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최대주주의 ICO가 너무나 불투명하다

등록 : 2019년 2월 25일 07:00 | 수정 : 2019년 2월 26일 12:16

BK성형외과로 큰 부를 일군 김병건 회장,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형 뉴스를 던졌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지주회사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주식 50%+1주를 총 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깜짝 발표한 것이다.

인수계약 발표 다음 달인 2018년 11월, 김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블록체인 회사 BXA가 ICO(암호화폐공개)를 시작했다. BXA 측은 2019년 1월 초 프라이빗 세일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인 1월3일, 빗썸은 홈페이지를 통해 1월 중 BXA토큰을 세계 최초로 상장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김병건 BXA 공동 대표. 사진=박근모 기자

김병건 BXA 공동 대표. 사진=박근모 기자

 

인수가 마무리되기도 전 ICO에 나선 김 회장의 행보에 업계에서는 BXA토큰 발행을 통해 모은 돈으로 빗썸 인수대금을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빗썸 인수대금 4000억원은 BK컨소시엄을 통해 이미 다 마련됐고, BXA토큰 발행으로 모은 돈은 BXA 개발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빗썸 인수대금 4000억원 중 이미 납부한 계약금 1000억원을 제외한 잔금 3000억원을 2월 중 모두 납부할 계획이라던 김 회장은 “해외송금 문제”를 이유로 납입일을 3월 말로 연기했다. BXA토큰은 아직까지 빗썸에 상장되지 않았고, 지난 2월2일 ‘올코인(Allcoin)’, ‘비트맥스(BitMax.io)’ 등 6개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

혼란스러운 일은 더 있다. 2월8일 홍콩법인 빗썸글로벌이 ‘오르투스’라는 장외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빗썸이 장외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빗썸 홍보팀은 “빗썸과 무관한 일”, ‘사용료를 내고 브랜드를 가져다 쓰는 관계사가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1월22일에는 BXA가 미국의 블록체인 기업 ‘블록체인 인더스트리즈’라는 인수한다라는 발표가 나왔다. 수년간 여러 차례 인수합병과 법인명 개정을 거쳐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려운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빗썸은 역시 “전혀 아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기업 최대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티씨홀딩컴퍼니는 지난 12월 암호화폐 사업과는 거리가 먼 신발 제조업체 아티스(ARTIS)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3.85%를 확보했고, BXA는 포스링크라는 코스닥 상장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오는 4월 신주권을 교부받을 예정이다. 포스링크는 최근 전 대표 횡령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회사다.

불과 석 달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빗썸은, 그리고 김병건 회장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일단 BXA를 알아보자

BXA는 ‘블록체인 거래소 연합(Blockchain Exchange Alliance)’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암호화폐 거래소 연합을 꾸려 생태계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BXA

BXA 로고. 이미지=BXA 홈페이지

 

김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금융 기관이자, 글로벌 거래 플랫폼의 거점’을 BXA의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가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꺼내든 게 ‘거래소 연합’이다. BXA토큰은 이 거래소 연합의 ‘기축통화’로 사용된다. 백서에 따르면 협회 소속 거래소들은 거래소 내 BXA 마켓을 열어 BXA토큰으로 여러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용자는 BXA토큰으로 거래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수료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BXA토큰은 또 궁극적으로 ‘결제 솔루션’을 표방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기기 없이 BXA토큰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전자상거래 회사들과 함께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BXA

이미지=BXA 홈페이지 갈무리

정리하자면 BXA토큰은 크게 네 가지 유틸리티를 가진다. BXA 거래소 연합에서 쓰일 기축통화 및 거래 수수료 지불 기능, BXA 자체 메인넷(퍼블릭 체인)의 거래 수수료 지불 기능, BXA 퍼블릭 체인 거버넌스 기능, 결제 서비스 기능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세계에서 1등, 2등 하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 대표들과 논의 중”이라고 답할 뿐 거래소 연합에 참여하는 거래소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같은 BXA의 사업 구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우현 아톰릭스컨설팅 대표는 “(BXA 비전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빗썸이 거래소의 투명성 확대, 혁신적인 보안 기술 적용 등 보다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서 의미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BXA의 거래소 연합 전략은 또 다른 ‘머니 게임’을 포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최근 (BXA가) 역합병을 통해 미국 시장 상장하려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글로벌 거래소 연합 계획은 이를 위한 밑그림 또는 포장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중혁 아톰릭스컨설팅 공동창업자는 BXA 거래소 연합의 보상 시스템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공동창업자는 “거래소 연합의 메인 액터는 거래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BXA 네트워크에 참여할 매력적인 보상 시스템이 제시되지 않았다”라며 “그런 보상 시스템이 없거나 혹은 거래소들끼리만 이야기하고 있는 숨겨진 보상 시스템이 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BXA토큰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그 파운데이션이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BXA토큰은 그 기초를 어떻게 튼튼하게 할 것인지 제시돼 있지 않다. 거래소들이 다 묶인 ‘결과’로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관계자는 BXA가 제시하는 BXA토큰의 기능은 모두 거래소 연합이 구축된 후 가능한 것들이라고 짚으며, 그러나 거래소들이 BXA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유틸리티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BXA토큰으로 자체 체인 수수료도 지불하고 거래소 수수료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화폐처럼 결제에도 쓰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래소 수수료 할인은 회원 거래소의 자율이라고 나와 있다. 만약 회원사가 할인을 안 하기로 하면 유틸리티는 대체 무엇인가. 또 나스닥이 나서서 자체 코인으로 수수료 할인을 해줘도 화폐로 쓰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람들이 (BXA토큰으로) 결제를 시작할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기술력은 있을까?

기술 부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BXA는 백서에서 “이미 BXA 생태계 지원을 위한 기술 솔루션을 개발했다. 퍼블릭 체인, 분산형-중앙화 거래소(DCEX), 분산형-탈중앙화 거래소(DDEX), 암호화폐 지갑 등을 개발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로드맵상 BXA 자체 퍼블릭 체인은 올해 2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BXA 백서의 기술 파트를 검토하고 “이름만 거창할 뿐 별다른 기술적 아이디어가 없다. 제안 방식도 매우 평범하다”라고 말했다.

백서 외에 BXA의 기술력을 가늠할 방법이 없다. 기술진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느 ICO 프로젝트와 달리 BXA 홈페이지에서는 기술팀을 포함한 팀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김병건 회장과 싱가포르 소재 블록체인 기술사인 원루트네트워크(RNT)의 토니 선 대표가 BXA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런 만큼 원루트네트워크가 BXA의 기술 파트를 담당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원루트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도 개발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토큰 배분 현황 투명한가?

누가 BXA토큰을 가지고 있는 지 역시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BXA는 BXA토큰 총 200억 개를 발행해 전체 15%는 초기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또 다른 15%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한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판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라이빗 라운드에 누가 참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BXA 측은 “주요 투자자는 일본과 홍콩의 기관투자자”라고 할 뿐 “자세한 회사명은 상대편의 승인이 있어야 해서 밝히기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기관투자자의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반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BXA토큰 분배 표. 이미지=BXA 홈페이지 갈무리

BXA토큰 분배 표. 이미지=BXA 홈페이지 갈무리

 

프라이빗 세일 갓 마친 BXA토큰은 왜 거래소에 상장됐나?

어느 것 하나 투명하고 분명한 것이 없는 가운데 BXA토큰의 거래소 상장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BXA토큰은 현재 해외 6개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진행 상황이 부재한 상황에서 토큰이 유통시장인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프라이빗 라운드 직후 로드맵을 밟아나갈 시간 없이 토큰이 바로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래소 상장 이후 소수의 토큰 보유자가 개인 투자자에게 물량을 팔아치우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원론적으로 상장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져야 한다”라며 “백서에 명시된 이정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거래소에 상장되는 게 커뮤니티를 위해 좋다”라고 말했다.

황성재 파운데이션X 대표 역시 “프로덕트와 비즈니스가 나온 후 (토큰이) 상장되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다만 그때까지 투자자들이 기다려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투자자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토큰 상장을 했는데 사실 해당 토큰을 쓸 데가 없어 토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중혁 아톰릭스컨설팅 공동창업자는 ‘프라이빗 세일이 마무리된 직후, 해당 토큰이 유통 시장인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당연히 건강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더구나 프라이빗 라운드에서는 토큰 가격이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관들은 무조건 덤핑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정보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아도 시장이 돌아가는 현재 상태를 계속 양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자산 투자사인 블록워터캐피털의 조상수 대표도 시각을 같이했다. 조 대표는 소수 토큰 보유자들의 덤핑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 대부분 그걸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BXA토큰을 보유한 소수 보유자들의 매도금지(락업) 기간이 충분히 길고, 이것이 공개돼 있다면 이들이 상장 후 무분별하게 덤핑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BXA 측은 전략적 파트너사(전체 물량의 20% 보유), 초기 투자자(15% 보유), 거래소 연합(15% 보유), BXA팀(15% 보유)의 락업 기간에 대해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BXA 이사회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BXA 측에 따르면 프라이빗 라운드 판매 물량은 3월 1일부터 5%씩 풀리게 된다.

 

빗썸의 BXA토큰 상장은 어떻게 봐야할까?

BXA토큰이 해외 거래소에서 상장을 개시한 만큼 빗썸에도 곧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상장 예고 공지사항을 띄우며 상장기념 사전 이벤트를 열어 이벤트 기간 누적 거래금액 금액이 큰 상위 50명에게 BXA토큰 에어드랍을 진행한 바 있다.

빗썸의 BXA토큰 상장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장중혁 공동창업자는 “거래소 대주주에 대해 ‘ICO 완전 금지’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월 국회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정책토론회에서 황현철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KFTA) 회장이 ‘거래소 스스로 만든 상품(자체 코인)에 대한 자체 상장은 거래소의 중립적인 기능과 이해관계가 상충할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라며 “이 맥락에서 (빗썸의 BXA토큰 상장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BXA토큰이 빗썸 자체 토큰은 아니지만, 빗썸 최대주주가 발행한 토큰이라는 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 기사 : 황현철 “시세조종 막으려면 크립토 시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조상수 대표 역시 시각을 같이했다. 그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할 법도 규제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찌보면 (빗썸의 BXA토큰 상장은) 너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 다른 거래소들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거래소 A 관계자는 “현재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지분) 매각이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BXA 토큰이 상장되고 거래된다면 그 수익으로 나머지 지분 잔금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업 계획에 대한 말을 아낀다. BXA토큰-빗썸 같은 사례는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거래소 B의 대표 역시 “법적 리스크가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우리 거래소는 이해상충이 될 수 있는 행위를 지양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거래소 C의 관계자는 “(빗썸이 BXA토큰을 상장하는 것은) 창조경제다. 웃긴다”라는 짧은 코멘트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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