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기자의 우여곡절 ‘라이트닝 토치’ 참여기

등록 : 2019년 3월 27일 07:00 | 수정 : 2019년 3월 27일 00:07

* 베네수엘라에 있는 코인데스크의 다이아나 아길라르 기자가 라이트닝 토치 캠페인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후기로 풀었다. 그 과정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까지 재구성해 소개한다.


 

‘I’m Freaking Out’: How It Feels to Hold the Bitcoin Lightning Torch

이미지: TakeTheTorch.com

 

라이트닝 토치를 직접 받아들고 전달해보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트위터는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이곳 베네수엘라에서 라이트닝 토치는 생소한 소식이었죠. 적어도 암호화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질 칼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을 때까지는 그랬습니다.

 

질: 라이트닝 네트워크 써봤어? 결제 가능해?

나: 아니, 아직. 왜?

질: 그럼 라이트닝 토치는 들어본 적 없어? 해시태그 참조 #LNTorch

나: 오, 지금 보고 찾아보는 중!

질: 좋아, 좋아. 내가 이번에 라이트닝 토치를 전달받게 됐거든. 다음번에는 이 토치를 너한테 전달하고 싶어서.

 

그렇게 해서 저는 라이트닝 토치가 무엇인지, 왜 수많은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토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속성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트위터 실험으로 시작되었던 라이트닝 토치가 어떻게 50개국 이상을 아우르는 결제 수단으로 성장했는지 설명한 관련 기사)

#LNTorch라는 트위터 해시태그로 더 잘 알려진 라이트닝 토치는 새로운 결제 수단의 상징입니다. 더 빠르게, 수수료 부담 없이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결제 형태죠.

저는 기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엄청난 흥미를 느꼈던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참여해보기로 했습니다. (칼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토치의 작은 문제

그런데 토치를 받고 보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먼저 토치 자금을 받기 위해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을 다운받아야 했어요. 지갑이 있어야 다음 토치 액수가 기재된 송장(청구서)을 트위터를 통해 받을 수 있거든요. 저는 블루월렛(BlueWallet)이라는 지갑을 골랐습니다.

 

질: 참여해줘서 고마워!

나: 아냐, 참여하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지! 재미도 있고 배울 것도 많고, 완전 좋은데! 처음엔 좀 어리버리했는데 이제야 뭐가 뭔지 좀 알겠다.

질: 그거 잘됐네! 자, 지금 막 너한테 토치 보냈어!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1만 사토시를 더해서 다음 사람한테 전달할 때 비트코인 여유분을 좀 더 지갑에 넣어두는 것 잊지 말고.

나: 알겠어!

질: 비트브로스(bitbros)한테서 송장 온 거 보여?

나: 응! 이제 전달하려고.

 

그러나 그 다음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라이트닝 거래에 엄청 시간이 걸리더군요. 결제 자체는 순식간에 끝났지만, 칼슨에게서 토치 자금을 받는 데 2시간이 걸렸고, 제가 다음 주자에게 보내는 건 자그마치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 라이트닝랩스(Lightning Labs)의 CEO인 엘리자베스 스타크는 블루월렛 지갑 소프트웨어의 버그 문제로 전송 지연이 발생했다고 해명.]

라이트닝 결제를 이용하려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두 사용자가 결제 채널을 열어야 합니다. (시간이 걸려서) 채널이 열리고 나면, 이쪽 노드에서 다른 쪽 노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결제 자체는 즉시 이루어지지만, 결제까지의 과정이 한참 걸리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론상 결제 수수료는 거의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 블루월렛을 사용해서 결제해본 사람 중에는 결제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블루월렛은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갑 중 하나입니다.

또한, 받은 토치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액이지만 0.0001BTC(약 450원)을 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받은 토치 자금은 0.0392BTC(약 176,400원)였고, 여기에 0.0001BTC를 더한 0.0393BTC(약 176,850원)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저는 예기치 못한 수수료를 고려해서 블루월렛 잔액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받은 터라, 전달할 자금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채워뒀습니다.

결과적으로 돈을 잃지는 않았지만, 거의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잔액이 부족하다는 에러 메시지가 계속 왔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라이트닝 결제 수수료는 100 사토시(약 4.5원) 미만인데, 저는 3만 사토시(약 1,350원)를 더 넣어 놓았으니 부족할 리는 없었는데 말이죠.

블루월렛 측에 왜 에러가 발생했는지 문의했더니, 버그 문제였다며 아직 베타 버전임을 감안해 달라고 하더군요. 안정적인 비트코인 지갑만 써봤던 터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몇 시간 동안이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토치를 전달한 이후가 더 큰 문제였어요. 이체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이 안 돼서, 제가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큰 관심사인 토치 릴레이를 중간에 망쳐버린 주범이 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해야 했습니다.

 

나: 질, 나 지금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야. 분명히 토치를 보냈거든. 그런데 지갑에서 확인이 안 돼. 보냈으면 당연히 확인이 되야 하는데 안 되니까 정말 울고 싶다.

질: 응?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나: 아냐, 다행히 이제 해결됐어. 너무 느려서 그랬나 봐. 어쨌든 성공이야.

 

토치를 전달하고 나서

다행히도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토치도 무사히 전달했고, 칼슨과 저는 비트코인이 국경을 초월하는 기술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질 칼슨 트위터

지난주 대규모 정전으로 암흑 속에 있던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로 라이트닝 토치를 보냈다. #LNTorch 연속 8번째 여성 주자의 탄생. 비트코인과 베네수엘라에 관한 멋진 소식을 전해주는 CriptoDiana를 팔로우하시라! #LNTrustChain

 

칼슨의 트위터를 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암흑에 한 줄기 빛을 비출 기회였죠. 그래서 저는 제 다음 주자로 비트브로스(BitBros)를 선택했습니다. 비트브로스는 카라카스의 대규모 정전 중에도 12V 오토바이 배터리로 노드를 살린 프로젝트팀입니다. 라이트닝 토치 덕분에 @btcven 같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기금 모금도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라이트닝 토치 창시자 호들넛(@Hodlnaut)이 만든 공식 웹사이트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에릭 부리스, 멜템 드미러스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요.

지금도 라이트닝 토치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벌써 53개국의 260여명이 넘는 참여자의 손을 거쳤고, 0.0001 BTC(약 450원)로 시작했던 자금은 0.0399 BTC(18만 원)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라이트닝 토치도 영원히 타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호들넛은 이제 30여 명만 더 토치를 나르면 429만 사토시(약 19만3천원)라는 목표액에 도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몇 주 뒤면 토치의 대장정도 막을 내리게 되겠네요.

지나고 보니 라이트닝 토치에 참여함으로써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고요.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 질 칼슨과 라이트닝 개발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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