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고크립토봇 개발사 코드박스가 블록체인 게임 개발 접은 이유

[코데코x논스: 블락실 1-2] 조미선 코드박스 이사 인터뷰

등록 : 2019년 3월 27일 16:34 | 수정 : 2019년 7월 3일 14:23

블록체인 기반 러닝 게임 고크립토봇을 만든 코드박스(Kodebox)는 본래 게임 개발사가 아니다. 자산 토큰화에 특화된 블록체인 플랫폼 코드체인(Codechain)을 개발하는 회사다.

조미선 코드박스 이사는 “코드박스가 고크립토봇을 만든 건 다양한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 가운데 가장 먼저 블록체인 위에 올라갈 자산이 게임 아이템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게임 개발이 목적이 아니라, 자산 특화 블록체인에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었다.

“(1년여 전 당시) 대형 게임 개발사들도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템을 잘 관리하는 게 게임에선 필수적이다. 또 게임 이코노미에선 (아이템, 캐릭터 등) 거래가 활발하다. 그럼 이걸 블록체인 위에 옮겨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정도는 모두가 갖고 있는 시기였다.”

다양한 게임 장르 가운데 가장 개발이 간단한 러닝 게임을 선택한 것도 빠르게 개발해 실험을 끝마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게임을 대충 만들었단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블록체인 위에 올릴 수 있는 요소들은 가급적 블록체인화 하려 했다.

“성공한 게임의 기준이 돈을 잘 벌었는가라면 크립토키티겠지만, ‘웰 메이드’가 기준이라면 고크립토봇은 교과서같은 게임.”

조 이사가 ‘고크립토봇=교과서 게임’이라 자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 친화적 UX다.

“보통 게임은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바로 플레이를 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에선 게임을 하려면 캐릭터가 됐건 아이템이 됐건 모든 요소가 자산이기 때문에 먼저 (무언가를) 사야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이미 들어와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를 이해하고 구매하지만, (블록체인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는 돈을 내고 뭔가를 사라고 하면 싫어한다. 바로 앱을 지워버리고 만다.

코드박스는 복잡한 암호화폐 지갑 설치 과정에서 이용자가 이탈할 것을 우려해 자체 이더리움 지갑을 개발해 게임에 내장시켰다. “UX가 기존 게임만큼 좋아야 이용자가 들어온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체 지갑 개발을 위해 2-3주의 시간을 더 들였다. 조 이사는 “그 시간을 들이지 않겠다고 메타마스크를 쓰려면 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유저 경험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에서 원칙적으로는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기본 캐릭터를 무상 제공했다. 비용 면에서 개발사가 손해를 보는 걸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뒤로 갈수록 확률(승률)을 줄여 게이머들이 파츠(부품) 거래를 해서 캐릭터의 색깔이나 테마 등을 맞춰야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끔 했다”고 조 이사는 설명했다. 각 파츠의 레벨이 5 이상에 도달하면 ERC-721 대체불가능 토큰으로 변환돼, 파츠를 구매한 이용자가 이를 영구 소유할 수 있다.

이미지=고크립토봇 웹사이트 캡쳐

 

게임 아이템 거래 이력을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해 투명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블록체인 게임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 대신 유저 간 아이템 거래 한 건이 일어날 때마다 누군가는 트랜잭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크립토키티와 같은 블록체인 게임에서는 이 트랜잭션 비용을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코드박스는 인게임 파츠 거래소 수수료를 개발사가 부담했다.

UX와 비용이 부딪힐 때 늘 UX를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플레이어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PVP모드가 사라진 배경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한참 상승세일 땐 PVP 게임 한 판을 돌리는 데 이더리움 가스비를 7만 원~10만 원 가량 지출해야 했던 시점도 있었다.

“초반엔 서너 시간에 한 번 PVP (리그를) 열었는데, 나중엔 가격이 너무 올라서 하루 한 번으로 줄였다가, ‘아,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빼 버리게 됐다. 중앙 서버에서 처리하면 10원, 20원이면 되는 일에 데모 게임인데 돈을 이렇게 많이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더리움 수수료가) 비싸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거라는 생각은 못 한 것도 사실이다.”

고크립토봇 웹사이트의 ‘자주 묻는 질문’에서만 PVP모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고크립토봇 웹사이트 캡쳐

 

게임 머니를 실제 거래 가치가 있는 암호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는 점도 블록체인 게임이 일반 게임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고크립토봇 이용자도 게임 머니에 해당하는 GCC 코인을 아래 영상에서처럼 이더리움으로 환전할 수 있다.

조 이사는 “실제로 GCC 코인을 이더리움으로 환전한 이용자 비율도 꽤 된다. 특히 플레이를 많이 한 뒤 캐릭터 레벨을 최대까지 올린 뒤 이를 판매해 얻은 GCC를 이더리움으로 환전한 플레이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 방식으로 GCC 거래소를 운영한 탓에 일어난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다.

“한 이용자가 대량 GCC 환전을 원해 코드박스가 사전에 채워 놓은 이더리움이 다 빠져나가 ‘어 안되는데’ 하고 다시 채운 적도 있다. 이용자들이 그만큼 환전을 많이 한다. 무엇보다 ‘아, 이 게임 더이상 서비스 안 하는 것 같다’ 하면 당연히 다 돈(암호화폐)을 뺀다.”

조미선 이사는 “코드박스는 더 이상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게임 아이템이라는 디지털자산뿐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입장권 등 실물 자산을 ‘코드체인’에 올려서 분산 소유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드박스는 코드체인 메인넷을 빠르면 이달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고크립토봇을 만든 이유는 이더리움과 코드체인 위에서 게임을 만드는 게 얼마나 쉬운지 (기존) 게임 개발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더리움 수수료와 지갑 사용성 문제 등이 컸다. 게임 개발사들은 이미 (지금의) 블록체인 기술 성능으로는 게임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채 (의미 있는 서비스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두 번째 데모 게임을 보여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할 팀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현재 상황에 맞게 게임 기획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기존 게이머들이 보기엔 블록체인 게임의 퀄리티가 낮을 수밖에 없다. 기술 자체가 그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호화폐에 좀 더 친숙한 사람들, 즉 자산 거래와 그 거래로 인해 수익을 보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무언가를 만든다면 훨씬 나을 것 같다. 이오스나이츠나 크립토키티 등 사례들에 공통적으로 그런 요소들이 있다고 본다. 시장은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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