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SV 상장폐지가 거래소 권력의 검열이란 시각에 대해

등록 : 2019년 4월 28일 11:00 | 수정 : 2019년 4월 28일 22:22

Bitcoin SV’s Delisting Isn’t ‘Censorship.’ But It’s Still a Problem

이미지=셔터스톡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비트코인SV를 상장폐지한 결정을 검열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비트코인SV를 거래소에서 내린다는 소식에 환호한 모든 비트코인 코어 지지자와 크레이그 라이트를 비판해온 사람들은 위선자가 되는 걸까? 그러면서 이들이 불변의 “검열 저항” 블록체인을 내세우는 것은 이중 잣대가 아닌가?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무척 흥미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몇 년 동안 크레이그 라이트를 지지해 온 비트코인SV 보유자들과 크레이그 라이트를 비판하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ABC) 보유자들 사이의 지리멸렬한 논쟁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었다. 싸움이 격렬해지더니 마침내 비트코인SV가 몇몇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에게 라이트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꾸준히 압박을 가했다. 라이트는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이를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트위터 계정을 상대로는 명예훼손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협박해 왔다.)

 

팝콘 챙기셨죠? 혼자 보기 아까운 논쟁

토론의 승자를 가리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이 토론을 통해 블록체인 찬성론자와 비판론자들이 암호화폐 생태계나 소셜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적절한 뉘앙스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있다.

비트코인SV 상장폐지 결정 자체는 크레이그 라이트와는 무관하다는 비트코인 비판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누군가 나쁜 짓을 한다고 그 사람에 대한 검열이 정당성을 얻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상에 따라 검열의 잣대를 달리 적용한다면 비트코인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검열 저항성은 이율배반이 될 수밖에 없다.

토론을 지켜보면서 탈중앙화에 찬성하는 블록체인 옹호론자들을 꾸준하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안젤라 왈치의 말에도 공감하게 되었다. 왈치(@angela_walch)는 트위터로 오간 설전에서 바이낸스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바이낸스의 정체성에 대한 인지부조화”라고 꼬집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검열하기 어려운 탈중앙화 속성을 지닌 암호화폐 자산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거래소에서 지워버렸다. #crypto #blockchain #veilofdecentralization

그러나 곧 이어 아리 폴(@AriDavidPaul)이 등장해 개방된 시스템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나 기업에까지 검열 저항의 표준을 곧이곧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즉 바이낸스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비롯해 다른 블록체인을 선택해 취급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어느 고객을 상대할지 고르는 일도 바이낸스의 자유라는 것이었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검열”이라는 말을 오용해서 전혀 다른 상황에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것을 볼 때면 당혹스럽다. 철도공사(Amtrak)가 수많은 열차를 점검하고 검사하는 것을 검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바이낸스와 비트코인SV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딱 그렇다.

이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검열하기 어렵다는 속성이 적용되는 레이어와 이를 활용해 시스템을 운영하는 레이어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각 시스템의 기반 블록체인이 정한 탈중앙화 규칙과 여기에 접근해 시스템을 활용하는 중앙의 관리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폴의 주장은 수정헌법 제 1조 소송에 관한 미국 법원의 접근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법원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이 정기적으로 누구를 상대할지, 또는 어떤 정보를 발행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반대로 정부 기관이나 중앙 권력이 시민과 기업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법원의 소관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업의 주요한 결정이 블록체인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탈중앙화 네트워크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장할 때와 같은 엄격한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거래소는 원하는 대로 가격과 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 거래소가 특정 가격이나 거래를 거절한다고 그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거버넌스 시스템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검열 저항의 표준을 어겼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거래소의 책임

거래소가 어떤 고객을 가려 받을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만큼 보호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바이낸스 같은 거래소가 미치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은 만큼 책임이 따르는 부분도 있다. 수많은 블록체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이낸스 같은 거래소들은 단일 블록체인 거버넌스 시스템이 아니라 여러 시스템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경 너머로 정보를 전달하는 익명의 배송인에 비유할 수도 있다. 이들은 한 정부의 법규에 온전히 귀속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블록체인의 속성인 검열 저항성의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는 건 무리지만, 거래소가 서로 다른 암호화폐 자산이 드나드는 출입구로서 암호화폐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왈치 같은 비판론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행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호화폐 세계에서 거래소는 사실상 지금까지 유일하게 사업성을 입증한 이용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소가 곧 암호화폐 산업을 지탱하는 근간인 셈이다. 그런 만큼 거래소가 지켜야 하는 중립성에 관한 기준도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탈플랫폼화”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토론의 배경을 살펴보면 현재 이들 플랫폼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검열할 수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이 플랫폼들이 소유한 대규모 네트워크 때문에 다른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규제를 가하는 것이 온당하며, 이는 정부가 전기나 상수도를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바이낸스는 그 규모 때문에 대규모 소셜미디어와 비슷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유명 계정을 관리자가 정지해버리면 해당 계정은 경제적인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바이낸스에서 상장폐지된 암호화폐 토큰의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바이낸스에 이어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가 잇따라 비트코인SV를 거래 가능한 자산 목록에서 뺐다)

 

규제의 기능

바이낸스의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주 비교하는 사례가 또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나 나스닥이 CEO의 발언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기업과 거래를 중단한다면 얼마나 큰 반발이 일어날지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이들은 바이낸스도 이러한 수준의 공정함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다른 수많은 공식 증권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뉴욕 증권거래소나 나스닥도 종종 부정행위를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다. 다만 결정을 내릴 때 규제 수준을 높게 잡을 뿐이다.

나스닥의 “정지 또는 상장폐지를 기다리고 있는 주식 발행” 목록을 살펴보면 “규제/법률 위반” 문제로 목록에 포함된 회사들이 많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거래소들이 어떤 ‘검열’ 결정을 내리든 결정은 외부 거버넌스 시스템이 설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외부 거버넌스 시스템이 거래소 회원, 금융산업규제기구(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Industry, FINRA)같은 자율규제기관, 거래소 내부의 법무팀과 감독위원회, 다양한 입법기관,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같은 규제기관 등을 아우른다.

이제 자오창펑 개인의 결정을 살펴보자. 자오창펑은 기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SV 지지자들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자기자신은 물론 암호화폐 업계 모두에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참고할 만한 외부의 규칙이나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럴 만한 원칙이나 기준이 있었다면 좀 더 안심하고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오창펑이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장 원칙에 관한 표준을 이번 기회에 공개하고 다듬어나가는 초석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외 이미지를 관리해나가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탈중앙화 거래소 모델이 실현되면 고객이 직접 자산을 보관하고 독립적으로 거래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번 일은 그저 일시적인 문제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유는 실제 거래보다도 중앙화된 플랫폼으로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한자리에 모아 이어주고, 효과적인 가격 공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는 효과적인 오픈소스 거래 매칭과 가격 공시 알고리듬이 개발될 때까지는 중앙화된 권한을 지닌 개체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효과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지속적인 상장 표준과 표준을 이행하는 방식이 중요한 이유다.

외부에서 이행되는 규칙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낸스에 “검열 저항” 표준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행위일지도 모른다. 자오창펑은 커뮤니티에서 야단법석이 일어나는 동안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 결정을 지지한 여러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어떻게 보면 위선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이번 일과 관계없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더 일관성 있는 표준과 규칙을 제정하도록 계속해서 요구하고 압박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 규모와 영향력을 지닌 회사라면 응당 져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법정화폐 생태계에서 은행에 요구하는 표준을 결국 거래소에도 적용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라이트가 촉발한 암호화폐 격론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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