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기관의 등장이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바꿀까

등록 : 2019년 1월 22일 07:00 | 수정 : 2019년 1월 22일 00:49

이미지=Getty Images Bank

 

암호화폐 수탁 기관인 비트고(BitGo)와 장외거래(OTC) 전문 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Genesis Global Trading)이 손을 잡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제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트고가 보관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디지털 자산을 제네시스의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트고의 오프라인 콜드 스토리지 지갑에 비트코인 100개를 가지고 있는 고객은 제네시스 플랫폼에서 매수/매도 주문을 받아 즉시 거래를 할 수 있다. 고객이 거래에 동의하는 순간 비트고는 제네시스에 줘야 할 비트코인 100개를 락업시키고, 제네시스는 은행을 통해 거래대금을 미국 달러로 비트고에 송금한다. 송금이 완료되면 비트고의 장부에만 비트코인이 송금된 것으로 거래가 기록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콜드 스토리지 지갑 밖으로 나온 적이 없고, 해당 거래는 공개된 비트코인 장부에 기록되지도 않는다.

제네시스의 CEO 마이클 모로는 이런 방식의 거래에 장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제네시스는 이미 비트고 신탁에 비트코인 관리를 맡겨놓고 있다. 그래서 거래되는 코인은 비트고 시스템 안에서만 결제가 이뤄지는 셈이다. 즉, 비트고에서 제네시스로 옮겨가는 과정에 온라인 지갑이나 퍼블릭 블록체인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는다.”

비트고의 CEO 마이크 벨시는 제네시스와의 협업을 통해 암호화폐 장외거래에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 상대방 위험과 결제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누가 먼저 보내느냐” 문제가 생기는 이유도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인데, 벨시는 쉽게 말해 지금 현금을 어느 정도 보내주면 당장 수억 원어치 암호화폐를 전송해주겠다는 식의 거래는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세상에 어떤 자산도 그런 식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그만한 돈을 그렇게 한꺼번에 보내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벨시는 또한, 그동안 수탁 업무에만 주력하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제, 청산 업무를 맡음으로써 비트고의 가능성을 시험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트고 시스템 안에서) 디지털 토큰으로 달러를 비롯해 우리가 거래하는 무엇이든 실시간으로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 거래를 관장하고 결제를 처리하는 데 따르는 상대방 위험은 0이라고 보면 된다.”

수탁 기관 가운데 이렇게 결제나 청산 서비스에 뛰어드는 기관은 비트고 외에도 많다.

 

기관투자자 위한 라이트닝 솔루션?

이번 제휴는 지난해 수탁 기관인 킹덤 신탁(Kingdom Trust)이 거래소 기업 OTCXN과 맺은 제휴와 비슷한 면이 많다. 킹덤 신탁의 CEO 맷 제닝스는 블록체인이란 용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하며 말했다.

“OTCXN의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산을 거래하는 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거래하는 자산이 콜드 스토리지에 안전하게 보관된 자산인지를 규제를 받는 기관이 검증하는 셈이다.”

OTCXN은 최근 네바다주 정부의 규제를 받는 수탁 기관 한 곳과 암호화폐 전문 수탁기관인 프라임 신탁(Prime Trust)과도 제휴를 맺었다. 앞으로 여러 수탁 기관의 콜드 스토리지 지갑에 있는 자산으로 거래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OTCXN의 CEO 로사리오 인가르지올라는 몇몇 유수의 거래소들과 함께 블록체인과 토큰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콜드 스토리지 지갑과 기존의 전통적인 계정을 바탕으로 한 거래소를 연결하는 일이다. 수탁 기관들은 주로 취급하는 자산이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킹덤 신탁은 미국 달러화를, 프라임 신탁은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하는 건 수탁 기관으로서는 절대 있을 수 없다. 블록체인 바깥에서 거래를 처리하니 일종의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실제 라이트닝 솔루션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수탁 기관이 관장하는 거래는 안전하게 처리된다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수탁 기관이 실제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솔루션을 사용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그보다 인가르지올라는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거래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요건으로 내거는 거래 속도나 규모를 만족하면서 수탁 기관이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패러다임대로라면 디지털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빈도매매(HFT)를 할 수 있게 된다. 암호화폐 시장이 궁극적으로 기관투자자나 대형 연기금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수탁 기관이 관리하는 자산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대형 금융 기관 피델리티가 세운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을 비롯해 암호화폐 수탁 업무를 맡은 많은 기관이 이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의 수장 톰 제섭은 자산을 맡긴 고객의 매수/매도 주문을 더 많은 자산을 들고 있는 외부 기관과 연결하지 않고 수탁 기관이 직접 처리할 수 있다면 자산을 지갑 밖으로 꺼낼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매도 주문과 매수 주문을 낸 고객이 모두 우리가 자산을 맡아 보관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어차피 크게 보면 한 지갑 안에 있는 자산이므로, 우리가 관리하는 장부에 기록만 정확히 하는 것으로 거래가 끝난다. 반대로 외부 기관이 개입된 거래는 어떤 식으로든 자산이 우리 지갑에서 인출되거나 지갑으로 들어온다. 외부 기관과의 거래나 내부 거래나 결과는 같지만, 우리 지갑 안의 자산으로만 거래를 한다면 효율성이 좀 더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

수탁 업무를 주로 하는 디지털 애셋 수탁회사의 공동창립자 맷 존슨도 콜드 스토리지 지갑끼리 거래할 때 거래 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일이 될 거라고 말했다.

“네트워크에 아예 접속하지 않고 콜드 스토리지 지갑 사이에서만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모든 기관투자자는 온라인 지갑을 폐기하고 콜드 스토리지를 택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시스템의 마중물 될까?

제네시스의 CEO 마이클 모로는 제2 레이어, 즉 블록체인 바깥에서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현재 체계 안에서도 거래를 처리하는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와 비트고가 매수/매도 주문을 처리할 때 미국 달러 대신 달러화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사 머리에 소개한 비트코인 100개를 사는 주문을 처리할 때 비트고는 비트코인 100개를 락업시키고, 제네시스는 은행을 통해 거래대금을 미국 달러로 비트고에 송금하는 대신 비트코인 100개의 가치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비트고에 보내면 된다. 비트고는 달러가 필요하면 제네시스에서 받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로 바꾸면 된다.

“(달러를 송금해야 결제가 진행될 때와 달리) 은행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므로, 밤이나 주말에 들어온 주문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기관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소 엘맥스 디지털(LMAX Digital)을 운영하는 엘맥스 거래소의 CEO 데이비드 머서가 대표적인데, 머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에 활용해 24시간 쉬지 않고 거래를 처리한다 해도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관건은 신용화폐와 암호화폐를 바꿔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대형은행이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느냐는 것이다.

엘맥스 디지털도 수탁 업무를 하고 있으며, 자산을 맡겨둔 고객끼리 거래할 때는 암호화폐를 직접 옮기지 않고 즉시 거래를 처리해준다. 하지만 머서는 암호화폐를 옮기는 부분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암호화폐를 신용화폐로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다.

“코인을 옮기고 코인끼리 거래하는 부분은 어려울 것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 대부분은 신용화폐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일이다. 신용화폐가 어느 지점에서는 어떻게든 시스템에서 무리 없이 처리되지 않으면 암호화폐 거래 자체가 굴러가지 않는다. 고객들도 대규모 자금을 관리하고 취급하는 은행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쉽게도 HSBC나 JP모건 등 대형은행은 아직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머서는 그러나 앞으로 대형은행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며, 이에 관해 영국의 몇몇 은행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에는 대형은행이 암호화폐 거래를 취급해야 기관투자자들도 암호화폐 시장을 향한 의구심을 거두게 될 것이다. 자산 관리 업체, 연기금들은 유수의 은행이 거래하는 시장에는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것이다.”

모로는 그러나 주말 없이 24시간 지속되는 암호화폐의 시간에 발맞춰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러 은행이 모여 컨소시엄을 만든 뒤 컨소시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는 방법이 가장 낫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직접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쓰게 되면 여러 은행이 자연스레 암호화폐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다.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불입하는 설정(creation)이나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해지(redemption) 절차도 자동화될 수 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중앙화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은행의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은행이 만든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진행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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