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 파이브_#28] “Yes, we engage!”

28화: 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등록 : 2019년 5월 3일 21:00 | 수정 : 2019년 5월 10일 13:31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유크로니아호를 출항시킨 주역이자 레드존의 핵심을 구성하는 베를루스국의 여왕 테스와 그녀의 손녀 세라 사이에 묘한 긴장감과 가치관의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결국 유크로니아를 이용한 권력 및 경제력 장악의 꿈을 꾸던 테스 여왕의 실각과 함께 베를루스국과 유크로니아에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다.

잠잠한듯 보였던 블루존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온다. 새롭게 개량된 PoW의 이상을 우회한 중국의 ‘농장’에 갇혀서 학대당하던 현우는 <더 파이브>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예기치 못한 도전에 봉착한 블루존의 상황에 대해 한 민은 하드포크를 이용한 해시전쟁을 통해 유크로니아 사용자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더퍼스트의 미국방문에 대해 현재의 미국 대통령 스캇과 부통령 세이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이미 수상한 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

-오늘부터 제게 모든 것을 다 공유하셔야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연인처럼?

스캇이 물었다.

-개인 변호사처럼요.

해리가 대답했다.

-당신에 대한 소문을 들었어. 정말인가?

스캇은 팔짱을 끼고 해리를 보았다. 키가 큰 해리는 그의 눈빛에 당당히 맞섰다.

-네, 화장실만 저와 같이 쓰시지 않으신다면 큰 불편은 없으실 겁니다.

해리가 말했다.

-아, 나는 그런 취미 없어. 그것부터 확실히 해두세.

스캇이 대답했다.

-네, 동성애 성향이 없으시다는 것부터 확실히해두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럼…제가 드리는 설문지에 답을 다 해주시죠.

해리가 아이패드를 건넸다. 오백 개의 문항이었다.

-이외에도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해리가 말했다.

-뭐든 말하라고 하니 오해는 말고 듣게. 여자를 사귀어본 적이 있나?

-아니오.

-솔직히 말해서 자네같이 괜찮은 친구가 여자 하나 없는 게 아쉽네. 여자는 훌륭한 종이야. 한 번 알아보는 것도 좋아.

-네, 유념하겠습니다.

해리는 고개를 까닥하고 문을 나섰다.

모든 것은 정보 싸움이었다. 해리는 스캇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죽어있는 정보가 아니라 인터액티브한 유동적 정보를 주었다.

유크로니아 플랫폼내의 ‘Yes, We Engage’ 정치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 정치 시뮬레이션의 위력은 대단했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Yes, We Can’ 캠페인을 본딴 듯한 이 정치 패널은 자발적인 유크로니아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 현재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3천 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거대한 실시간 여론조사 플랫폼이었다.

신문의 시대가 끝나고 SNS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 유크로니아 정치의 시대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유크로니아 플랫폼내에 만들어진 가상현실 장례식장에 참석한 스캇의 옆에 퍼스트가 서있었다. 둘 다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었다.

-제 러닝메이트를 하겠다고 세이무어에게서 제안이 왔습니다. 그런 갑작스런 제안은 사실 꿈도 못 꿨죠. 솔직히 당신이 두렵습니다.

스캇이 물었다.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아바타가 나와서 마지막 이별의 말을 한 뒤 조객들과 하나씩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작별을 하고 있었다.

-세이무어한테 어떤 제안을 한 겁니까?

-부통령 자리요.

-설마 단지 그것만이 아닐텐데요.

-그것뿐이에요. 당신은 대통령. 그는 부대통령. 저는 후원자니까요.

-저는 모든 모금을 합법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중에 제게 블랙메일을 제게 날릴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왜 그런 생각을 하죠?

-유크로니아를 위해서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거 아닙니까?

스캇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례식장은 오케스트라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고인이 좋아하는 곳으로 조객들을 모신 거였다. 조객들은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었고 스캇과 퍼스트는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공연장을 떠났다.

-벌써 가시나요?

비행기 사고로 고인이 된 아바타가 스캇에게 말을 걸었다.

-사고에 대해서는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저는 지난 해에 남편이 조종한 그 전투기 기종과 관련한 특정군수회사의 결함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조사를 단행하라는 법안을 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인의 아내가 옆에서 울면서 말했다.

스캇은 퍼스트와 함께 공연장을 나와서 블랙존의 한 도시의 거리를 걸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부와 유력한 경제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있는 마치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시기의 스위스 다보스를 연상시키는 도시였다.

둘은 화이트하우스를 지나 걸어갔다.

-블랙메일이 두려우시다니, 의외네요. 꿈이 크신 줄 알았는데 소심하시네요. 세계 속에서 강한 미국을 만든다는 게 당신의 캐치프레이즈 아니었나요?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는 게 당신, 유크로니아의 캐치프레이즈 아닌가요?

-거기에 미국도 들어가죠.

-아실텐데요. 미국은 어디에도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둘은 자금성 모양의 중국 정치지도부 쪽으로 걸어갔다. 건너편에는 크렘린 궁 모양의 러시아정치지도부가 보였다. 블랙존에는 120여개 국의 지도부가 모여있었다.

-그러네요. 미국이 유엔에 속한게 아니라 유엔이 미국에 속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까요?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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