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 도입되면 거래소 망하나요?

[크립토 법률상담소] Case #38

등록 : 2019년 6월 24일 18:00 | 수정 : 2019년 6월 24일 17:14

크립토 법률상담소. 이미지=금혜지

질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이 도입되면 거래소는 망하나요?

황재영 변호사

황재영 변호사(AMO Labs/펜타시큐리티) :

FATF의 새 권고안에 따르면 라이선스를 받았거나 등록된 암호화폐 거래소만 영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권고안 준수를 위한 입법에 가상실명계좌 보유가 기본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외에 자금의 출처 및 보유자 신원 확인(KYC)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요구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하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 영업 가능 여부는 결국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르게 됩니다. 수많은 거래소 중 살아남는 거래소는 많지 않겠지요.

FATF의 권고안은 현재 국제 질서상 사실상의 강제력을 가진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권고안 준수를 위해 빠르게 법제를 정비해 나갈 것입니다. 이에 이번 권고안은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법제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을 개시한 수백개의 국내 거래소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권고안에 따르면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등록된 거래소만 영업이 가능하게 되므로, 영업 가능 여부가 사실상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정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상실명계좌가 허가나 등록의 요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가상실명계좌가 없더라도 거래자나 암호화폐 송수신자의 신원을 엄격히 확인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FATF 권고안 준수를 위한 것으로 알려진 김병욱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은 이미 가상실명계좌를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현재 국내 대부분의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이용자 개개인을 위한 가상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소위 벌집계좌(법인계좌)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를 기존의 금융거래와 동일하게 규제하겠다 게 FATF의 의지입니다. 결국 앞으로도 가상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부분의 거래소는 영업을 지속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상실명계좌를 이미 보유한 4개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거래소로 유입·유출되는 자금의 출처와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며, 시스템의 안전성이나 거래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높은 허들을 통과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인프라를 갖춘 이후에도 결국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기에 어떤 거래소가 살아남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금융의 관점에서 자금세탁방지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기존 금융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발전의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는 주장도 그저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FATF 권고안 준수를 위한 입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공동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규제가 형성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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