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 파이브_#23] 각오해, ‘제2의 비트코인SV’가 살아남지 못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등록 : 2018년 12월 14일 16:07

그림=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유크로니아호를 출항시킨 주역이자 레드존의 핵심을 구성하는 베를루스국의 여왕 테스와 그녀의 손녀 세라 사이에 묘한 긴장감과 가치관의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결국 유크로니아를 이용한 권력 및 경제력 장악의 꿈을 꾸던 테스 여왕의 실각과 함께 베를루스국과 유크로니아에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다. 잠잠한 듯 보였던 블루존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온다. 새롭게 개량된 PoW의 이상을 우회한 중국의 ‘작업장’에 갇혀서 학대당하던 현우는 <더 파이브>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예기치 못한 도전에 봉착한 블루존의 상황에 대해 한 민은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

 


-예정대로 하드포크를 해야될 것 같아. 해시전쟁의 방식으로 …

 

한 민이 말했다. 현우를 탈출시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유크로니아 블루존에서 암약하고 있는 여러 농장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나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그는 느끼고 있었기에 아성 등과 함께 하드포크를 이미 논의한 뒤였다. 그렇지만 아성이 언급한 것처럼 하드포크를 해시전쟁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 비트코인을 몰락시킨 마이닝 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했던 완전히 새로운 진정한 형태의 PoW가 인신을 구속하고 컴퓨터 작업과의 코디네이션을 강제화하는 더욱 악랄한 ‘농장’의 탄생을 유도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심한 자책감까지 들었다.

 

인류는 이익에 대해서 만큼은 언제나 상상하지 못할 만큼 영악했다. 초기 컴퓨터 연산 중심의 PoW를 설계했던 사토시 나카모토가 전용 ASIC 칩을 이용한 거대한 마이닝 풀의 탄생과 이들에 의해 비트코인이 농락 당하고 몰락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듯이, 민도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뭐라고? 아성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들었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선택 아니야?

 

R이 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블록체인 기술의 시초가 되었던 비트코인이 현재와 같이 단지 골동품과도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밖에 취급받지 못하게 된 것에는 2018년 말에 있었던 비트코인 캐쉬의 하드포크를 하면서 우지한과 로저 버 등이 동맹을 맺은 비트코인ABC 진영과 자신을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한 크레이그 라이트가 주도한 비트코인SV 가 총성없는 해시전쟁을 벌이면서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했던 사건의 영향이 컸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하드포크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은 서로 다른 비전과 시스템을 위해 깔끔하게 갈라서는 클린 스플리트(clean split)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동원가능한 컴퓨팅 자원을 이용해 해시전쟁을 통해 정면으로 대결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자칫 비트코인 캐시 전체 시스템을 박살낼 수도 있는 무모한 도박을 하였다.

 

결국에는 세에 불리를 느낀 비트코인SV가 독립된 길을 선택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탈중앙화를 외치고 탄생한 블록체인 시스템이 실제로는 몇몇 마이닝 풀을 장악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선택지에 따라서는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실제로는 중앙집중화된 국가나 기업들보다도 독재에 가까운 전횡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이상론이 저물고, 아울러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으면서 암흑기가 찾아왔다. 그런 역사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금기어나 마찬가지인 ‘해시전쟁’이라는 단어를 꺼내다니!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아픈 역사의 교훈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 그렇지만, 지금은 전쟁을 하는 수 밖에 없어. 농장들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방치하면 유크로니아 블루존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다수의 민중들이 넘쳐나는 디스토피아가 되고 말거야

 

-너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미 블루존은 우리의 것이 아니아. 이 시스템은 런칭하는 순간 누구나 참여하고 정해진 규칙과 알고리즘에 의해 모두가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알고 있잖아? 비록 악용사례가 나왔다고 해서 그렇게 위험한 선택을 할 수는 없어!

 

-R. 너의 걱정을 충분히 알아. 그렇지만, 레드존의 베를루스 왕국에서도 봤듯이 현재 암약하고 있는 농장들이 우리의 선택에 반기를 들고 하드포크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선량한 개인들과 커뮤니티들이 모두 우리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들을 무력화할 수 있어! 그들의 판단을 믿고 진행해보자.

 

-알았어. 준비해보지 … 그러면 그룹지어진 노드에서 과도한 중앙집중적인 연산과 노동력이 일반적인 노력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거나, 외부 신고가 있을 경우 잠시 해당 노드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감사를 하는 방식이면 되겠지? 기본적으로 아성의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 이건 아성한테 부탁하기로 하지. 이미 하드포크에 대한 구상을 홍콩에서 아성이 먼저 이야기를 했으니 준비가 되어 있을거야. 근데 이거 발표하자마자 농장들이 들고 일어나겠는데?  

 

-그건 각오해야지. 그들은 독자적으로 하드포크를 하거나, 아니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를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할거야. 우리는 우리의 우려를 최대한 알리고, 가능한 많은 노드들이 동시에 우리 소프트웨어 하드포크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도록 해야되. 그리고, 농장 진영의 노드들이 사실 상 아무런 활동도 못할 정도로 세력을 쭈그러트려서 와해시키지 않으면 이 전쟁은 승리한 것이 아니야. 그들이 비트코인SV 같이 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 유크로니아에 커다란 흠집이 남는 셈이니 … 어렵지만 할 수 있겠지?

 

– 좋아.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해내는 것이 우리들의 특기잖아, 한 번 해보자고 …

 

한 민과 R, 그리고 C는 마치 퍼스트의 제안을 받아 블루존의 프로토타입을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대수술 작업에 들어갔다.

 

*

 

-너의 옛 연인이 우리들의 거대한 계획을 다시 방해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중국 상하이에 자리잡은 유크로니아 블루존 최대의 웨어러블 컴퓨터 판매 브랜드인 유크로메인(Uchromain)의 CEO인 로저 한이 새롭게 개발한 양손장갑형 증강현실 컴퓨터를 실험하기 위해 런닝머신에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면서 묘령의 여인에게 말을 건냈다.

 

-그 사람은 순수하니까. 인간들은 언제나 이렇게 적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 뿐이죠. 그리고 그 덕분에 파멸하구요. 별로 과거에서 배우는 것이 없어요.

 

마리였다. 한 민을 나락에 떨어뜨렸던 마리는 유크로메인이 만든 웨어러블 컴퓨터 장비들을 이용해 컴퓨터 연산과 노동력을 결합한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설비와 운영 노우하우 등을 교육하고 이를 전파하는 영업을 총괄하는 부사장 역할을 맡고 있었다. 현우가 발견된 농장도 이들의 설비를 이용해 거대한 수익을 얻었던 곳이었다.

 

-그런가? 그런데 지금 소문이 좋지 않아. 만약 하드포크가 소문대로 진행이 된다면, 우리들의 사업은 끝이야!

 

-걱정말아요. 수 많은 농장들이 우리의 장비를 이용해 유크로니아 블루존의 노드들을 장악하고 있고,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해시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요. 최악의 경우라도 우리들 만의 독자적인 체인을 유지하면서 경제 시스템을 돌리면 되니까.

 

-좋아. 마리의 수완을 이번에도 믿어보지. 기술이야 내가 개발하고, 우리 장비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도 내 몫이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믿고 따르게 만드는 ‘블랙 스완’의 영업력이 우리의 지금까지의 성공을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 없으니!

 

유크로니아 블루존은 조용한 것처럼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시전쟁은 이렇게 조금씩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고 있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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