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 파이브_#29] “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9화: 데이터 오픈의 서막

등록 : 2019년 5월 10일 17:00 | 수정 : 2019년 5월 10일 14:07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유크로니아호를 출항시킨 주역이자 레드존의 핵심을 구성하는 베를루스국의 여왕 테스와 그녀의 손녀 세라 사이에 묘한 긴장감과 가치관의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결국 유크로니아를 이용한 권력 및 경제력 장악의 꿈을 꾸던 테스 여왕의 실각과 함께 베를루스국과 유크로니아에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다. 잠잠한 듯 보였던 블루존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온다. 새롭게 개량된 PoW의 이상을 우회한 중국의 ‘농장’에 갇혀서 학대당하던 현우는 <더 파이브>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예기치 못한 도전에 봉착한 블루존의 상황에 대해 한 민은 하드포크를 이용한 해시전쟁을 통해 유크로니아 사용자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더퍼스트의 미국방문에 대해 현재의 미국 대통령 스캇과 부통령 세이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이미 수상한 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퍼스트는 블랙존을 오픈하면서 연설했다.

-자신의 의견을 오픈소스화 하는 이 캠페인. ‘Yes, We Engage’ 캠페인에 저 또한 참여합니다
선택은 단 두 가지. 레드필은 방관, 블루필은 참여죠. 매트릭스를 보셨다면 아시겠죠? 레드필을 선택하신다면 세상에 관여하지 않고 꿈꾸면서 살 수 있습니다. 편한 방법이죠. 하지만 블루필을 선택한다면 현실과 싸우고 끝내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현실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퍼스트의 연설 등을 통해 이 캠페인이 미래의 정치를 바꾸는 매우 매력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이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이 오픈되는 것을 문제삼지 않았다. 블랙존 내의 ‘Yes, We Engage’ 프로그램에 등록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여기에 등록할 것을 권유하는 상황이 자주 목격되었다.

‘개인들의 행동과 사고, 철학 등을 시뮬레이션하고 자신이 믿는 정치적 지향과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정치에 직접 개입하자’는 모토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네, 우리는 참여합니다(Yes, We Engage)’라는 캠페인의 위력은 널리 퍼졌다. 국적, 개인, 비영리단체, 상업단체를 가리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오픈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네, 이탈리아계 미국민은 참여합니다.
네, 십대도 참여합니다. ‘Yes, Teens Engage’
네, 코카콜라도 참여합니다. ‘Yes, Coca Cola Engage’

가상월드인 유크로니아 내에서의 행동 패턴과 이야기하는 글, 채팅 등의 데이터가 오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치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정치 시뮬레이션을 하니, 정보의 오류는 매우 적었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잦아들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유크로니아 시민정치세력’의 경우 자신들의 생각과 성향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것을 그다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개개인의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정치 참여로 포장되었기에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캇은 승승장구했다. 이런 정보를 전체적으로 접근하고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의 백데이터로 사용하는 퍼스트가 건네주는 정보가 가진 정치적인 파워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스캇은 사실상 정보에 관해서는 무적의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

-유크로니아 참여 캠페인? 난 걱정 안 해. 가상현실 안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봤자, 개미떼들뿐이지. 모금액 비교 데이터는 나왔나?

상대 캠페인 진영을 이끄는 브라운이 서류를 보며 말했다.

-맙소사. 세이무어는 뭐하는 거야? 스캇의 모금액이 새 모이 만큼인데 도와줄 생각이 없는 거야?

브라운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게 좀 이상합니다. 세이무어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현재 스캇 진영을 이끌고 있는 것은 해리입니다. 스캇은 그에게 전권을 다 준 모양입니다.

비서관이 말했다.

-둘이 사귄다는 거 알아보고 있나?

-그렇습니다만 전혀 조짐이 없습니다

-밀착해서 보고해. 중요한 타이밍에 터트리게. 내가 보기에는 시간문제야.

브라운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동성애 스캔들에 모금액 저조까지. 스캇은 희망이 없어보였다.

*

-세이무어는 언제 도착한다든가?

텍사스 집회 현장으로 향하는 리무진 안에서 스캇이 물었다.

-갑자기 심장발작이 생길 것 같아서 이번 행사에 참여 못한다고 합니다.

해리가 답했다.

-심장발작도 예고하고 오나? 이젠 아주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군.

해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지러웠다. 세이무어의 표밭인 텍사스만큼은 믿었다. 그가 오지 않는다면 집회행사를 하는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세이무어가 자신의 편인지도 의심해야하는 판국이었다. 상대 진영을 미는 고도의 전략인지도 몰랐다.

-사실 심장발작 건은 제가 제안드린 겁니다.

건너편에 앉은 해리가 말했다.

-도대체 왜?

-위 인게이지 프로그램 데이터 분석결과, 그가 텍사스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다음에 참여할 경우 더 높은 지지율이 예상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이 집회에 참여하고 다음 집회에도 참여할 경우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가상 프로그램의 결과를 믿고 선거를 하라는 건가? 정치가 온라인 게임이라도 된다고 믿나?

-여태까지는 그랬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보면…..

-데이터 얘기는 그만해. 청중의 반응은 온라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끌어내는 거야.

-현장은 단 한 순간이지만 데이터 분석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합합니다. 개인의 취향과 과거, 현재의 정보에 의해 미래까지 예측합니다. 데이터는 개인 자신의 판단보다 오류도 적습니다. 게다가 더 빠릅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만약 다음에 세이무어에게 뭔가를 제안할 때는 내게 먼저 제안해주게. 아니면 당신에게 해고를 제안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새겨 듣겠습니다.

해리가 답했다. 해고라는 말에 놀랐는지 해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항상 웃는 얼굴인 스캇에 비해 항상 무표정인 해리였다. 해리가 얼굴을 붉히자 잘 생긴 얼굴이 이상하게 도드라졌다. 스캇은 좀 당황했다.

-그리고 앞으로 향수는 다른 것을 사용하면 안 되는가? 자네한테서 꽃향기가 나네.

스캇은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고 리무진 문을 열고 나갔다. 카메라 플래쉬가 터졌다. 스캇은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영국황태자처럼 손을 흔들었다. 그건 누구에게도 배운 매너가 아니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무에게서도 배우지 않았지만 어디엔가 귀족적인 자태가 있었다.

*

-우리 가문은 몇 백 년 동안이나 영국의 귀족가문이었지.

술에 쩔어 살던 아버지는 소파에 누워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징표하나는 절대 팔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런 말을 듣고 자란 것이 스캇의 자긍심에 보탬을 주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수많은 부자 학생들 가운데서도 절대 기가 죽지 않을 수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지하실에서 창업을 했을때도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미국에 오면서 몰락한 가문이었지만 이제 그는 다시 가문을 일으킬거라는 그런 동기. 미국이라는 신천지에서는 가능했다. 능력과 운만 있으면.

스캇이 대학때 만든 온라인 플랫폼은 대단한 유명세를 만들었지만 그는 실패했다.
물론 사람들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그 플랫폼을 수천만달러에 매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자기만의 자유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것은 허깨비와 다름없었다. 플랫폼의 정보를 정치인들에게 제공해야했고, 그들의 영향을 받아야했다. 그건 노예나 다름없었다.
그는 자유롭게 살려면 정치력을 가져야겠다고 결정했고, 학교를 다시 다니고 정치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하지만 딱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기존 기득권층을 넘어서기에 수천만 달러는 휴지조각이었다.

브라운이 모은 정치자금은 스캇이 모은 정치자금의 딱 스무배였다.

-조상이 진짜 하늘에 계신다면, 저를 도와주세요. 한 번만요!

스캇은 집무실 서랍을 열어 서진을 꺼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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