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콘 “국내 개발 커뮤니티에도 ‘떠벌릴 기회’ 주고파”

[이드콘2019 인터뷰①] 준비위원회 김희연·임완섭

등록 : 2019년 5월 16일 13:00 | 수정 : 2019년 5월 21일 10:27

오는 27~28일 이틀에 걸쳐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이드콘 2019’(이하 이드콘)가 열린다. 이드콘은 국내 이더리움 개발 관련 컨퍼런스로선 처음으로 ‘커뮤니티 드리븐(community-driven)’ 방식을 택했다. 이더리움의 ‘탈중앙화 정신’을 ‘받든’ 셈이다.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단 3명의 의기투합으로 출발했다. 행사를 3주가량 앞둔 지금은 20여 명으로 늘었다. 자원봉사 형태다. 60여명의 연사 선발, 행사 기획, 홍보 등 업무를 돈 한푼 받지 않고 분담한다. 대부분은 블록체인 업계 현업 ‘선수’들이다. 개발자뿐 아니라 UX·UI 디자이너, 마케터, 비즈니스 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3일 준비위에서 활동하는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과 임완섭 논스 오픈소스랩 디렉터를 만났다.

임완섭(왼쪽) 논스파운데이션 오픈소스랩 디렉터와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이 5월3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인터뷰에서 이드콘 2019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이드콘은 국내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와 글로벌 커뮤니티 간 단절이 크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임완섭 디렉터는 “지난해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이더리움 데브콘에 참석했는데, 한국 개발 커뮤니티가 외부와 단절된 채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받고 있음을 크게 느꼈다”며 “국내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에도 ‘떠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드콘을 첫 제안한 3명 중 하나다.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은 “지난해 서울 이더리움 밋업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이 국내 한 연구팀의 발표를 듣고 ‘한국에 이런 팀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며 “국내에도 정말 깊이있게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외부와 소통이 잘 안 됐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지적하는 ‘단절’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단연 언어 장벽이다. 그러나 두번째가 더 큰 문제다. 임완섭 디렉터의 말을 빌면, “폐쇄적인 연구 개발 문화” 때문이다. 임완섭 디렉터는 “국내 연구자들은 제대로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절대 말하지 않는다. 반면 서양은 먼저 떠벌린 뒤 그 다음에 실제 연구와 개발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지난해 데브콘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이드콘은 변화를 꿈꾼다. 그는 “연구 개발 성과를 밖으로 알리는 데 익숙하지 않은 국내 개발자들을 위해 ‘떠들 수 있는 판’을 깔아 주고, 영어로 발행해 글로벌 커뮤니티에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완섭(오른쪽) 논스파운데이션 오픈소스랩 디렉터.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이드콘은 ‘커뮤니티 드리븐’ 원칙에 따라, 자원 및 추천을 통해 연사 후보를 모집했다. 국내 파이썬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자 커뮤니티가 만든 컨퍼런스 ‘파이콘’ 운영 방식을 많이 본땄다. 준비위는 ‘이더리움 코어와 블록체인 펀더멘털’, ‘댑(Dapp) 개발 도구 및 방법론’ 등 큰 주제와 간략한 예시만 제시했다. 세부 발표 계획은 모두 지원자가 자유롭게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초급-중급-상급의 난이도 분류 역시 지원자에게 맡겼다. 발표자의 최종 선정에는 공정을 기하기 위해 ‘제곱 투표 방식’이라는 복잡한 계산법과 블라인드 평가 방식이 동원됐다.

이드콘은 운영 방식의 많은 부분을 국내 파이썬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자 커뮤니티가 만드는 컨퍼런스 ‘파이콘’에서 빌려 왔다. 출처=이드콘 한국 2019 공식 블로그, 임완섭 페이스북

 

결과보다 과정에, 코끼리보다 개미에

성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둔다. 발표자 선정 과정에서 준비위 안에 형성된 공감대이자 대원칙이었다. 임완섭 디렉터는 “파이콘에서도 다양한 실패기가 너무 좋았다”며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따라서 모든 실패엔 배울 점이 있다. 그리고 실패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나오기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대단한 성과물이 있는 이들만 무대에 오를 때보다, 누군가 실패기를 담담히 말할 수 있을 때 더욱 다양한 경험을 엿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희연 사업개발담당은 “개발의 성과보다 초급-중급-고급 실력의 개발자들이 각 발표를 듣고 무얼 얻어갈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출처=이드콘 한국 2019 공식 블로그

 

최종 선발된 발표자 면면을 보면 대기업 또는 유명그룹의 개발자보다 특이한 개발 경력을 가진 개인들이 눈에 띈다. 코끼리보다 오히려 개미가 돋보이는 꼴이다. 개발자 윤성준씨는 이더리움 기반 오목 게임 댑을 개발해 배포했다가 서비스를 내린 뒷이야기를 공유한다. 제주 블록체인 이용자 모임의 현수영씨는 약 한달간 제주시 삼도2동 지역에서 진행한 ‘삼도코인’의 실험 과정 등을 발표한다.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가 간과했지만 대중화에 필요한 과제를 짚으려는 시도도 있다. 어느 블록체인 UX 디자이너는 연사 지원서를 통해 “이드콘 현장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UX 연구를 함께할 스터디원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블록체인 업계 UX와 UI 분야에선, 연구는커녕 문제의식의 공유조차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헉! 이드콘 2019에선 이런 ‘귀여운’ 발표도 들을 수 있다. 출처=이드콘 한국 2019 공식 블로그

 

누구에게 무엇도 집중되지 않는 탈중앙화와 그 확산을 위해

준비위는 곳곳에서 ‘탈중앙화 정신’을 추구한다.

이드콘이란 행사와 그 결과물이 특정 인물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임완섭 디렉터는 “아직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생태계에 들어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드콘 한국 2019 준비위원들은 3년 정도 뒤에는 모두 이드콘에서 손을 떼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준비위의 모든 의사결정은 메시징 툴 ‘슬랙’을 통해 공개·공유한다. 주요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겐 나름의 책임을 묻는다. 필요할 땐 표결로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애초 준비위는 청중뿐 아니라 발표자와 자원봉사자에 이르는 모든 참여자가 공평하게 티켓을 유료 구매하는 정책을 취하려 했다. 파이썬의 ‘Everybody pays’ 원칙을 적용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일었다. 준비위는 논쟁 끝에 표결을 실시했다. 결국 학생과 자원봉사자, 발표자에겐 티켓 가격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물론 내년 이드콘에선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화상 채팅으로 진행된 이드콘 준비위원회 첫 회의. 출처=이드콘 한국 2019 공식 블로그

 

이더리움 생태계 확장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타깃 고객’도 있다.

“이더리움 개발 생태계가 커지려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새로 많이 유입돼야 한다. 지금 이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엔 두 부류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다른 영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현업 개발자, 둘째는 대학생들이다. 아직 어떤 쪽을 본격적으로 팔지 진로를 정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직접 블록체인 개발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 – 임완섭 논스 오픈소스랩 디렉터

준비위는 이들 타깃층을 사로잡기 위해 메인 행사 외에도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 ‘이더 도둑 챌린지’는 참가자들이 다른 팀이 만든 스마트 계약의 취약점을 찾아 보고하면 소량의 이더리움(ETH)를 부상으로 받는 해킹 대회다. ‘니모닉을 찾아서’는 암호화폐 지갑의 프라이빗 키를 만드는 백업 단어들을 행사장 곳곳에 숨겨 두고, 이를 찾아 완성한 사람이 지갑을 차지하는 보물찾기 이벤트다. 이밖에 직접 댑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비기너 코스’가 준비되며, 인재 영입을 원하는 기업들을 위한 잡페어도 열린다.

“학생 개발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참신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다. 블록체인에 입문한 분, 블록체인이나 이더리움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분들도 모두 환영이다.” –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

[편집자 주]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더리움 개발자 컨퍼런스 이드콘 한국 2019(27~28일, 서울)를 앞두고 행사를 미리 엿보는 기획 연재를 마련했습니다. 준비위원회와 발표자들의 이야기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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