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38] 비밀스러운 홀로덱

38화: 증거들

등록 : 2019년 8월 16일 10:12 | 수정 : 2019년 8월 16일 10:13

일러스트=김태권

지난 줄거리

이 년 전. 게임월드로 출발한 유크로니아 플랫폼은 출시 이후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일 년이 지나면서 이상 신호들이 여기 저기에서 감지된다. 유크로니아 플랫폼을 창시한 원로회 주요 멤버인 마훌은 살해되었고, 여러 가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거대한 해상도시 유크로니아호가 출항한다. 격랑의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의 시기, 유크로니아의 블랙존은 “Yes, We Enage” 프로그램을 통해 막강한 사이버 정치권력을 쥐게 되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캇의 대통령 선거를 지원한다. 우여곡절 끝에 스캇은 T리의 증강현실 공연장에서 엄청난 약속을 하고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마침내 2028년 4월 1일 유크로니아는 독립선언을 하고, 4월 15일 미국에 입항을 요청한다. 미국에 입항한 퍼스트의 정체는 놀랍게도 미국 대통령 스캇의 보좌관이었던 해리였음이 밝혀지고, 그는 바로 미국 정부에 의해 체포된다. 시시각각 다가오던 혜성의 충돌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한 약속을 했던 스캇은 유크로니아와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세이무어를 축출하고 미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의 지지를 같이 얻게 된다.

-내가 아니라 해리에게 화살이 갈 줄은 몰랐는데. 내 정치적 정체성을 알고자 하면 대비책들이 있어. 하지만 해리의 정치적 정체성을 묻는다면 위험해.

스캇이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해리가 말했다.

-바로 그게 문제요. 당신은 자신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당신이 문제적 인간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고, 이걸 상대가 이용할거에요.

스캇이 말했다.

-상대라뇨. 설마 유크로니아의 4명의 멤버들이 나를 반대할 거라는 뜻이에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하는 군요.

-그들에게 좋지 않은 일은 내가 허락하지 않을테니까요.

퍼스트가 말했다. 어떻게 모으고 키운 4명인데.

*

-퍼스트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수족? 동업자?

세라가 말했다.

-혈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아성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민이 물었다.

-기억나? 세라가 준 가문의 일기를 보면서 지난 몇 달간 너희들의 가문도 조사했어. 유크로니아상에서 공개적으로 물었지. 자, 여기 그 결과야. 내가 좌표를 줄테니 모두 들어와 봐.

아성이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아성이 지정한 좌표에 접속하자 유크로니아에 만든 비밀스러운 홀로덱(Holodeck)이 나타났다. 스타트렉의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방의 이름을 딴 홀로덱에 아성이 그 동안 모아둔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세종대왕의 서진이 가장 먼저보였다. 그 서진을 클릭하자 수많은 기록들이 나왔다. 유크로니아 문양이 새겨진 그 서진은 유럽과 아시아의 곳곳에서 시대별로 나왔다. 서신과 그림, 그리고 지도에까지.

-난 우리 가문에 대해서 잘 몰랐어. 가문이라는게 있는지도 몰랐지. 하지만 유크로니아에 공개하니 몰랐던 사실들이 한꺼번에 나오더군.

일단 나는 명나라 때 전 세계를 탐험한 정화가 우리 조상이거나 혈족일 가능성이 있더군. 그리고 그 분의 제자가 1435년에 세종대왕에게 그 서진을 건넸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어.

-미안하지만 우리 조상은 세종대왕이 아니야.

민이 말했다.

-박팽년이야. 세종대왕의 서진이 전해진 곳은. 그리고 이 계보를 봐봐. 서진의 문양이 나오는 서신들을 살펴보면 박팽년이 자신의 제자에게 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 중에 너희 조상이 있어. 박팽년의 제자 중에 너희 조상인 조선시대 영의정 한선주가 있지.

유크로니아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아성은 계속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갔다. 나머지도 따라갔다.

그들은 세종대왕에서부터 정화, 헨리 6세, 메디치 가문까지 그 여정을 계속해갔다.
가문의 연결은 기본적으로 핏줄에 의한 연결만이 아닌 가문의 상징인 서진을 가장 신뢰하는 가족 또는 제자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후대가 연결되는 것으로 보였다.

-세계 여행에다가 시간여행까지 하는 기분인데. 그런데 어지러워. 좀 정리좀 해주면 안돼?

일정 때문에 늦은 T리가 소리쳤다.

-내가 정리한 파일이 있어. 우선 민. 너부터 보여줄게.

아성이 말했다. 화면에 글자가 떴다.

세종대왕 (1397~1450) → 민

우리가 아는 세종대왕은 아시다시피 이런 인물이지.

세종은 정인지, 정초, 이천, 장영실 등에게 명하여 천문 관기구인 간의(簡儀), 혼천의, 혼상(渾象),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1437년. 천문 기구 겸 시계),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물시계인 자격루, 누호(漏壺) 등 백성들의 생활과 농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과학 기구를 발명하게 하였다.

1443년 ―조선에 고유 문자가 없음을 개탄한 세종은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 정인지, 정창손, 이개 등의 집현전 학사들에게 명하여 언어를 연구하게 된다. (훈민정음은 1446년에 반포)

-하지만 유크로니아상에서 조사한 바로는 역사상에서 보여지지 않는 기록이 있어.

아성이 말했다.

<세종대왕과 유크로니아>

1435년 정화의 수제자의 방문을 받고, 메디치의 전 세계를 연결하는 유크로니아 계획을 전해 듣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기 시작. 모두에게 비밀이었던 세종의 유크로니아 계획은 집현전 주요 학자 중 사육신 중 유일하게 후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박팽년에게 비밀리에 전해지고, 박팽년도 이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수제자에게 서진과 함께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나갔다고 보여짐.

-우리 아버지도 유크로니아라고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에 선비들 사이에 낭만적 천상세계에 대한 가설이 떠돌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어. 세종대왕도 거론이 되었고.

민이 말했다.

-나와 스캇은 이렇지

정화 (1371년~ 1434년) → 아성

정화의 마지막 원정은 1433년 이슬람의 성지 메카까지 간 것으로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음. 이 때 코시모 데 메디치의 전령으로부터 유크로니아 계획을 전해듣고 자신의 수제자에게 서진을 넘기고 일종의 연락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함. 이 때부터 계승자가 전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을 찾아서 코시모 데 메디치와 연결을 함. 세종대왕도 정화의 수제자가 만나고 연결

헨리 6세 (1421 ~ 1471) → 스캇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막바지 마지막 영국의 왕. 어린 나이에 왕이 되지만, 프랑스에게 100년 전쟁에 패하면서 (이때 잔다르크가 엄청난 일을 함) 프랑스 샤를 7세에게 프랑스에 있던 영국 땅을 모두 빼앗기는 등 수난을 겪은 왕으로 기록.

이 시기 메디치 가문이 접촉해 오면서, 새롭게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 캠브리지 대학의 단과 대학 중 하나인 킹스칼리지와 영국 최고의 명문 사립 칼리지인 이튼칼리지를 설립 (1441/1440년). 비록 유약하고 무능했고, 정신적인 문제도 많이 일으킨 왕이었지만, 정신이 맑은 젊은 청년 시절 메디치가와의 만남을 통해 미래를 위해 킹스칼리지와 이튼칼리지를 설립한다. 특히 이튼 칼리지는 가난한 학생들이 이후 킹스칼리지 등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선학교의 개념으로 설립되었으며 최초 70명의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튼의 초대 학장인 윌리엄 웨인플레트(William Waynflete)에게 서진을 넘겼는데, 그는 이후 윈체스터 주교와 잉글랜드 추기경을 지내고, 옥스포드 마그달렌 칼리지 설립자가 되기도 함. 이후 그가 가장 아꼈던 제자들에게 서진을 넘기는 전통을 가졌으나, 스캇의 먼 조상이 청교도가 되면서 청교도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영국에서의 화려했던 역사는 종료되고 가문의 가보와 일부 이야기만 넘겨주게 됨.

-가장 재미있는 것은 메디치 가문이야.

아성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코시모 데 메디치 (1389~1464) → 퍼스트/세라

메디치 가문의 당주. 피렌체의 영주이자 르네상스를 꽃 피우게 한 주인공. 모든 것의 시작은 세종대왕과 코시모 데 메디치 사이의 전 세계의 평화와 문화를 위한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그는 은행가로서 유럽 은행시스템의 시조이기도 하다. 그의 계승자들이 스위스 비밀은행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주요한 재산과 보물들을 보호하고 조직하는 수호가문이 시작되었다고 보여짐. 주요 멤버는 세라 가문의 조상들과 마휼의 조상 등.

그는 학자들을 유럽과 비잔틴 제국에 보내어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그래서 보석이나 돈보다 귀한 보물들인 고문서를 수집하도록 했다. 실제로 코시모는 고문서 수집에 돈을 아끼지 않았으며, 매각을 거부하면 글을 베끼게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였다. 이렇게 해서 수집된 고문서들은 45명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옮겨쓰게 하였으며,1443년 산 마르코 수도원안에 메디치 가문 도서관(라틴어: Bibliotecha Mediceana Laurenzians)도서관을 만들어 보관하였다. 메디치 가문 도서관은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의 창고였으므로 인문주의의 꽃인 르네상스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세라의 경우는 더 확실해. 가문의 일기가 남아있어서 증거가 정말 많아. 퍼스트와도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

-유크로니아 혁명정신이 대대로 내려왔다는 거야?

-혈족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고 대대로 전해진 것은 맞는 것같아. 서로 연락하기도 했고.

-하지만 우리들은 서로 연락 안했잖아. 퍼스트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연락했지. 유크로니아의 계보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고.

-왜 그랬을까?. 퍼스트는 왜 우리에게 유크로니아 정신에 대해 먼저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 조상들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을까. 여기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퍼스트와 유크로니아의 뒤에 있는 원로들과 원로가문들 사이에도 그냥 우리가 원래 생각했던 것 같은 그런 순수한 이상으로만 엮인 관계 같지가 않아. 이번에 스캇과 미국에서 벌인 입국소동과 지난 번 미국대선, 혜성충돌 사건도 그렇고 … 너무 이상해!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37화_‘좋은 사람임을 증명할 기회를 줘!’
36화_궤도수정
35화_권력은 서로 모인다
SE4_유크로니아호 미국 입항까지 있었던 일들
34화_”Come Together, Join the Party”
33화_유크로니아 평화로운 우주 문제 합의체
32화_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판
31화_”스캇 물러나고 세이무어 돌아오라”
30화_“유크로니아 혁명이 진짜 있었기에”
29화_인게이지 프로그램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합
28화_신문과 SNS의 시대는 끝나고
27화_500년 전에 만들어진 장점
26화_퍼스트의 정체
25화_유크로니아 독립선언서
24화_새로운 정치의 서막
23화_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는 해시전쟁
22화_집사장의 죽음과 유크로니아의 보물
21화_하드포크 폭풍 전야
20화_테스의 출국
19화_ 마리 이야기, 그리고 현우의 행방
18화_슈테나 성 경매와 현우의 메시지
17화_베를루스국의 슈테나 성은 팔리게 될까
16화_마침내 공개된 퀘스트를 풀어라
15화_제네시스 블록 퀘스트 공개 논쟁
14화_제네시스 블록의 비밀
13화_탈중앙화 거래소의 소스코드
12화_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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