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이후 토큰 전부 증권으로 다뤄지나…SEC-킥 소송 쟁점

전문가들 “SEC 소장에 사실관계 적시, 킥도 대비했을 것”

등록 : 2019년 6월 7일 16:30 | 수정 : 2019년 6월 7일 16:17

Kik is Crowdfunding $5 Million in Crypto to Help Fight SEC

출처=셔터스톡

SEC가 메신저앱 킥(Kik)을 상대로 증권법 위반 소송을 낸 데 대해 전문가들은 SEC가 철저하게 소송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특히 꼼꼼히 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EC는 지난 4일 1억 달러어치 킨(kin) 토큰을 판매한 킥의 2017년 ICO는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것으로 증권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킥도 즉각 성명을 내고 SEC와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킥 법무팀의 아일린 라이언은 “SEC가 (자산의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호위 테스트를 원래 정의보다 훨씬 확대해 적용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전제를 잇달아 하면서 엉뚱한 시나리오를 썼다”며 “SEC의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스몰린스키 로사리오(Smolinski Rosario Law)의 대표 변호사 넬슨 로사리오는 SEC가 기본적으로 다른 ICO를 징계할 때 써온 틀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ICO로 판매한 토큰을 증권으로 보는 근거와 논리도 지금까지 써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킥의 ICO는 이제 막 회사를 세우고 허투루 준비한 토큰 판매와는 분명 달랐다. 이미 메신저 앱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었고, 기존의 서비스에서 토큰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럼에도 SEC는 지금껏 다른 ICO를 규제할 때와 똑같은 논리로 킨 토큰을 바라봤다. 결국 디지털 토큰은 증권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 넬슨 로사리오 변호사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SEC가 소장에서 킥이 1933년 증권법 제5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점을 꼽는다.

“지금까지 SEC는 주로 토큰 판매 과정에서 명백한 사기나 고의로 고객을 속인 행위에 초점을 맞춰 제재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킥이 킨 토큰을 판매한 행위 자체가 곧 증권법을 어긴 행위라는 점을 소장에 적시했다. 즉 토큰 판매 과정에서 사기를 모의한 혐의가 없더라도 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산을 SEC에 등록하지 않고 판매한 것 자체만으로도 법을 어겼으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 제이크 체르빈스키 변호사, 컴파운드 파이낸스(Compound Finance) 법무팀

로사리오 변호사도 소장에 사기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며, 체르빈스키 변호사의 분석에 동의했다. 법무법인 앤더슨 킬(Anderson Kill)의 스테판 팰리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대단히 직설적인 소장이라고 볼 수 있다. 증권 판매 과정에서 사기 혐의는 언급조차 없다. 증권을 판매하면서 SEC에 등록하지 않았으니, 증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증권법 위반 혐의 충분?

칼튼 필즈(Carlton Fields)의 변호사이자 아테나 블록체인의 법률 자문위원이기도 한 드루 힌케스는 SEC가 소장에 상당히 많은 사실을 나열한 점에 주목했다. SEC는 유튜브 동영상, 슬랙 메시지, 트위터는 물론 킥이 토큰을 판매하면서 지역 홍보 행사에서 사용한 홍보 자료까지 모았다.

“SEC는 그야말로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모아 킥이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을 추려냈다. 칼 샌드버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실관계를 따져서 불리할 때는 법의 해석을 두고 싸워라. 법대로 해서 불리할 때는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힘을 쏟아라. 사실관계도, 법도 모두 불리하다면, 할 수 있는 건 책상을 엎고 아수라장을 만드는 일 말고는 딱히 없을 것이다.’

SEC는 킨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을 차고 넘칠 만큼 모은 것 같다. 킥이 할 수 있는 일은 법의 해석과 적용 범위를 두고 다투는 일밖에 없어 보인다.” – 드루 힌케스 변호사

법률 연구원인 캐서린 우는 SEC가 방대한 자료와 사실을 상세하게 모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킥도 SEC가 내세운 사실에 대해 다툴 것으로 내다봤다. 즉 같은 사건이라도 맥락이나 효과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함으로써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힌케스는 또 “물론 사실관계가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실관계에 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어떤 일이 있던 시점에 킥이 파악하고 있는 사정이 어땠는지를 가려내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우는 2017년 킥의 토큰 판매가 당시 매우 전형적인 ICO였다고 설명했다. SEC는 킥이 증권을 판매하면서 SEC에 신고하지 않고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것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DAO 해킹 사건 이후 SEC가 작성한 DAO 보고서가 나온 이후의 ICO는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SEC가 이번 소송에서 이긴다면 킨 토큰 판매를 전후해 진행된 ICO는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판매한 토큰은 지금이라도 모두 증권으로 등록하거나 아니면 ICO로 받은 투자금을 모두 뱉어내야 할 것이다.”

SEC는 소장에 아예 DAO 보고서를 직접 언급했다.

 

당근과 채찍

사실 SEC가 킥과의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간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체르빈스키는, SEC가 사실상 암호화폐 전담 부서인 핀허브(FinHub)까지 만들면서 관련 업체들에게 규제를 어기지 말라고 부탁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직접 확인하고 팁을 줄테니 협의하자는 것이다. 체르빈스키는 SEC가 지금껏 증권법 위반 여부를 감독·조사한 수많은 ICO 가운데 법정에서 위법 여부를 가리게 된 첫 사건이 킥의 킨 토큰이라는 데 주목했다.

“SEC는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데 있어서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을 쓴 셈이다. SEC와 사전에 협의해달라는 당부가 당근이라면, 법을 어긴 회사를 예외 없이 징계하겠다고 소장을 제출한 건 채찍이다.”

팰리 변호사는 킨 토큰의 ICO는 언젠가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사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으며, 킥도 이를 대비해왔을 거라고 말했다.

“사실 업계 사람들 가운데 SEC가 소장을 제출한 것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더 놀라울 것 같다.”

킥은 지난주 아예 디펜드 크립토(Defend Crypto)라는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SEC와의 소송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디펜드 크립토에 후원했다고 밝힌 마이클 애링턴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SEC가 소장을 제출한 뒤 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그렇지만 SEC가 이미 킨 토큰 ICO를 징계하기 위해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리라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디펜드 크립토라는 캠페인이 시작됐다는 것도 모두가 안다. 킥이 최대한 자신의 논리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소송이 걸음마를 뗀 지 채 얼마 되지 않은 암호화폐 업계에 규제 당국의 규제가 좀 더 명확해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체르빈스키는 킥도 이 싸움을 법원에서 벌이고 싶어 했고, SEC를 그쪽으로 유도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SEC가 절차대로 킥을 고소할 예정이라는 통보(Wells Notice)를 하자, 킥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 대한 답변(Wells Response)을 성명 형태로 발표했다. 킥도 법원에서 싸울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킥은 SEC가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징계를 진행하는 것보다 법원에서 공개적으로 다투는 쪽을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어떤 전례로 남을까?

킥이 ICO 당시 적자가 계속되며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기존 사업을 하고 있던 어엿한 회사였다. 그래서 다른 ICO에 비해 킨 토큰 판매에 대한 SEC의 결정과 법원의 판단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사리오는 킨 토큰 판매가 “대단히 정교하게 준비된 ICO”였다고 평가했다.

이제 막 소장이 접수됐다. 법정 다툼은 이제 시작이다. SEC가 철저히 준비해서 소장을 작성했다지만, 그것만으로 이미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거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당연한 얘기지만, 원래 소장을 보면 피고가 무조건 잘못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 끝난 얘기 같지만, 정말 그렇게 시시비비가 분명한 사안이라면 법원에 올 이유도 없다.”

캐서린 우도 소장은 법원에서 사실을 다퉈보자는 신청서인 만큼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이나 배심원단이 고소 내용을 법원에서 다툴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SEC와 킥이 법원의 판단을 듣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합의에 도달해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다.

싱크탱크 케이토 인스티튜트(Cato Institute)의 디에고 줄루아가(Diego Zuluaga)는 SEC의 소장에서 규제 기관 본연의 역할에 맞지 않는 부분이 더러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SEC는 소장 앞부분 몇쪽을 할애해 킥의 사업 모델을 비판했는데, 이는 SEC가 왈가왈부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킥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킥이라는 회사의 사업이 어쩌다 실패하게 됐으며, 메신저 앱의 고객은 줄어들고 매출도 급감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소장에 늘어놓았다. 당시 킥 메신저의 사업 실적이 어땠는지, SEC와 킥의 서로 다른 주장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한 회사의 사업 모델을 평가하는 일이 SEC 소관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SEC는 사업 모델을 꼼꼼히 비판했다.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한 것 자체를 사기로 판단하도록 배심원단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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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