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토큰’이 여행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

야놀자-두나무-키인사이드 '트래블 얼라이언스' 구성

등록 : 2019년 1월 2일 07:03 | 수정 : 2019년 1월 1일 23:11

이미지=야놀자

이미지=야놀자

 

당신이 제주 여행을 갔다고 상상해보자. 일단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제주공항에 내리면? 숙소까지 이동할 차편이 필요하다. 당장 택시, 셔틀버스, 렌트카가 떠오른다. 이제 숙소에 짐을 풀었다. 다음은 인스타그램에서 자랑할만한 음식이 나오는 맛집을 찾아야 하고, 제주에서 할 수 있는 놀거리(레저)도 알아봐야 한다.

며칠짜리 여행 한번에도 관련 업종이 이렇게나 많다. 여행은 대개 숙박, 교통, 음식, 레저, 쇼핑과 연계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제주항공, 에어비앤비, 호텔스닷컴, 쏘카 같은 서비스를 들어가 각각 결제해야 한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결제 과정에서 쌓이는 소량의 포인트나 마일리지가 아쉽기도 하다.

서비스마다 흩어져있는 포인트를 한 곳에 모을 수 있으면 어떨까? 항공사별로 따로 적립한 마일리지를 교차 사용할 수 있는 스카이팀(대한항공 등), 스타얼라이언스(아시아나 등) 같이 말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로 이런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있다. 가칭 ‘트래블 얼라이언스’다.

항공사들의 동맹, 스타 얼라이언스

항공사들의 동맹, 스타 얼라이언스

 

야놀자, 두나무, 키인사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야놀자는 모텔 등 숙박 중개에서 시작해 레저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2017년 걸그룹 EXID의 하니가 나온 TV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에서 1000만 이상 다운로드됐고, 애플 앱스토어 ‘2018년을 빛낸 최고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매출은 1005억원, 영업손실은 110억원이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카카오 등의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건 블록체인 스타트업 키인사이드다. 키인사이드는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 개발 회사다.

개발은 두나무와 키인사이드가 맡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 9월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를 설립해 탈중앙화된 사스(SaaS) 플랫폼 ‘루니버스'(테스트넷)를 공개했다. 기업들이 손쉽게 댑(dapp/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키인사이드는 이 위에서 ‘트래블 얼라이언스’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야놀자는 이 얼라이언스의 첫 파트너로, 여행 업계 다른 회사들에 제휴 효과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 여행 관련 회사들은 ‘트래블 얼라이언스’에 들어가면 각자 운영하는 포인트를 제휴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의미 없이 쌓였다 사라지는 포인트를 필요한 다른 회사의 포인트로 바꾸거나 현금화할 수도 있다.

왼쪽은 기존의 야놀자 포인트, 가운데는 토큰화된 야놀자 포인트다. 이미지=키인사이드 제공

왼쪽은 기존의 야놀자 포인트, 가운데는 토큰화된 야놀자 포인트다. 이미지=키인사이드 제공

 

야놀자를 예로 들어 보자. 야놀자는 기존의 포인트를 블록체인에 올려 토큰화할 계획이다. ‘야놀자 포인트’가 ‘야놀자 포인트 토큰’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그냥 교환 가능한 포인트라고 이해하면 된다.(지금부터 그냥 포인트라고 부르겠다) 그렇지만 ‘야놀자 포인트’를 다른 서비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용자가 키인사이드가 만든 교환소에서 가칭 ‘트래블 코인’으로 바꿔야 한다. 이 트래블 코인이 얼라이언스 안의 다른 토큰들을 교환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야놀자 포인트 → 트래블 코인 → B회사 포인트. 주고받을 수 없던 포인트가 필요한 사람에게 모일 수 있는 구조다.

‘트래블 얼라이언스’는 향후 트래블 코인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내 포인트를 팔아 원화를 받을 수도 있다. 혹은 반대도 가능하다. 거래소에서 원화로 ‘트래블 코인’을 산 후 야놀자 포인트로 전환하는 거다. 그리고 야놀자 결제에 사용하면 된다.

이미지=키인사이드 제공

이미지=키인사이드 제공

 

포인트를 트래블 코인으로 바꿔주는 교환소로 돌아가 보자. 여기서 회사별 포인트의 가치는 다르다. 1달러가 1원과 다른 것과 비슷하다. 조정민 키인사이드 대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포인트 환율이 달라지게 알고리듬을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인트는 해당 회사 안에서는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야놀자 포인트 1원은 그대로 야놀자 포인트 1원이다. 그런데 ‘야놀자 포인트’를 트래블 코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가치에 변동성이 생긴다. 조 대표는 “트래블코인을 바로 결제에 이용하면 가치가 변동되는 문제가 있어서 포인트와 트래블 코인을 분리했다”고 말했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가 지난 12일 람다256이 연 ‘루니버스 파트너스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미지=김병철 기자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가 지난 12일 람다256이 연 ‘루니버스 파트너스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미지=김병철 기자

 

트래블 얼라이언스가 이용자에게 주는 혜택은 명확하다. 조 대표는 “야놀자에서 10만원 결제해서 받은 포인트 1000원이 있다. 하지만 당분간 야놀자를 안 쓸 것 같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팔 수 있다”는 예를 들었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회사가 많아질수록 이용자가 받는 혜택도 커진다.

게다가 거래소를 통하면 더 싸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환율 때문이다. 우성남 키인사이드 사업총괄이사는 “예를 들어 A 포인트 1000원은 A 서비스에서만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트래블 코인으로 바꾸면 700, 800원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트래블 코인으로는 더 저렴하게 A 포인트를 살 수 있다”며 “4만5000원으로 거래소에서 트래블 코인을 산 후, A 포인트로 바꾸면 A 서비스에서 5만원치 결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참여 회사가 얻는 건 무엇일까? 바로 신규 고객 확보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는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이용자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고객 확보 비용을 낮추는 답이 얼라이언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회사별 플랫폼 간 물리적인 통합이 없더라도 실질적인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Getty Images Bank

 

‘트래블 얼라이언스’가 가능한 건 여행 업종의 특성도 있다. 숙박, 교통, 음식, 레저, 쇼핑은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여행이라는 행위 안에서 소비 사이클이 연결되어 있다. 이용자가 포인트를 활용하고 싶으면 얼라이언스 내 다른 서비스에도 가입할 것이라는 게 참여 기업들의 계산이다. 우 이사는 “단순히 코인 어쩌고가 아니라, 여행 업계 내 하나의 공통 플랫폼을 만드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