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지한다. 홍콩 시위와 암호화폐의 절절한 외침을

등록 : 2019년 6월 24일 14:00 | 수정 : 2019년 6월 24일 16:13

Crypto’s Connection to the Hong Kong Protests

홍콩 시위. 출처=셔터스톡

“프라이버시는 죽었다. 단념하라.”

자주 접하는 말이다.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 어떨 때는 디지털 시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꿰뚫어 본 지혜로운 격언처럼 들릴 때도 있다. 물론 끝없이 축적되는 개인정보는 심각한 문제다. 정보의 축적을 막으려는 법적인 시도도 있다. 특히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도입한 유럽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별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완전히 막는 길은 없고, 막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한 손실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자의 견해와 비슷하다. 동시에 비관주의적 견해와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 좋든 싫든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여기저기 쌓이는 데이터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쿼츠의 마리 휘 기자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한 장과 글을 올렸다.

지금껏 사람들이 지하철 표를 사려고 줄을 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충전 가능한 교통카드(옥토퍼스 카드)를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최근 옥토퍼스 카드 사용을 꺼리는 것 같다. 카드를 사용하면 시위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남기 때문이다.

 

짐작했겠지만 휘 기자가 올린 사진은 홍콩 지하철역의 모습이다. 6월 들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시위대의 규모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법을 악용해 시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사실 옥토퍼스 카드에 쌓이는 결제 데이터만 들여다봐도 시민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옥토퍼스 카드는 홍콩의 경제적 성공과 운명을 같이 해왔다. 교통카드처럼 패드에 찍으면 카드 잔액에서 요금이 결제되는 옥토퍼스 카드는 1997년에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지 3달 뒤에 홍콩 지하철에서 쓸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출시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다구간 지하철 티켓이었지만, 이후 도시 전역에서 사용하는 결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용카드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줄여 홍콩의 상업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차차 옥토퍼스 카드가 국가, 중앙 권력의 감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와 여기저기서 마찰을 빚으면서 자연히 감시와 통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휘 기자가 올린 사진에서처럼 시위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카드 대신 현금으로 지하철 티켓을 구매했다. 또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임시로 닫는 이들도 많아졌다. 소셜미디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도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에 시위 관련 사진이나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코인데스크 자문위원인 도비 완은 휘의 트윗에 홍콩 시민들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려면 중국 본토의 디지털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답을 달았다. 중국에서는 텐센트(Tencent)의 위페이(WePay)나 알리바바(Alibaba)의 알리페이(Alipay)같은 모바일 결제 앱이 폭넓게 사용된다. 이로 인해 중국은 무현금 사회가 되었으며 프라이버시의 침해도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도 생겨났다.

“중국 본토에서는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제 활동은 실제 신원과 연결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모두 결제 실명제와 생체정보 인증 방식을 사용한다. 주요 인사나 유명인들은 다른 사람의 결제 계좌를 사용해 시스템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프라이버시, 인간의 존엄과 경제를 위한 기본 조건

나는 지난해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되면 무현금 사회 자체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에 관한 칼럼을 썼다. 물론 중국 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저항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키기 위한 훨씬 더 근본적인 싸움이다. 이 싸움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홍콩 시민들은 개인의 디지털 활동을 추적하고 정부와 중앙의 권력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社会信用体系)’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 동시에 홍콩 시민들에게는 국제 상거래에서 홍콩의 입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덩샤오핑의 ‘일국양제’ 원칙 아래 홍콩은 중국에 이양된 후에도 고유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원칙은 홍콩 경제에 재산권과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기타 기본권이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홍콩의 경제를 보호하면 중국에도 득이 되는 일이었다.

이로 인해 홍콩은 계속해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세계 유수의 은행들은 홍콩에 본사나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지사를 두고 있다. 은행과 고객들은 중국 기업과 거래하고 정부와 사업을 하면서도 서양의 법적인 보호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홍콩을 선택했고, 그 덕분에 교역도 빠르게 늘어났다.

이후 선전이나 상하이 등 중국 본토 내의 도시가 경제특구로 지정돼 해외 은행이나 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직접 진출하게 되었다.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영향력은 다소 줄었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지는 오늘날 정치적·경제적 자유가 있는 홍콩의 역할은 다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홍콩의 존재와 역할은 다른 나라뿐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도 아주 중요하다. 당장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할 때 홍콩 시위에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60개국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홍콩은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타협안을 제시했다. (홍콩은 일대일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에서 스마트계약을 두고 벌어지는 초국경 분쟁을 중재하는 지역 후보로 올랐다.) 타협안은 계류(취소된 것은 아니다) 중이지만, 일대일로에 거부감이 큰 홍콩 내 강경론자들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중국이 구상하는 국제 무역의 판도 자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저항해야 하는 이유

경제적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더 근본적인 문제들, 사람과 돈,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

거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의 근본적인 권리인가를 토론할 때 경제적 교환이 한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제도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따라서 거래를 제한하는 건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다. 전체주의적인 디지털 감시는 심각한 걸림돌이다. 우리 모두 여기에 저항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초기 암호화폐의 이상을 뒷받침하는 프라이버시 옹호론이 중요한 이유이다. 프라이버시 보호에 있어 한계를 드러낸 비트코인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만들어진 지캐시(Zcash)나 모네로(Monero) 같은 코인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안전한 다자간 연산으로 활성화되는 프라이버시 강화에 관한 연구·개발을 계속해서 장려하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 같은 기관이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억압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거래를 활성화해 사회가 발전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홍콩의 거리에 나선 시위대를 지지해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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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