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 파이브_#33] 유크로니아 평화로운 우주 문제 합의체

33화: 혜성 출몰

등록 : 2019년 6월 7일 18:07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더퍼스트의 미국방문에 대해 현재의 미국 대통령 스캇과 부통령 세이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이미 수상한 과거가 있었다.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 유크로니아의 블랙존은 “Yes, We Enage” 프로그램을 통해 막강한 사이버 정치권력을 쥐게 되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캇의 대통령 선거를 지원한다. 대통령 선거전도 막바지에 치닫게 되고, 섹스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스캇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미국 전역에서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고, TV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박빙이지만 무난히 브라운의 승리를 점치는 뉴스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의 승부는 사실 상 결정난 것으로 봐도 되는 것인가요?

CNN의 스타 앵커인 스티브 쿠퍼가 최고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의 분석가에게 마지막 전망을 묻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현재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당선에 필요한 과반인 270표 이상이 되면 이기게 됩니다. 그런데, 브라운이 확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는 주가 경합주인 미시간, 뉴햄프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플로리다,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에서도 크게 앞서는 곳들이 많아 272표는 무난히 확보할 것 같습니다. 이미 승부는 끝났다고 봐야죠.

-역시 선거 막판에 터진 스캇 보좌관의 섹스 스캔들이 큰 영향을 미쳤나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게 보여집니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주에서 크게 여론이 뒤집히면서 사실 상 이제는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TV꺼!

스캇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캠프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었고, 이제 투표 마감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캠프로 속속 보고 되는 출구조사 결과도 여론조사 결과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끝이 나는 것인가? 하나의 스캔들 때문에 지난 몇 달 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용으로만 사용하는 핸드폰이 울렸다. 퍼스트였다. 그녀의 약속과 예언이 틀렸다. 이제와서 의미없는 사과라도 하려는 것인가?

-결과 다 알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위로할 필요 없어요.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스캇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벌써 포기한 건가요?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데요?

-무슨 소리죠?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글쎄요? 유크로니아 블랙존으로 와보세요. 그러면 의문이 풀릴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퍼스트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와서 유크로니아에서 무엇을 할 일도 없었기에 스캇은 자신이 여론을 살피기 위해 가끔 접속하는 유크로니아의 평민 아바타를 통해 블랙존에 접속하였다. 접속하자마자 반짝이는 초대장이 눈에 띄었다.

‘T리의 플로리다 마이애미 베이프론트 파크의 증강현실 공연에 초대합니다.’

이게 뭐지? 생각하면서 링크를 클릭하자 유크로니아 레드존의 T리 전용 콘서트장이 EDM의 원조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이 시작된 마이애미의 베이프론트 파크의 화려함이 결합된 콘서트장이 나타났다. 블랙존에서 가끔 여론 정도를 귀동냥하던 스캇에게는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T리의 공연은 동시간대 접속률이 십억입니다, 라고 씌어있던 기사가 생각났다. 리오의 카니발은 리오에서만 열리지만 전세계에서 동시에 열릴 수 있는 유일한 공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잠도 자지 않고 참석한다고 들었다.

환경을 선택하십시오.

라는 명령어 아래에 바다, 우주, 콘서트 장등 여러가지 선택지들이 있었다. 아무거나 누른 스캇 앞에 콘서트 장이 나타났다.

복장을 선택하십시오.

라는 명령어 아래에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었다. 아바타들은 영화배우부터 인어까지 다양했다. 스캇은 본인의 모습과 제일 다를 것 같은 아바타를 골랐다.

하지만 공연은 공연일 뿐 이런 공연에서 파퓰리즘을 해봤자 미국 대선의 향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것은 확실했다.

온라인 가상현실 공간에서 사람들이 아바타를 입고 참여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콘서트장처럼 작게 공간을 설정해도 되고 바닷가처럼 넓게 공간을 설정해서 참가자들을 볼 수 있는 한계가 있었지만 사실은 십억명 정도가 접속해있는 상태였다. 아바타를 사용하지 않고 관람만 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기서 정치 얘기는 금지되어있었다. 그러므로 어떻게? 스캇은 팔짱을 끼었다.

디제잉을 하는 T리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같이 부드럽다가 폭풍우같이 휘몰아치면서 사람들을 열기에 휩싸이게 했다. 최고의 전자악기들이 자동으로 편집되어 오케스트라보다도 더 디테일한 사운드 혁명을 선사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주위 환경이 변했다.

사람들이 환호를 했다. 그도 그럴것이 주위 환경이 최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양은 수천만원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우주 환경이었다. 콘서트 장은 모두 달 위에 서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 같은 공간으로 변신했다. 마치 정말로 우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보다 아름답죠?

T리가 묻자 사람들이 그에 맞춰 응답을 했다.

-아니라고요? 그럼 다시 환경을 바꿀까요?

T리의 소리에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 환경은 전 세계 접속자들 모두에게 오분간 무료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T리가 뜸을 들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왜냐하면 멀리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반짝거렸다가 점점 다가오면서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혜성이죠. 2sp213입니다. 지름은 30미터. 도시 하나를 망가트릴 수 있습니다. 들어보신 적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듣기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 혜성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미국 동부해안입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미사일로 궤도를 바꿀테니까요.

혜성은 그대로 내려가서 지구를 덮었다.

-피해지역은 멕시코 북부, 아프리카 해안, 동아시아 중심지역 등 여러 지역 중 하나입니다. 왜 예견할 수 없냐고요? 궤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미사일을 맞출 기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전 세계가 협조해야합니다.

그 작업을 유크로니아 내의 ‘평화로운 우주 문제 합의체’에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과 군사무기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합의를 하고, 그 내용들이 블록체인 상에 기록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백악관에서는 이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겠죠. 만약이라도 미국이 피해를 받으면 안될테니까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미국이 피해를 받지 않기위해 다른 나라를 괴롭히는 일을 하게되겠죠. 안 그렇습니까. 스캇 후보님?

T리의 말이 끝나자 스캇에게 클로즈업 화면이 열렸다.

스캇은 깨달았다. 이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대권 희망에 실낱같은 빛이 비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국이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권력과 기술을 쓴다는 대답도, 미국이 피해를 받더라도 전세계를 위하겠다라는 대답도 큰 반향을 일으킬 거였다.

-후보자님?

T리가 되물었다. 스캇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32화_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판
31화_”스캇 물러나고 세이무어 돌아오라”
30화_“유크로니아 혁명이 진짜 있었기에”
29화_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