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세조작 봇 업체 ‘갓비트’를 만나다

창업자 “거래소들도 알지만 수수방관…1.5만달러 내면 코인마켓캡 등록해드려요”

등록 : 2019년 7월 27일 10:00 | 수정 : 2019년 7월 27일 18:40

For $15K, He’ll Fake Your Exchange Volume – You’ll Get on CoinMarketCap

출처=코인데스크

암호화폐 산업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고 규제를 세우는 일은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의 중요한 목표다. 규제 당국의 인정을 받는 데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세 조작은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에게 상당한 골칫거리다. 그러나 약관의 청년 알렉세이 안드리유닌에게 숫자를 부풀리는 일은 생계가 달린 문제였다.

모스크바국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안드리유닌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암호화폐가 활발히 거래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갓비트(Gotbit)의 공동창업자다. 안드레유닌이 동업자와 함께 차린 2인 기업은 수수료를 받고 봇이 토큰을 서로 주고받도록 프로그래밍해 거래량을 부풀린다. 목표는 해당 암호화폐가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등록되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 업체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코인마켓캡에 상장되는 코인은 더 많은 거래소와 투자자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갓비트는 정식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명성이 부족하기로 악명 높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갓비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 규제기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비트와이즈(Bitwise Asset Management)는 비트코인 거래량의 95%가 가짜라며, 거래량을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10곳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암호화폐 랭킹 포털 코인게코(CoinGecko) CEO 바비 옹은 갓비트 같은 회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토큰 프로젝트의 시세를 조정할 수 있다며 돈을 받고 거래량을 부풀린다. 워시 트레이드(wash trade)로 알려진 이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 바비 옹, 코인게코

옹은 외부에서 워시 트레이드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내역과 주문 장부를 살펴보면 수상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매수·매도 스프레드 바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거나 계속해서 스프레드 내에서만 이루어지면 워시 트레이드일 가능성이 크다. 거래 간격과 규모에서도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나면 워시 트레이드를 의심해야 한다.” – 바비 옹, 코인게코

당연한 일이지만, 대놓고 시세조작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안드레유닌은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 응했다. 안드레유닌의 설명을 토대로 갓비트의 사업 구조를 낱낱이 분석했다.

한창 바쁜 대학생을 더 바쁘게 한 암호화폐 붐

안드리유닌은 인터뷰 약속 시각에 늦었다. 고객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는 안드리유닌은 수업에는 거의 출석하지 못한다. 그는 대학 친구들 대부분이 암호화폐에 관심이 매우 많다고 했다.

안드리유닌은 ICO 열풍이 아직 남아있던 2018년 대학생 친구 한 명과 갓비트를 창업했다. 동업자가 거래 봇을 코딩하는 동안 안드리유닌은 갓비트의 ‘시세조정 서비스’를 판매할 토큰 프로젝트를 찾아다닌다. 작은 거래소에 상장하는 비용은 8천 달러(약 940만원)이다. 정상적인 시장 활동을 모방하는 알고리듬을 이용해 거래량을 조작하는 서비스 이용료는 한 달에 6천 달러(약 700만원)이다

코인마켓캡에 토큰 등록을 보장해주는 좀 더 비싼, 1만5천 달러짜리 서비스도 있다. 토큰이 최소한 거래소 2곳에 상장돼있어야 한다. 이때 갓비트가 고르는 거래소는 사실상 이름뿐인 거래소로 조작한 거래량 없이는 사실상 돌아가지 않는 유령 거래소나 다름없다. 낯설기 짝이 없는 이름 없는 암호화폐가 비트코인보다 훨씬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면 거의 예외 없이 거래량이 조작됐다고 봐야 한다.

안드리유닌은 갓비트가 봇을 이용해 알트코인 거래량을 부풀리면 거래소들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거래소들도 거래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면 거래소 유지에 도움이 되므로 까다롭게 단속하지 않는다.

거래소에 토큰을 상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정해진 게 없다. 거래소들은 대체로 비트코인 2개 정도의 비용을 요구하는데, 이는 요즘 시세로는 약 2만 달러다. 상하이에 있는 핫비트(Hotbit)와 홍콩에 있는 비트포렉스(BitForex)가 그렇다.

암호화폐 거래 회사 알라메다리서치(Alameda Research)는 최근 보고서에서거래소들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거래량을 부풀려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업계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알라메다는 세계 각지의 암호화폐 거래소 48곳의 주문 장부와 거래 내역을 분석해 그중 14곳은 실제 거래량이 0이었다고 밝혔다. 비트포렉스도 그중 하나다.

안드리유닌은 이런 거래소에 사실상 유동성을 제공하는 유일한 고객이 갓비트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더 작은 소규모 거래소는 실제 거래량도 없이 어떻게 망하지 않고 버티는지 잘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큰을 거래소 2곳에 등록하고, 봇을 이용해 일일 거래액 10만 달러 이하에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처럼 조작하면, 해당 암호화폐는 코인마켓캡의 최소 등록 요건을 갖춘다. 여기까지가 갓비트가 계약대로 해주는 일이다.

안드레유닌은 코인마켓캡에 등록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중개인도 있다고 했지만, 중개인이 정확히 어떻게 코인마켓캡 등록을 돕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갓비트의 고객들은 코인마켓캡에서 300~500위 정도에 등록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코인마켓캡의 마케팅 담당자 캐럴린 찬은 사이트에 등록하려면 토큰이 반드시 일련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실제로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보유해야 하며,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거래소 2곳에 상장한 토큰이어야 한다. 또한, 프로젝트 대표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창구도 있어야 한다.

거래량을 부풀려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찬은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암호화폐를 등록하는 것이지 단속이 주요 목적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찬은 웹사이트에서 수상한 활동이 포착되는 프로젝트는 따로 표시해둔다고 말했다.

고객들

안드리유닌은 ICO 이후 실제로 토큰이 거래된다는 사실을 보여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회사들도 갓비트의 서비스를 찾는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창립자들은 프로젝트가 잘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갓비트 고객사 30여 곳 가운데 유효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내며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른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다른 프로젝트들은 가짜 거래량으로 사업을 몇 개월간 간신히 유지할 뿐이다. 창립자들이 시세조정 비용 지급을 중단하는 순간 토큰 가격은 폭락한다. 몇 달 후 프로젝트는 폐업한다.

안드리유닌은 그 시점이 되면 토큰을 구매한 사람들은 람보르기니는 물 건너갔고, 자전거나 타자며 현실과 타협한다고 말했다.

토큰 프로젝트는 주요 투자자와 토큰 보유자에게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으며,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므로 시세조정 서비스를 사용하곤 한다. 가격 급락을 원치 않으면서 최적의가격을 유지하거나 점차 가격이 올라가기를 원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 바비 옹, 코인게코

옹은 거래소들도 갓비트 같은 서비스의 수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에서 최소 거래량을 요건으로 내걸고 거래량이 적은 토큰은 상장을 폐지하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위험을 안게 된 토큰 프로젝트들은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시세조정 서비스를 찾게 된다.” – 바비 옹, 코인게코

드물게 갓비트의 시세조정 서비스를 사용한 프로젝트가 코인마켓캡 상위 100위 이내 토큰에 들기도 했다. 안드리유닌은 토큰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팀과 사업모델이 탄탄했다고 말했다. 그런 회사는 왜 억지로 거래량을 부풀렸을까?

안드리유닌은 규모가 큰 거래소에 상장하고 현금도 벌어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봇을 이용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봇이 이름 없는 거래소의 거래 장부에 먼저 매수 주문을 넣고, 자기 계좌나 다른 계좌로 매도 주문을 넣어 거래를 체결한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가진 계정은 4개지만, 이렇게 스스로 거래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데 필요한 계정은 사실 2개면 충분하다.

갓비트의 서비스 설명 슬라이드. 거래량 증가 봇 인터페이스

갓비트는 거래가 그럴듯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알고리듬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시기에 진행되는 정상적 거래 패턴을 흉내 내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갓비트가 만든 슬라이드에는 이름을 삭제한 몇몇 토큰들의 실제 거래량 차트가 나와 있다.(안드리유닌은 고객과 기밀 유지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토큰의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갓비트의 봇 외에 토큰을 거래하는 고객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고객이 봇 작동을 중단하면 거래소의 거래량은 0으로 떨어진다.

봇을 끄자 토큰 거래량은 순식간에 0이 되었다.

봇이 주문하는 거래는 실제로 체결되지 않는다. 그저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이다. 이론적으로 ICO에서 토큰을 산 토큰 보유자들은 거래소를 방문해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이 경우 갓비트는 코인의 유동성이 부족하니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봇은 거래소의 이더스캔(Etherscan,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블록 탐지기) 주소를 지켜보다가 코인에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면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넣어둔 모든 주문을 즉시 취소한다. 갓비트는 이더리움에서 운영되는 ERC-20 토큰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서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독하기는 어렵지 않다.

갓비트는 매수-매도 스프레드(판매자가 받고자 하는 가격과 구매자가 내려는 가격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일정 가격 차를 두고 주문을 넣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는 시장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스프레드가 작으면 유동성이 높다는 뜻이고, 스프레드가 크면 반대로 수요·공급이 낮아 시장에 유동성이 낮다는 뜻이다.

안드리유닌은 건강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토큰의 스프레드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프로젝트도 있다고 말했다.

갓비트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봇이 토큰을 버릴 수 있게 하는 알고리듬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봇이 이미 주문 장부에 있는 실제 주문을 찾아 빠르게 채워 넣어야 한다. 실제로 주문을 내는 이용자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사업은 언제까지?

안드리유닌은 사업의 미래에 비관적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규제가 점점 더 엄격해지면서 가짜 코인이 가득한 소규모 거래소의 시대는 결국 끝난다는 것이다.

안드리유닌은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와 거래소를 규제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새로운 가이드를 통해 전통적인 금융과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FATF에서 빠르게 소규모 거래소를 폐쇄할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나스닥처럼 규제를 받게 되고, 거래량 부풀리기도 금지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나스닥에서 그대로 하면 금융 범죄로 처벌받는다. 사람들이 허위로 거래량을 늘리거나 조작하지 않는지 감시해야 하는 의무는 사실 거래소에도 있다. 이를 게을리하는 거래소는 블랙리스트에 등록될 수 있다.”

그렇기에 갓비트의 시세조정 사업은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안드레유닌은 다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구상은 거래소에서 진행되는 ICO인 최초거래소공개(IEO, initial exchange offering)다. 그러나 안드레유닌에게 지금 현실적으로 더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다. 대학교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기말고사를 제대로 치르는 일이다.

요약

  • 갓비트는 수수료를 받고 잘 알려지지 않은 암호화폐의 거래량을 부풀리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30곳 정도의 암호화폐가 갓비트의 고객사다.
  • 갓비트는 봇끼리 서로 토큰을 거래하며 주고받도록 프로그래밍해 시장이 활성화된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 해당 암호화폐는 봇으로 부풀린 거래량을 바탕으로 코인마켓캡에 등록된다. 갓비트의 공동창업자는 거래소들이 거래량 조작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시세를 조작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운영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업체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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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