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37]‘좋은 사람임을 증명할 기회를 줘!’

37화: 혜성 충돌

등록 : 2019년 7월 26일 12:00 | 수정 : 2019년 7월 26일 11:28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 유크로니아의 블랙존은 “Yes, We Enage” 프로그램을 통해 막강한 사이버 정치권력을 쥐게 되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캇의 대통령 선거를 sdf지원한다. 대통령 선거전도 막바지에 치닫게 되고, 유크로니아 정치플랫폼의 도움으로 우위를 점해 나가던 스캇은 해리의 섹스스캔들로 위기에 처한다. 선거일 당일 퍼스트의 초청으로 유크로니아 블랙존을 방문한 스캇은 T리의 증강현실 공연장에서 엄청난 약속을 하고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미국에 입항한 퍼스트의 정체는 놀랍게도 미국 대통령 스캇의 보좌관이었던 해리였음이 밝혀지고, 그는 바로 미국 정부에 의해 체포된다. 예측된 바와 같이 시시각각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혜성. 혜성의 충돌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한 유크로니아와 미국의 협력은 어떤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인가?

2개월 후

-CNN 최초로 유크로니아 가상현실 플랫폼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리포터가 커다란 천체망원경들로 둘러싼 곳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이제 이십여 일 앞으로 다가온 플로리다 주 연안에 충돌할 것으로 보이는 혜성의 접근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그리고 계획이 현실에 부합하는 지 여부를 전 세계인 모두 알고 싶어 합니다. 먼저 단체소개를 해주시죠?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구 연합체’입니다. 전 세계 30여 개국의 천문학자들의 모임입니다. 우주산업 강대국뿐만 아니라 약소국에게도 정확한 천체정보를 주고 투표권을 주기위한 지구 연합 합의체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말소리와 함께 자막이 함께 스크린에 떴다.

-혜성이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으로 진로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인가요?

-네, 그런 사실을 포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지구 연합 내에서 협의를 하자는 취지입니다.

-왜 이런 활동을 UN에서 하시지 않는가요?

-블록체인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지역에 펼쳐져있는 천체 망원경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렇게 모인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복잡한 계산이 가능한 컴퓨팅 자원들, 그리고 그렇게 나온 계산의 결과를 이용해 최선의 재앙을 회피하는 전 지구적인 합의를 정치적인 셈법이나 힘의 우위와 관계없이 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변조하고 합의체 대변자를 익명으로 하시는 이유는 왜인지요?

리포터가 물었다.

-각 나라에서의 천체 탐구와 보고는 투명하게 하지만 대변자는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합한 로봇 목소리로 발표합니다.

-합의된 결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저희는 각 나라의 정치권과 긴밀한 공조관계에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이 합의체의 열렬한 지지자인 것은 알겠지만 판지아의 대통령은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습니까?

-판지아국 내륙지방에 혜성이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이때에 매우 유감스런 행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판지아 국의 대표는 자국의 대통령의 뜻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는 판지아국 국민이며, 또한 유크로니아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낼 것입니다.

-판지아국의 국립 천문대가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진행에 무리는 없는지요?

-다행히도 주변국들의 협조로 오차범위 0.00006%의 천문 예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컴퓨터와 관측장치를 동원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정확하게 ICBM을 발사해 준다면, 단 0.01도 정도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지만, 혜성은 판지아국의 내륙을 벗어나 플로리다 해안과 판지아국 사이의 바다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인터뷰는 잘 나왔군.

스캇은 가상현실 마스크를 벗었다.

-대통령 지지도도 5%나 상향했습니다. 이제 다음 노선으로 옮겨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보좌관이 말했다.

스캇은 4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위한 노력도 시작해야했다.

-좋아.

-그럼 결정하신 겁니까? 유크로니아를…….

-사유화하는 것?

-저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공유화를 위해 보다 안정적인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죠.

문을 열고 들어온 퍼스트이자 해리가 말했다. 그녀는 수트 차림이었지만 약간의 화장을 하고 있어서 여성적인 느낌이 들었다. 지난 몇 달 동안의 극적인 드라마는 그녀가 의도한 시나리오였지만, 그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절묘했다. 스캇과의 암묵적인 밀약 속에 세이무어가 자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용인했다. 스캇의 입장에서도 유크로니아를 각종 자금과 배후 정치세력들을 이용하여 조정하면서 자신을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부통령 세이무어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녀와의 비밀스러운 약속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스캇이 걸려든 것 같았다. 무리하게 유크로니아 콘서트 장에서 미국의 국익과 배치될 수도 있는 발언을 하였고, 실제로 혜성이 접근하는 궤도에 대한 계산이 플로리다에 가깝게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으로 나왔을 때 세이무어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며 ICBM을 발사해 플로리다를 빗겨나가 다른 나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조기에 개입하자는 주장을 하며 대통령인 스캇과 각을 세웠다. 유크로니아와의 약속 때문에 이러한 세이무어의 입장에 대해 반기를 들수 밖에 없었던 스캇에 대해 세이무어가 탄핵을 발의하고 그대로 대통령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때는 정말 위험한 것 같았죠?

해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랬지. 대책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난 아무것도 몰랐으니 …

스캇이 웃으며 말했다. 항상 진지한 표정만 보여주던 스캇에게서 쉽게 보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유크로니아와의 전 컴퓨팅 자원과 전 세계의 천문연구소들의 관측치들을 동원해 미국의 계산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ICBM으로 비교적 안전한 궤도로 비켜가는 정확한 발사시점과 위치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어. 그 덕분에 당신도 이렇게 자유롭게 풀려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고, 진짜로 혜성이 떨어져서 재앙이 닥칠 수도 있었던 약소국들도 구하고, 세이무어까지 정치적으로 실각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새로운 세계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전 세계가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유토피아를 이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죠. 이번에 보셨잖아요? 미국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전 세계의 컴퓨터 자원들과 데이터를 모아서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일 때 진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

이틀 뒤, 플로리다 해안에서 먼 바다에 혜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려고 수 많은 관광객들이 차들 타고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 유크로니아 상징으로 뱃지나, 현수막, 머리장식을 하고 클랙션을 울려댔다. 지구를 지켜준다며 경찰 역할을 하던 미국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외국인들도 이런 광경을 응원했다. 약소국이 받을 어마어마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대국이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뿐이었지만 이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80년대에 아프리카를 돕자며 전세계 대스타들이 모인 이후로, 가장 효과가 큰 이슈였다. 스타들도 모두 유크로니아 상징을 들고 SNS를 달궜다.

판지아국의 대통령을 설득해서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그 나라를 탈출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플로리다 지역의 의원들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었다. 그들은 플로리다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적인 압력을 가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지역 주민들의 대다수는 미국이 ICBM을 발사해 판지아국에 대한 혜성의 직격을 피하고, 플로리다 천킬로미터 먼 바다에 혜성이 떨어지고 약간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했다.

-우리는 평생 증명해왔습니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생활 에티켓을 지켰고, 캘리포니아 주민이 되기 위해 매일 법을 지켜왔습니다. 우리가 지구촌의 구성원이고 좋은 사람임을 증명할 기회를 뺏는 것은 부당합니다.

플로리다 의회의 벽에는 이런 벽보가 붙었다.

‘좋은 사람임을 증명할 기회를 줘!’라는 표어를 든 이들이 콘서트 장에도 많았다.

-이제 미국 대선에서 이제 좀 신경 끄셔도 되지 않나요? 차기 대선까지 관여하시게요?

T리가 갑자기 콘서트 도중에 말했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고요? 누군지 아시잖아요. 미국 대통령이 아니지만 대통령같기도 하고, 남자이지만 여자같기도하고, 유크로니아의 후원자이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누구죠? 불러보세요.

그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해리 길모어, 해리 길모어!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36화_궤도수정
35화_권력은 서로 모인다
SE4_유크로니아호 미국 입항까지 있었던 일들
34화_”Come Together, Join the Party”
33화_유크로니아 평화로운 우주 문제 합의체
32화_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판
31화_”스캇 물러나고 세이무어 돌아오라”
30화_“유크로니아 혁명이 진짜 있었기에”
29화_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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