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들, FATF 권고안 이후 ‘속수무책’ 관망중

등록 : 2019년 7월 17일 16:30 | 수정 : 2019년 7월 17일 16:31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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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권고안을 확정해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사실상 별다른 준비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아직 권고안이 반영되지 않은데다, 요구치가 상당히 높아 섣불리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17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거래소들은 추이를 지켜볼 뿐 별다른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빗썸과 코인원 정도가 최근 자금세탁방지 조직을 신설했다. 다만, 두 거래소 모두 여러 부서에 나뉘어 관련 업무를 하던 직원들을 한데 모아놓은 단계다. 고팍스, 코인원이 자금세탁방지 직원을 충원중이지만 뽑는 인원은 1~2명이다.

또 대부분 거래소는 자체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이 있지만, 금융기관 수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가로 외부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도입한 건 다우존스 와치리스트와 체이널리시스를 사용하는 업비트 정도다. 일본계 대형은행인 MUFG(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AML/CFT를 담당하는 김진희 이사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사실상 AML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통과되면 거기에 맞춰 준비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고, 빗썸 관계자는 “구체적인 법령안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은 국회 담당 상임위(정무위)에서 진척이 없다. 특금법이 개정되면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한 새로운 의무를 지게 된다. 지난달 나온 FATF 권고안에 따라 은행 수준의 AML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나름 준비를 모색하지만 수준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스템 구축부터 인력 충원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드는 일이다.

게다가 거래소 입장에선 법제화 이후 금융위원회가 신고나 등록을 받아줘야만 영업이 가능한데, 사업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정도 투자를 하는 것도 고민이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회가 특금법 개정안 처리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시간이 갈수록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에 모아질 전망이어서 법 통과는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국내 은행들도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빗과 계약을 맺고 있는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수준을 충족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야만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빗썸, 코인원과 계약한 농협의 한 관계자는 “FATF 권고안이 특금법에 반영이 안 됐으니 아직 은행도 당장 조치를 하는 건 없다”면서도 “거래소는 미리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FATF는 지난 6월 총회에서 가상자산 취급업소(VASP)에 금융기관에 준하는 AML 의무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FATF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취급업소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등 36개국이 참여하는 FATF의 목적은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방지다. 이를 위해서 금융기관에 여러 의무가 주어진다. 기본적으로 불법자산이 거래에 사용된다고 의심(STR)되거나, 1일 1000만원 이상 현금 입출금 거래(CTR)가 있다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고객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을 확인하는 고객확인제도(CDD)도 해야 한다.

이 기준은 금융기관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2017년 1월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흡해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과징금 1100만달러(약 129억원)를 부과받았다. 국내에서도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광주은행이 법인고객의 실제 소유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심거래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흡했다며 과태료 600만원, 임직원 3개월 감봉 제재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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