치자.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우리만 볼 거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한 번 블록체인에 올라간 정보를 아무도 못 보게 막을 수는 없다. 또 블록체인에 기록한 데이터는 우리 회사가 망한다고 해도 계속 남는다.”


이 기사는 월간 <한국영화> 2018년 11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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