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35] 권력은 서로 모인다

35화: 해리의 연행

등록 : 2019년 7월 15일 10:30 | 수정 : 2019년 7월 15일 10:31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 유크로니아의 블랙존은 “Yes, We Enage” 프로그램을 통해 막강한 사이버 정치권력을 쥐게 되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캇의 대통령 선거를 sdf지원한다. 대통령 선거전도 막바지에 치닫게 되고, 유크로니아 정치플랫폼의 도움으로 우위를 점해 나가던 스캇은 해리의 섹스스캔들로 위기에 처한다. 선거일 당일 퍼스트의 초청으로 유크로니아 블랙존을 방문한 스캇은 T리의 증강현실 공연장에서 엄청난 약속을 하고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s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더퍼스트의 미국방문에 대해 현재의 미국 대통령 스캇과 부통령 세이무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유크로니아국이 입국신청을 해왔습니다. 어떡할까요?

비서관이 미국 대통령, 스캇(Scott)에게 물었다.

대통령 상황실 화면에 보스턴 항구에 입항을 준비하고 있는 배 한 척이 보였다. 항공모함급이었다. 고급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스캇은 생각했다. ‘제발’. 그게 무슨 뜻인지 자신도 몰랐다. 제발, 퍼스트로서의 해리가 나타나길, 아니면 안 나타나길. 그제야 깨달았다. 해리가 퍼스트로서 대외활동을 시작하든 안 하든 상관없었다. 스캇으로서는 그녀가 일이 끝나도 곁에 있을 수 있는 여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스캇은 고개를 흔들었다. 공사가 구분이 안 되어 본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부터는 안됐다. 그는 이제 미국 대통령이었다.

-저 배는 유엔에서 인정한 공식 국가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입국 허락은 안됩니다. 유크로니아국에는 미국에서 수배된 수많은 범법자들이 있습니다. 국가 일급 기밀 폭로자인 베루소를 포함해서요.

정보국의 셸(Shell)이 말했다.

더 파이브가 세운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구상의 자금들이 다 옮겨가고 있었다. 검색엔진, SNS, 게임 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관련한 것들은 물론 영화, 음악, 웹툰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와 유통, 상거래, 금융서비스 등까지. 전 세계 경제시스템이 전부 파이브의 새로운 플랫폼 체제위에 올라갈 게 이제 시간문제로 보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유토피아의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더 파이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들은 영토를 기반으로 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영원한 ‘유크로니아 게임월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크로니아 경제, 사회 시스템을 전파했다.

대통령의 비상 벙커 안은 소란스러웠다. 변화의 바람이 코끝을 매섭게 치는 시기, 고급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 토론하느라 분주했다. 모두들 단속평형의 예가 정말로 실현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촉을 세우고 있었다. 수트맨들은 머릿속에 계산을 시작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DHL, 넷플릭스, 전 세계 수백 개의 은행. 이것들을 다 합한 시가 총액이 어떻게 되지?

-로빈 후드야? 우리 자산을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고 있잖아.

세이무어가 말했다. 그는 이제 부통령으로서 퍼스트의 인기가 미국 내에서 여당보다 높아지는 것을 막아야했다. 세계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미국 대선에서 세계인의 참여를 보여줘서 새로운 대선 트렌드를 보여준 유크로니아는 UN이 아니지만 세계 정치의 1번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여자, 본명은 뭐야? 어디 출신이지? 됐어. 그냥 이리로 데려와봐. 강제로든.

세이무어가 짐짓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불가능합니다. 국제법에 따르면 저 나라의 배 주위 삼십 킬로미터가 영해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비서관이 말했다.

-하지만 배에서 나오게 한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졸린 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셸이 말했다.

-그녀가 미국의 이중국적자라는 것을 고려할 때 본국에서 나온다면 외교관의 권리를 제한한 국제법을 느슨하게 적용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유엔에서 허락해야죠.

비서관이 말했다. 주위가 잠시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스캇을 향했다.

-그럼 정중히 모셔와.

스캇이 드디어 입을 떼자 세이무어가 미소를 지었다.

-맞아. 그리고 뭐든 이유를 넣어 잡아넣으면 되지. 이제 유엔사무총장을 나랑 전화로 연결시켜주게. 왜 뭐든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하지?

세이무어는 시가의 불을 껐다. 회의는 끝났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유토피아의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더 파이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유크로니아호가 미국에 입국 신청을 했습니다. 과연 퍼스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낼까요?

백악관의 초청을 받자, 유크로니아호에서 헬기 한 대가 이륙을 준비했다.

방송 헬리콥터와 주위 선박들이 유크로니아호 주위를 맴돌았다. 한 헬기 안에서 리포터가 큰 목소리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지 1년이 걸렸습니다. 1년 전 4월 15일 화려하게 등장한 가상현실 게임월드 ‘유크로니아’가 1주년 기념 이벤트로 현실 세계에서의 온라인 공화국을 깜짝 선포한 지난 4월 1일 이후 단 2주 만에 전 세계 30%의 인구가 이들의 전자시민권을 가졌습니다. 만우절 이벤트 정도로 가볍게 치부했던 이들의 선언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동참을 선언하는 커뮤니티들의 등장과 함께 그 수가 가파르게 늘어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공해 상에 거대한 규모의 배, 유크로니아호,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섬과 같은 영토까지 나타난 셈이 되자 이 선언은 인류 역사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전 세계 연결형 국가를 선포하는 선언이 되었습니다. 게임월드 ‘유크로니아’에서 생활해오던 사람들 중 이중국적이 금지된 국가에 소속된 이들은 유크로니아호가 온라인 공화국을 선포하자 이 나라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 복수국적을 인정해주는 이웃 나라로 이민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숫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헌법을 개정하려는 나라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4월 15일 유엔이 정식 국가로 이들을 인정하던 날 전 세계에서는 축하 공연과, 길거리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방송 화면에는 4월 15일, 전 세계 곳곳의 녹화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전통의상인 흰 옷을 입고 민속 축제를 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유크로니아 시민임을 표시하는 팔찌를 장식하고 있었고, 해변에 누워있는 아카풀코의 연인들도 유크로니아 마크가 달린 선글라스를 낀 채 서로를 축하했다. 이집트 여성 오백 명은 스핑크스 옆에서 유크로니아 로고를 인간군상의 형태로 만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중국 공무원들도 유크로니아 로고가 새겨진 텀블벅에 커피를 마셨고, 군복을 입은 영국 군인들도 유크로니아 표식인 승리의 브이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였다.

-이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단체나 나라는 현재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유크로니아국의 사령탑인 유크로니아호가 미국에 입국 신청을 했습니다.
화이트 하우스 쪽에서 정식 초청을 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만, 과연 퍼스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낼까요?

전 세계인들은 더 퍼스트가 누구인지 보려고 생방송 화면에 집중했다.

아름다운 갈색 머리를 늘어뜨린 한 미인이 헬리콥터에서 내려왔다.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양쪽에서 그녀의 팔을 잡았다.

-해리 길모어. 당신을 선거법 위반으로 연행합니다.

*

유크로니아의 대변인이 미국에 입국하자 마자 연행되었던 게 더 놀라웠는지 아니면 그녀가 스캇의 남자 보좌관이었던 해리 길모어라는 것이 더 놀라웠던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뉴스리포터들은 다음 며칠 동안 매우 바빠졌다.

가발을 벗고 짧은 머리를 뒤로 묶은 해리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면회석에 앉아있었다. 변호사는 맞은 편에서 그녀에게 커피를 권했다.

-드시죠. 곧 꺼내드릴겁니다.

-그냥 조금만 더 있을게요. 내일 모레 정도에 스캇이 저를 특별히 꺼내주는 것으로 해요.

퍼스트는 팔짱을 끼었다. 여론의 판도가 퍼스트와 유크로니아에게 동정심으로 기울고 있었다. 유크로니아의 인기가 높아지고 스캇에게도 좋았다.

*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민이 세라에게 말했다.

-알아요.

세라가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유크로니아에 기득권이 생긴 건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미국 좋고 유크로니아 좋고.

민이 한국 속담을 사용했다.

-권력은 서로 모여요. 그런 패턴은 어쩔 수 없어요,

세라가 말했다.

-그러지 말자고 유크로니아를 만든 거잖아!

T리가 불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크로니아가 세상을 구하는 모습이니 아름답긴 하지만. 내막은. 다시 미국인가?

아성이 말했다.

한발자국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물러선 느낌이었다. 더 파이브의 멤버 중 3명은 무력감을 느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난 스캇을 믿어.

민이 말했다.

-종교냐? 믿게. 난 스캇 안 믿어. 난 불교신자거든.

T리가 말했다.

– 난 기독교야.

세라가 말했다.

-T리와 세라의 생각에 동의해. 너희 커플의 유머감각에는 동의 못하겠지만.

아성이 말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SE4_유크로니아호 미국 입항까지 있었던 일들
34화_”Come Together, Join the Party”
33화_유크로니아 평화로운 우주 문제 합의체
32화_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판
31화_”스캇 물러나고 세이무어 돌아오라”
30화_“유크로니아 혁명이 진짜 있었기에”
29화_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각종 제보 및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