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코인부자 된 영화덕후들이 기대하고 걱정하는 것들

[르포] '왓챠, 콘텐츠 프로토콜을 만나다' 행사

등록 : 2018년 12월 20일 11:50 | 수정 : 2018년 12월 20일 13:55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왓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콘텐츠 프로토콜’을 취재했다. 당시 원지현 콘텐츠 프로토콜 대표 겸 왓챠 COO는 “퍼블릭 세일 진행 여부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11월 29일, 콘텐츠 프로토콜 블로그와 ‘왓챠’ 및 ‘왓챠플레이’ 어플리케이션 공지사항에 “퍼블릭 세일을 시작한다”는 알림이 올라왔다. 이어 콘텐츠 프로토콜 측은 오는 1월 퍼블릭 토큰 세일 개시와 함께 왓챠 및 왓챠플레이 이용자 450만 명 가운데 100만 명을 대상으로 에어드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왓챠 이용자의 CPT 보상 사례. 사진=이은솔 제공

 

퍼블릭 토큰 세일 첫 날인 11일 왓챠 및 왓챠플레이 이용자에게 일제히 알림이 갔다.

“왓챠플레이 활동에 대한 보상을 시작합니다!”

안내된 링크에 접속하면 각자 받을 수 있는 CPT 토큰 개수와 ‘1CPT=약 2원’ 기준으로 환산한 예상 원화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익스트림무비’와 같은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각자 받을 수 있는 CPT 양을 인증하는 글이 줄이었다. 이어 일부 이용자의 메일함엔 “특별한 행사에 초대된다”는 초대장이 날아왔다. 에어드롭 대상자 100만 명 가운데 상위 0.03%, 단 300명을 초대한 특별 행사였다.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다녀왔다.

CPT 보상 대상자 이은솔 씨가 받은 이벤트 초대 메일. 사진=이은솔 제공

 

콘텐츠 프로토콜은 그동안 왓챠 및 왓챠플레이 서비스로 이미 두터운 이용자층을 확보해 뒀다는 점을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원지현 왓챠 COO 겸 콘텐츠 프로토콜 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 (콘텐츠 프로토콜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에 걸맞게 이날 행사엔 ‘에어드롭’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조연주 왓챠 마케팅팀 매니저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는 기존 왓챠 서비스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한 호텔에서 기존 왓챠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 프로토콜(CPT) 에어드롭 행사가 열렸다. 사진=왓챠 제공

지난 12월 14일 서울 한 호텔에서 기존 왓챠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 프로토콜(CPT) 에어드롭 행사가 열렸다. 사진=왓챠 제공

 

원지현 대표는 “(이날 행사에 초대된 300명이) 결국 콘텐츠 프로토콜 참여자가 될 분들이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에반젤리스트(전도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왓챠에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은 대가로 토큰을 지급받게 된 이용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느꼈을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취업준비생 이은솔 씨는 “이전까진 블록체인 기술이나 암호화폐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국내에선 ‘사기’라는 인식이 크지 않나. 아무나 코인을 만들어서 (거래소에) 상장한 뒤 ‘먹튀’ 하는 그런 걸로만 알았다. CPT 토큰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신기해서 관련 기사를 조금씩 찾아보게 됐다. 왓챠가 원래 (토큰을) 안 줘도 되는 건데 (플랫폼 성장에) 기여한 사람에게 그 몫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이전까지 공감이 잘 안 되던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나 민주화 개념을 조금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이번에 약 12만 5천 CPT를 받게 됐는데, 수능에서 못 받아 본 인생 최고 성적이다. ‘(퍼블릭 세일 당시 기준 약 2원인) CPT 토큰 가치가 개당 100원으로만 올라도 부자가 된다’고 친구들과 농담했는데, 사실 그보다는 CPT 토큰으로 ‘왓챠플레이’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혜진 씨는 “그냥 영화가 좋아서 왓챠의 서비스를 이용해 온 건데, 예상하지 못한 보상을 받게 돼 뿌듯하다. 암호화폐의 개념을 잘 몰랐는데 행사에 초대받고 나서 한 번 찾아봤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를 많이 남겨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육승훈 씨는 “약 13만 CPT를 받게 돼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했는데, 전체 유저 중 300등 안에 들었단 건 몰랐다.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뭔지도 잘 몰랐는데 초대를 받아 얼떨결에 왔다”고 말했다. 육 씨는 “CPT 토큰으로 무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느냐”는 물음엔 “현금화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며 “CPT 토큰 가치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지난 14일 열린 콘텐츠 프로토콜 에어드롭 행사 참가자들에겐 '왓챠플레이' 이용권 등 기념품이 지급됐다. 사진=왓챠 제공

지난 14일 열린 콘텐츠 프로토콜 에어드롭 행사 참가자들에게 ‘왓챠플레이’ 이용권 등 기념품이 지급됐다. 사진=왓챠 제공

 

블록체인 기술에 비교적 익숙한 이용자도 있었다. 대학원생 이승훈 씨는 “공대에서 데이터베이스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다만 토큰 사용처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화폐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할텐데, 콘텐츠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스팀잇 등 기존 프로젝트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고 수집한 콘텐츠 시청 데이터를 제작자와 나눈다는 구상에 관심을 보이는 이용자도 있었다. 화가 겸 배우 박수지 씨는 “예술가들이 ‘나는 예술가니까 잘 났어’ 하는 태도를 버리고 관객과 능동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콘텐츠 프로토콜이 그런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앞으로 (영화뿐 아니라) 공연, 전시 등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지현 대표는 “책을 자주 읽지는 않아도 나와 영화 취향이 잘 맞는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라면 기꺼이 읽으려는 이용자들이 있다. 왓챠가 최근 도서 분야로도 서비스 영역 확장을 꾀한 이유다. 다른 분야로의 확장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원지현 왓챠 COO 겸 콘텐츠 프로토콜 대표가 콘텐츠 프로토콜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왓챠 제공

원지현 왓챠 COO 겸 콘텐츠 프로토콜 대표가 콘텐츠 프로토콜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왓챠 제공

 

왓챠가 콘텐츠 프로토콜 보상 체계에 따라 직접 선정한 ‘헤비 유저’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기존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술과 만나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이승훈 씨는 “기존에는 선의로 남긴 콘텐츠 리뷰 데이터인데, (CPT의) 현금화가 가능해진다면 이전과는 다른 맥락을 갖게 될 것 같다. 스팀잇에서처럼 어뷰징 현상도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손성열 씨 또한 “보상을 바라고 유입되는 이용자가 남긴 데이터가 많아지면 왓챠만의 차별성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지현 대표는 이에 대해 “스팀잇의 경우 ‘스팀 파워’ 보유량이 많을수록 플랫폼 내 영향력도 너무 커 ‘고래들의 대잔치’라 불린다. 스팀잇을 반면교사 삼아 영향력에 상한을 두거나, 엄격한 본인 인증을 거쳐야만 실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약간은 중앙화된 방법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이념에서 다소 멀어지더라도, ‘고래’나 ‘봇’이 플랫폼 내부 생태계를 망치는 일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단 이야기다. 원 대표는 또 “이미 왓챠 서비스에서도 어뷰징 의심 계정을 자동 추적해 데이터 계산시 제외하는 등 기술력을 통해 비슷한 문제에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가 콘텐츠 프로토콜 에어드롭 대상자들에게 왓챠의 기존 서비스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왓챠 제공

박태훈 왓챠 대표가 콘텐츠 프로토콜 에어드롭 대상자들에게 왓챠의 기존 서비스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왓챠 제공

 

블록체인에 자신의 콘텐츠 시청 기록이 남는 데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용자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이용자가 영화의 어떤 구간에서 시청을 멈추는지, 혹은 더 몰입해서 보는지 등의 데이터가 (제작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이전처럼 즐기기 두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박태훈 왓챠 대표는 “콘텐츠 시청 관련 데이터가 통계에 포함 될 수는 있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타인에게 넘어가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법에도 위반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원지현 대표는 “결국 질 좋은 데이터를 많이 제공한 이용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쪽으로 콘텐츠 프로토콜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뷰 등에) 자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었다면 이는 콘텐츠 제작에 도움이 더 유용한 데이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이어 “실제로 해외 방송사 한 곳은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구간별로 수기 평가하게 한 뒤 금전적으로 보상한다. 이에 착안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이를 구간별로 평가해 질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유저에게 더 큰 보상을 하는 ‘전문가 모드’ 도입 등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자가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게 되면 신선하고 도전적인 콘텐츠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보상 체계를 마련한 것은 좋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이)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위험 부담을 덜 하려 하진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태훈 대표는 “반대로 비즈니스적 판단이 있어야 예술적 시도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 왓챠와 콘텐츠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데이터가 제작자들에게 ‘적어도 대중의 몇 퍼센트는 우리 콘텐츠에 반응하겠구나’하는 자신감을 갖고 비즈니스를 시작할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왓챠 및 왓챠플레이 헤비 유저들이 모인 에어드롭 행사인 만큼, 영화를 주제로 한 퀴즈 코너도 마련됐다. 영화 <아가씨> 각본집 등이 상품으로 지급됐다. 사진=왓챠 제공

영화를 주제로 한 퀴즈 코너도 마련됐다. 영화 <아가씨> 각본집 등이 상품으로 지급됐다. 사진=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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