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34] “Come Together, Join the Party”

34화: 각자의 길

등록 : 2019년 6월 21일 21:00 | 수정 : 2019년 6월 21일 18:48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더퍼스트의 미국방문에 대해 현재의 미국 대통령 스캇과 부통령 세이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이미 수상한 과거가 있었다.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 유크로니아의 블랙존은 “Yes, We Enage” 프로그램을 통해 막강한 사이버 정치권력을 쥐게 되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캇의 대통령 선거를 지원한다. 대통령 선거전도 막바지에 치닫게 되고, 유크로니아 정치플랫폼의 도움으로 우위를 점해 나가던 스캇은 해리의 섹스스캔들로 위기에 처한다. 선거일 당일 퍼스트의 초청으로 유크로니아 블랙존을 방문한 스캇은 T리의 증강현실 공연장에서 엄청난 약속을 요구받는데 …

스캇의 대답은 미국 대선 연설들 중 전무후무했다는 평가를 후대에 받게 된다. 만약 가상공간의 아바타가 한 이야기를 대통령 선거의 연설로 평가할 수 있다면 말이다.

-미국의 독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독립 중 하나입니다. 인종, 계급, 성별 간의 차별을 반대하며 지구상 가장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인 곳인 미국은 하나의 나라에 불과하지만 인류의 정신을 대표하는 나라입니다. 이에 저는 대선주자로서 감히 약속드립니다.

소행성 진입은 인류가 함께 풀어야할 문제이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의 이익을 위해서 자원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전세계 천문학자와 과학자들이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범지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유크로니아에 결성한 블록체인 연합인 ‘소행성 충돌 대비 전세계 연합체’를 적극 지원할 것이며, 연합체가 내린 어떤 결과 즉, 미국으로 소행성이 떨어진다는 예측결과가 나온다면 미국 외에 다른 약소국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키지 않는다고 약속 드립니다.

만약 그 문제를 고민하신다면 이걸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며 동시에 위대한 인류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스캇의 대답이 끝나자 전세계 대중들의 환호가 들끓었다. 그러자 T리가 마지막 노래를 준비하면서 마이크를 들었다.

-이곳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베이프론트 파크는 이제부터 세계를 바꾸는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난 성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곡은 “Come Together, Join the Party” 입니다. 이 공연을 보고 모두들 바로 투표하러 가십시오. 우리는 모두 “Yes, We Engage” 를 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T리가 화려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Come Together, Join the Party’ 존 레넌의 명곡으로 히피 문화의 상징이기도 했고, 한때 대항문화를 이끌었던 티모시 리어리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응원가로도 유명했던 곡이다. 자유와 참여를 상징하는 이 곡이 가상의 플로리다 마이애미 베이프론트 파크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He wear no shoeshine, he got toe-jam football
깨끗하지 않은 신발을 신고 발가락 사이에 때가 있어

He got monkey, finger, he shoot coca-cola
손가락은 원숭이 같고, 코카콜라를 쏘지

He say “I know you, you know me”
그는 “난 당신을 알고, 당신도 날 알아” 라고 말하지

One thing I can tell you is you got to be free
당신한테 할 수 있는 한 가지 말은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거야

Come together right now over me
지금 당장 함께 가자

미국내에서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낸 이 스피치는 대선의 결과를 바꾸었다. 비록 가상의 공간이었지만, 세계적인 퍼포먼스가 있었던 플로리다의 베이프론트 파크 인근에서 참여했던 수 많은 플로리다 주의 젊은이들이 “Come Together, Join the Party” 공연이 끝나자 마자 유크로니아와의 접속을 끊고, 투표장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스캇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투표율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역전이었다. 플로리다 선거인단은 29명이었고 플로리다에서의 극적인 역전은 최종결과도 바꾸어 놓았다. 272 vs. 268. 있을 수 있는 가장 적은 수의 차이인 4표차로 스캇이 승리했다.

*

-위험했어.

자문위원인 블랙이 스카치를 권했다. 스캇은 한번에 마셨다.

-게임은 역시 역전이 최고지.

-웃기지마. 섹스스캔들이 났던 해리만 일찍 놓아버렸다면 이렇게까지 고전하지 않아도 되었어.

-해리를 조사해봤잖아. 증거도 없고 브라운 쪽 비서관과 아무 관계 아냐. 깨끗했어.

스캇이 자신의 잔에 스카치를 한 잔 더 따랐다.

-뭐 웬만하면 관계없긴 하지. 해리는 여자니까.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모른 척 하는 것도 우리에게 도움되는 건지 모르겠어. .

블랙이 말했다. 해리가 여자라는 것은 대선 캠프 초기부터 알아냈다. 해리는 특이한 삶을 살았다. 막강한 부를 가진 가문의 후손으로 홈스쿨링을 했고 평생 남자로 살아왔다. 문서상으로 해리는 완벽한 남자였다.

-그 얘기는 그만해.

-넌 네 자신을 너무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 대통령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예를 들어볼까? 야당 의원들과 절반의 여당 의원들을 적으로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게임이야. 이제 해리를 놓아줘야 해.

블랙이 말했다.

-알아.

스캇은 잔을 한번에 비웠다.

*

해리는 스캇이 잠시 벗어놓은 넥타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향기라도 맡듯 고개를 묻었다.

-그런 짓은 이제 안 하기로 했지 않나?

스캇이 말했다.

-앞으로는 안 할게요. 미안합니다.

스캇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본 해리는 울상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 때 제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기억하시죠? 그걸 기억하신다면 이번 한 번 만 용서해주십시오.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러겠습니다.

스캇을 따라 해리가 걸어갔다.

-그게 문제야. 당신의 그런 행동때문에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거. 당신은 해고야.

스캇이 말했다.

-하지만 오늘까지만 있어. 오늘 같은 일을 같이 관전하려고 지난 일 년을 함께 보낸 거니까.

스캇은 해리를 보았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해리는 무표정했다. .

-보고는 내가 받는 거 아니었나? 더 할 말 없나?

스캇은 해리의 표정을 탐색했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만약 그녀가 퍼스트라면 오늘 그녀는 대중들 앞에 여자로 나타날 것이 거의 분명했다. 그렇다면 남자로 나섰던 해리가 아니라 여자인 퍼스트로서 둘의 관계는 예전과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퍼스트인지 아닌지, 스캇으로서는 아직 확언할 수 없었다.

-할 말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정식보고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 시간 부로 저는 보좌관 업무를 종료하겠습니다.

해리가 까딱 고개를 숙였다.

-그러든지. 종종 연락하게.

스캇은 해리를 한 번 보고 무심히 말하고 프레지덴셜 벙커로 들어갔다. 손에 땀이 났다. ‘제발’ 그는 생각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33화_유크로니아 평화로운 우주 문제 합의체
32화_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판
31화_”스캇 물러나고 세이무어 돌아오라”
30화_“유크로니아 혁명이 진짜 있었기에”
29화_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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