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펑크 발렌타인데이? 란제리 쇼핑은 비트코인으로!

등록 : 2019년 2월 12일 11:00 | 수정 : 2019년 2월 11일 18:36

이미지=Getty images bank

발렌타인데이를 사이퍼펑크식으로 기념하고자 한다면 비트코인으로 란제리 쇼핑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2017년 3월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란제리 쇼핑몰 팬티스닷컴(Panties.com)의 창립자 릴라 윌리엄스는 매달 소수의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쇼핑몰은 발렌타인데이 시즌을 맞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모든 고객에게 15%를 할인해주고 레이스 팬티 1장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암호화폐로 의류를 구입하는 일에 다소 소극적이다. 그러나 란제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보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장인 정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투자라면, 비트코인을 받는 여성 주도 기업의 란제리를 구입하는 것은 곧 여성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의류 제작자들에게 업계 평균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공정무역 자재를 사용하는 나야(Naja)와 칼라(Kala) 같은 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더리움 벤처 스튜디오 콘센시스(ConsenSys) 출신이자 란제리 브랜드 칼라의 CEO인 레베카 미기로프는 속옷 업계에 “제품을 둘러싼 여성 주도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한다. 소비자로서 암호화폐 도입을 지지한다면 시장에 수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미기로프의 설명이다.

디지털화폐협회(DIgital Currency Association)의 회원인 릭 셰독은 암호화폐 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2017년 12월에 산 비트코인으로 결혼기념일에 부인에게 줄 속옷 선물을 샀다. 란제리의 가치는 변동성이 낮기 때문이다.

셰독은 코인데스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후에 비트코인이 80% 떨어졌기 때문에 현명한 거래였다”며, “2018년에는 비트코인보다 속옷이 훨씬 더 나은 투자였다”고 말했다.

 

검열에 맞서다

미국의 란제리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논란이 되는 노동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 속옷, 특히 브라의 경우 대량 생산이 어렵고 부분적인 수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억만장자 렉스 웩스너가 소유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스 시크릿(Victoria’s Secret)은 값싼 교도소의 노동력과 아동 노동을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리적인 기준이 높지만,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란제리 업체들은 유료 콘텐츠 사이트 패트리온(Patreon)부터 구글, 인스타그램과 같은 대형 디지털 포털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곳곳에서 엄격한 광고 검열의 대상이 된다.

팬티스닷컴의 윌리엄스는 “고급 란제리를 광고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팬티스닷컴의 광고는 구글 애드 뿐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제재 대상이다. 노출이 심하지 않은 나이트가운을 입은 여성의 사진마저 “성적인 콘텐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미기로프의 란제리 브랜드 칼라 역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 하지만, 게시물이 포르노로 분류되는 일을 종종 겪는다. 미기로프는 광고 검열이 없고,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이 있다면 란제리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윌리엄스와 미기로프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걸림돌이 한 가지 있다. 란제리 업계가 딱히 새로운 기술과 친한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픈바자(OpenBazaar)나 애드레저(AdLedger)와 같은 암호화폐 장터나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소매 플랫폼이 있어도 란제리 업체들이 먼저 이런 곳을 찾아내 문을 두드릴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광고나 판매에는 제한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란제리 업계에서 33년간 경력을 쌓아온 윌리엄스는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던 시절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쇼핑몰을 론칭한 바 있다.

“1990년에는 컴퓨터가 큰 골칫거리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느린 성장

비트코인 기술이 좀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하면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윌리엄스는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코인은 사라져버리고, 결제를 취소하거나 환불하기 어려워 이 방면으로는 달리 구제법이 없다는 점이다.”

윌리엄스는 결제된 비트코인을 바로 법정화폐로 바꾸지 않고 한동안 그대로 보유하기도 한다.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 처리 업체를 통하면 매달 75달러의 사용료와 수입의 3%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비트페이(BitPay)의 평균 수수료인 1%보다 훨씬 큰 액수다.

비트페이나 쇼피파이(Shopify)와 같은 결제 처리 업체는 결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적절한 보증 방안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난 6개월 사이 등장한 플러그앤페이(plug-and-pay) 비트코인 노드 장치들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네트워크 수수료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추었다.

프랑스 스타트업 노들(Nodl)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룩재크나 라이트닝인어박스(Lightning in a Box)의 공동 창업자 노먼 무어는 2019년이 소매업계에서 비트코인이 서서히 자리 잡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테크 업계 밖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의 부재다. 룩재크는 이렇게 말했다.

“매장 하나당 노드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매장 여러 개를 그룹으로 묶어 노드 하나를 판매하려 한다. (비트코인이) 더 큰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들여와 노드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리는 일이다.”

란제리 업계 전반을 보면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암호화폐 결제는 분명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여성 기업가들이 검열과 배제를 경험하는 패션 경제 업계에서 암호화폐 결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혁신적인 기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윌리엄스는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디스커버 신용카드도 받느냐는 문의보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느냐는 전화 문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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