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 파이브_#32] 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판

32화: 섹스 스캔들

등록 : 2019년 5월 31일 17:17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더퍼스트의 미국방문에 대해 현재의 미국 대통령 스캇과 부통령 세이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이미 수상한 과거가 있었다.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 유크로니아의 블랙존은 “Yes, We Engage” 프로그램을 통해 막강한 사이버 정치권력을 쥐게 되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캇의 대통령 선거를 지원한다.

 

-텍사스 집회이후 스캇의 지지도가 급상승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브라운이 오찬석상에 앉자마자 물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자문 컨설턴트가 말했다.

-예측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체 유권자의 80%가 유크로니아 정치 시뮬레이션을 실행중입니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30%를 넘지 못했어요. 그렇게 되면 투표장 설문보다도 오차가 적을 겁니다. 이건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컨설턴트는 솔직했다.

-유크로니아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쓰면 될 것 아닙니까?

-그림의 떡입니다. 크로니아 정치 시뮬레이션은 인공지능 분석기술이 병행해야 가능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지만 스캇 진영에서 쓰고 있는 최신 기술에는 못 미칩니다. 그래서 제안드립니다. 컨설팅 비용을 지금의 20배를 주신다면 조금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컨설턴트는 침착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현존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영입해야합니다. 현재 직장을 포기하게 해서라도요.

-만약 내가 ‘노’라고 한다면?

-그러면 이번 대선은 오개월 후가 아니라 지금 끝납니다.

-사람들이 투표하는 거지 인공지능이 하는 게 아니잖나?

-스포츠 과학이 일정 수준이 이상이 된 지금, 올림픽을 제패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한 나라의 기술과 자본력입니다. 이제 대선도 그럴 겁니다.

-좋아. 만약 우리가 기술이 부족하다면 자본력을 써야지. 좋아. 서른 배를 주겠네. 대신 한 달안에 스캇 진영과 같은 기술을 만들어오도록.

브라운이 말했다.

-약속드릴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게.

브라운의 말에 컨설턴트는 자리를 비웠다.

-삼십 배라니, 어차피 안될 걸 아는데 그 정도로 예산을 퍼부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도 알아. 적어도 노력은 하겠지.

브라운이 디저트를 손댔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왜 기가 죽었어, 다들? 인공지능이라고 하니까 겁이 나나? 정치판이야.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해오는 게 우리 전문이지. 사람이 아니라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

캠프 자문인 앤더슨이 말했다.

-스캔들은 준비됐습니다.

-그럼 터트리게.

브라운이 말했다.

*

초등학교에 방문한 스캇은 인기 절정이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그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기념사진을 찍고 SNS에 올릴 개인 사진도 같이 찍어주었다.

-올게 왔습니다. 브라운 진영에서 섹스 스캔들을 터트릴 모양입니다.

갑자기 해리가 다가와서 스캇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구의 스캔들?

스캇은 웃으며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말했다.

-접니다.

해리가 무표정하게 말하자 스캇을 고개를 들었다.

-자세한 건 행사 끝나면 보고하게.

-지금 막지 않으면 두시간 뒤에는 일이 더 커질 겁니다.

해리의 말에 스캇을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미소짓고 돌아서 차가운 표정이 되었다.

-좋아. 그럼 보고해보게.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 빼지 말고.

스캇이 말했다.

-브라운 진영의 보좌관 앤 길모어와 자네가 염문설이라고?

-아니오. 염문은 아닙니다. 일년 전에 잠시 하우스메이트였습니다. 서로 다른 당이라고 할지라도 친구는 될 수 있죠.    

-하우스메이트? 그러면 이 사진은 뭔가?

스캇은 앤과 해리가 다정하게 안고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거였나? 나한테 관심있는 척한 이유가? 그런걸로 이 스캔들이 무마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게이라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스캇이 말했다.

-애인이 아닙니다. 후보님에 대한 호감을 꾸민 것도 아니고요. 저를 내치지 말아주세요. 이건 모략입니다. 정보통인 저를 내쳐서 우리 진영을 흔들려는 꼼수입니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해리의 둥글고 큰 눈이 더 커져서 반짝거렸다.

-우리 캠프의 최전선에 있는 보좌관이 브라운 진영에 애인을 두고 있는 것은 좋지 않아. 아마 사퇴압력이 쏟아질수도 있네.

스캇이 말했다. 해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치지는 않겠네. 하지만 더 이상 나와 개인적 친분을 가지려고 하는 어떤 접근도 용서하지 않겠네.

스캇의 말투는 차가웠다.

-감사합니다.

해리는 깍듯이 인사했다. 스캇이 집무실 문을 닫고 나가자 해리는 그 문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

4개월이 지났다.

스캇은 지난 4개월 동안 해리와 항상 70센티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했다.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그는 해리가 가까이 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해리가 자신에게 향하는 호감을 꾸몄다고 생각하자 배신감이 들었다.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어떤 사람에게도 배신감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 편이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자신도 상황에 따라서 배신이라고 보여질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였다. 하지만 이건 다르잖아. 개인의 감정을 이용하다니. 스캇은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십니까?

해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도 몰랐다.

-마지막 격전지만 남았습니다. 집중하셔야 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나도 알아.

스캇이 그렇게 말하며 앞자리에 앉은 해리를 보았다. 깔끔한 수트에 청량감이 도는 향수냄새가 싱그러웠다. 처음에 보았을 때 맡았던 그 달콤한 꽃향기나는 향기와는 전혀 다른 사무적인 느낌의 향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리가 뿌리면 어떤 향수든 약간 달콤한 향기가 났다.  스캇은 조금 더 몸을 뒤로 해서 향수냄새를 피했다.

대선을 끝내고 이제 앞으로 해리를 볼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안도감이 들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31화_”스캇 물러나고 세이무어 돌아오라”
30화_“유크로니아 혁명이 진짜 있었기에”
29화_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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