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가 처한 모순

등록 : 2019년 7월 24일 13:30 | 수정 : 2019년 7월 24일 15:00

Facebook Says It Won’t Launch Crypto in India Due to Regulatory Issues

출처=셔터스톡

지난주 미국 의회에서 진행된 리브라 청문회를 두고 온갖 관전평과 분석이 난무한 가운데 리브라의 핵심적인 문제를 잘 요약한 짧은 트위트가 있었다. 마르코 산토리 변호사가 리브라와 기업형 암호화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리브라는 지금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금을 동결해 불법 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중앙화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자금 사용을 두고 참여자를 차별하지 않을 만큼 탈중앙화돼야 한다.

 

페이스북과 리브라연합의 창립회원 27개 회사가 떠안고 있는 딜레마를 이해하려면 비트코인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해결하고자 했던 바로 그 문제 말이다. 유명한 리브라 백서의 부제목에도 나와 있다. 바로 “전자 현금(electronic cash)”이다.

사토시는 사이퍼펑크의 꿈을 구현하고자 했다. 디지털 결제에서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고자 했고, 오프라인 현금 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기려 했다. 핵심은 사용자가 인터넷상에서 누군가와 거래할 때 신원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건네면서 매번 내가 마이클 케이시라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아도 되듯이 말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금이나 비트코인을 쓰는 사람이 전부 법망을 피해 자금 세탁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신원 증명이 상업에 실질적인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신원을 꼭 밝혀야 한다면,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프라이버시의 중요성

리브라가 야심차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개발도상국의 ‘은행 서비스 미사용자’ 20억 명을 생각해보자. 교육 수준과 신용 등급이 낮으며 신뢰하기 힘든 국가에서 발행한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은행 계좌 개설 자격을 충족하기 어렵다. (엄격한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해외 은행들과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개도국 은행들도 이 기준을 지켜야 한다) 상당수의 성인에게 신원 증명은 큰 장벽이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억만장자나 이들을 위해 거래를 하는 대규모 은행 또는 브로커리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들은 주식, 채권, 상품 등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때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를 꺼린다. 신원이 밝혀지면 시장에서 이들에게 불리하게 거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원 증명은 대체가능성(fungibility)도 제한한다. 이전에도 설명했듯이 돈은 과거의 사용처를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가치를 가진다. 1달러 지폐를 다른 1달러 지폐랑 바꿔도, 비트코인 1개를 다른 비트코인 1개와 바꿔도 상관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전의 거래 내역 때문에 내가 가진 달러나 비트코인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면 돈 자체의 유용성이 줄어들고 가치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통화의 대체가능성이 사라진다. 이것이 왜 문제인지는 자신이 연루된 적 없는 범죄나 행동으로 인해 자산이 동결된 브로커리지나 기관에 계좌를 보유해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래서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 최대한 넓은 사용자 기반을 보유해 초국경 디지털 상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글로벌 경제를 확장하려면 프라이버시 강화에 힘써야 한다.

 

프라이버시 기술과 감시 강화

애석하게도 비트코인은 적어도 처음에는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강화하지 못했다. 공공원장(public ledger)은 그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법률을 준수하려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로 인해 공공원장은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신원이 증명되고 나면 과거 거래 기록과 사용자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이는 지캐시(Zcash)나 모네로(Monero) 같은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탑재한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또한, 밈블윔블(Mimblewimble) 같이 거래 기록을 지울 수 있는 잠재적인 사이드체인 솔루션이나 비트코인 믹서도 나타났다.

실제로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사용자 정보를 점점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최근 새로운 국제 규제 표준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고, 자율 보관, 신뢰가 필요 없는 거래소 솔루션, 사용자 자율성을 지지하며 전자 현금의 특징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앙화된 탈중앙화’라는 역설

주의할 것은 완전히 탈중앙화된 개방형 시스템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완벽히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장을 유지하는 노드가 허가받은 검증인으로 식별된다면 이들은 (28개 리브라연합 창립회원처럼) 국가 기관에서 원하면 언제든지 사용자들의 신원을 요구하고 거래를 검열하거나 무효로 해버릴 수도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자금세탁방지 혹은 테러 단체 자금 지원 예방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히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얼마든지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다. 중국의 디지털 감시가 그 예다.

물론 선택지는 없었지만, 페이스북의 리브라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는 칼리브라가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따르고 자금세탁방지 계획에도 철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으로서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사법당국끼리 조금만 힘을 모으면 실제로 리브라연합 창립회원들을 압박해 마커스가 약속한 대로 규제를 따르는지 감독하고 강제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정치인과 미국인이 이러한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는 테크 기업, 특히 페이스북의 정보 수집과 관련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 청문회에서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한 질문과 질타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보면 놀라울 정도다. 이들은 리브라 프로젝트 책임자의 입에서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끊임없이 듣고 또 들으려 했다.

마커스는 칼리브라가 탈중앙화되었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어떠한 회원도 다른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을 만큼 극적이다. 이는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없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탈중앙화 암호화폐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모순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러한 모순은 페이스북이나 리브라의 구조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발생한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절대적인 프라이버시를 요구하면서 자금을 세탁하는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거래에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을 결합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더 창의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영지식 증명이나 떠오르는 ‘자치 신원 증명’, 범죄를 줄이되 사람들의 개인 식별 정보를 노출하지는 않는 더 개방적인 규제 모델 등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먼저 사용자가 이를 받아들이고 써야 하고, 정책입안자들의 신뢰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마커스와 팀이 계속해서 모순된 두 가지의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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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