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리브라, 암호화폐 업계에 득일까 실일까?

등록 : 2019년 6월 24일 13:00 | 수정 : 2019년 6월 24일 13:13

출처=셔터스톡

“페이스북의 자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업계보다는 위챗이나 알리페이의 결제 서비스에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인다. 나는 리브라가 탈중앙화된 독립 프로토콜이 아니므로, 이를 암호화폐로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앤젤리스트(AngelList)의 공동창업자 네이발 라비칸트가 코인데스크에 보내온 이메일의 일부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 백서를 공개한 뒤 암호화폐 업계는 과연 리브라가 암호화폐 생태계의 지평을 넓히고 더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데 이바지하는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리브라가 아닌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이용자를 빼앗아가 암호화폐 시장 자체를 독식하게 될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쉽게 말해 리브라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비트코인이나 이더, EOS 토큰 등 다른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기존 암호화폐 생태계에 득이 될 테고, 반대로 그럴 가능성이 작아진다면 기존 암호화폐 생태계의 발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라비칸트는 우선 리브라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결제 비용이 확실히 줄어들 거라며, 리브라 같은 디지털 결제 수단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브라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솔직히 페이스북이 홍보용, 마케팅 상의 이유로 블록체인을 들먹인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게 아니고선 왜 리브라 프로젝트에 억지로 블록체인이란 옷을 입혀놓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국의 대표적인 결제 서비스 업체 텐센트(위챗의 모회사)와 알리바바(알리페이의 모회사)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두 회사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와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암호화폐 업계는 대체로 리브라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회사인 페이스북이 비자나 페이팔, 스트라이프 같은 내로라하는 금융, 결제 분야의 대기업들을 블록체인 업계에 끌어들이는 것만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히 작지 않을 것이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의 파트너이자 리브라연합(Libra Association)의 창립회원 가운데 하나인 프레드윌슨은 블로그에 리브라의 잠재력에 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암호화폐가 주류 사회에 도입돼 뿌리를 내리는 날을 앞당길 수 있는 일이다.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전액 보유금으로 가치가 보장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서비스 앱과 연동된 생태계 안에서 쓰이는 암호화폐인 만큼 적어도 수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리브라가 가치를 교환하는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암호화폐를 접하고 받아들이게 될 거라는 분석이 많다. 가트너(Gartner)의 애널리스트 아비바 리탄은 코인데스크에 사람들이 리브라를 처음 취득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대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대단한 희소식이다. 리브라를 얻기 위해 이미 암호화폐를 비롯해 디지털 생태계 전반을 잘 이해한 고객들이 새로 업계로 유입될 테고, 이들은 거부감 없이 다른 암호화폐에도 관심을 두고 투자하기 시작할 것이다.”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의 카일 사마니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 온 고객들도 금전적으로 혜택이 명확한 만큼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리브라의 장점은 명백하다. 우버나 리프트,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앞으로 끊임없이 목록을 늘려갈 수많은 제휴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던 이들에게 리브라는 불안한 법정화폐보다 훨씬 높은 안정성이 보장된 대체재 역할을 한다.

허가형 블록체인 분야의 선구자인 법무법인 번&스톰(Byrne & Storm)의 프레스턴 번 변호사는 리브라가 백서에 설명한 대로 포용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한 암호화폐 업계 전체가 리브라를 통해 얻는 것이 많을 거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암호화폐를 노출시켜 여전히 남아있는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면 이는 결국, 암호화폐 업계 전체에도 좋은 일이다.”

어거(Augur)를 만들었으며, 판테라 캐피털(Pantera Capital)의 투자 담당 이사인 조이 크럭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이미 암호화폐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리브라는 다른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의 이름을 암호화된 주소 대신 리브라로 부를 예정이다. 그렇게 해야 거래소들이 리브라를 상장해 취급할 수 있고, 다른 암호화폐들로 리브라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번은 페이스북과 제휴사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다른 암호화폐를 배제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출신으로 오토노머스 파트너스(Autonomous Partners)를 창립한 아리아나 심슨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리브라가 비트코인이 실질적으로 가하는 위협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예를 들어 스텔라(Stellar)나 리플(Ripple) 같은 암호화폐는 리브라의 등장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표적인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리브라 연합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멀티코인 캐피털의 사마니는 말했다. 현재 국채를 비롯해 많은 안전자산의 이자율이 사실상 0인 상태에서 리브라가 보유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한 맡겨둘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리브라 연합이 보유금 일부를 퍼블릭 블록체인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등으로 보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페이스북이 그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제아무리 페이스북이라도

페이스북이 전세계에 암호화폐가 믿을 만한 자산이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우선 리브라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굴러가야 한다. 그렇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페이스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수많은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 가운데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물론 페이스북과 제휴 기업들은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십억 명에게 퍼블릭 키와 프라이빗 키,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결제 방식,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화폐 등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고, 이에 대해 사람들의 전반적인 기대도 커 보인다.

그러나 제아무리 페이스북이라 해도 과연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많다. 뉴욕시의 벤처펀드 플레이스홀더(Placeholder)의 조엘 모네그로는 리브라를 초기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icrosoft Network, MSN)와 비교했다. MSN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고자 했던 자체 인터넷이었다.

“페이스북에 리브라는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에 MSN과 같다. 이 분야에 기회가 있어서 뛰어들긴 했는데,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코인펀드(CoinFund)의 창립자 제이크 버크먼도 테크 업계 유수의 기업들이 야심 차게 내놓았다가 실패했던 프로젝트의 이름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고 말했다. 리브라가 결국엔 전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리라고 전망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 회사라고 해도 새로운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존의 파이어폰(Fire Phone)을 예로 들었다. 구글의 경우엔 실패한 서비스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소셜미디어 분야에서만 해도 오르쿳(Orkut), 버즈(Buzz), 웨이브(Wave), 구글 플러스(Google Plus) 등 많은 돈만 쓰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린 서비스가 많다. 애플은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는 상태에 빠져 있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의 알버트 벵거는 블로그에 네트워크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는 것이 기술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에 관해 썼다. 벵거는 1995년 모든 윈도 이용자들에게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급률을 급격히 높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예로 들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인터넷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벵거가 지적했듯 원래 마이크로소프트가 원래 웹의 발전으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아니었다.

 

대형 금융기관이 싫다고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줘야 하나?

리브라 블록체인 백서를 쓴 저자 53명은 리브라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통화인 리브라코인(Libra coin)을 발행·관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돈을 통화(currency)라고 하는데, 여기서 리브라가 어떻게 설계됐고, 과연 소비자들이 쓰기 쉽게 쓰일지 따져봐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원조 격인 테더(tether)를 만든 회사를 공동으로 창업하고, 현재 디지털 재산권 관리 스타트업 왁스(WAX)의 CEO로 있는 윌리엄 퀴글리는 리브라의 가장 큰 매력으로 매일 무엇을 사든 지금보다 더 싼값에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마 현재 전 세계 GDP의 1.5%는 통화를 바꾸고 환전하는 데 소모되고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디지털 통화 리브라를 출시하면서 궁극적으로 손에 넣으려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견고하게 뿌리를 내린 대형 금융 기관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언이 “지금까지 은행이 이런 식의 정치적 싸움에서 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옹성 같은 기존 금융권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면 아마도 그 적임자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필두로 한 기업 연합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권력을 얻어 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앙화된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약점이 불거질 때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여전히 데이터를 중앙에서 독점적으로 관리하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을뿐더러 데이터 남용, 프라이버시, 보안 문제도 남는다. 사실 이 문제는 기존의 페이스북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 조 루빈, 컨센시스 창립자

블록체인 컨설턴트 마야 제하비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페이스북이 이론적으로는 리브라 블록체인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페이스북 플랫폼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거나 서비스를 개발했다가 낭패를 본 징가(Zynga) 같은 기업들이 한둘이 아닌 만큼 리브라의 지배구조도 우려의 대상이다. 제하비는 리브라가 ‘폐쇄적인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날 네트워크에 투자하거나 네트워크에서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 관리하려면 전체 노드를 운영하며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야 한다. 해당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필요한 구조적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리브라에 노드로 참여하는 데는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리브라연합의 창립회원은 각각 1천만 달러씩을 내고 노드를 운영하는 권한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궁극적으로 이용자 누구나 노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단은 1천만 달러를 낸 창립회원 28개로 네트워크 검증인을 제한했다. 창립회원들은 리브라 코인의 가치를 담보하는 보유금에 붙는 이자를 나눠 받는 식으로 투자금이자 연합 가입비 1천만 달러에 대한 수익을 받게 된다.

퀴글리는 리브라가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은 어느덧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더 넘은 암호화폐의 역사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암호화폐가 세상에 선보일 때마다 암호화폐 생태계에는 또 다른 층위가 생겨난다.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그것이 암호화폐를 표방하는 한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평가 기준은 암호화폐를 평가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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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