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X 비트코인 선물 불발 사태의 교훈: ‘예상밖의 결과’

등록 : 2019년 8월 22일 13:00 | 수정 : 2019년 8월 22일 10:07

Derivatives Drama: The Unintended Consequences of Crypto Regulation

출처=셔터스톡

이달 초 레저X(LedgerX)의 비트코인 선물상품 출시를 둘러싸고 일어난 소란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먼저 규제 당국에 무언가를 승인받으려 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레저X가 현물 인도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한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담당 규제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상품 출시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출시는 연기되었다.

라이선스 발급 절차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워낙 성격이 복잡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현물 정산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은 전통적인 선물상품보다 훨씬 복잡하다.) “허가를 기다리는 대신 일단 일을 저질러놓고 나서 용서를 구하는” 방식은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또 다른 교훈은 궁극적으로 시장 구조를 결정하는 규제의 역할과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한 것이다.

 

스왑과 선물

규제는 새로운 금융 상품의 채택을 장려하거나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레저X의 경우를 보면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스왑과 선물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장벽이다.

레저X의 CEO 폴 차우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스왑 거래와 선물계약을 나누는 건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라고 보면 된다.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헤징이나 투기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고 투자자가 받는 결과도 비슷하지만, 규제기관은 둘을 전혀 다른 상품으로 취급한다.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의미부터 살펴보자. ‘선물(futures)’이란 무언가를 미래의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에 거래하겠다는 약속이다. 반면 ‘스왑(swap)’은 현금 흐름(cash flow)을 교환한다는 약속이다.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설명해보면 스왑은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변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특정 시점에 약속한 금액을 주겠다는 약속”이 된다.

규정은 다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 선물과 스왑의 거래는 같다. 그러나 두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전혀 다르다. 선물은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표준화된 상품이다. 반면 스왑은 두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맺는 양자 계약이다. 스왑은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리스크의 규모가 드러날 때까지 비공개 시장에서 비상장으로 거래되었다. 각종 의무사항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거래상대방이 약속을 파기할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뒤 미국 의회는 2010년에 도드-프랭크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은 대부분 스왑 거래를 표준화 모델에 따라 중앙의 중개인이 청산하도록 의무화했다. 투명성을 제고하고 거래상대방 위험을 포함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유동성은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비용 문제로 인해 스왑 상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밀물과 썰물

중앙에서 청산하는 금융 스왑은 보통 선물보다 훨씬 마진이 높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청산소가 추가로 지는 부담을 보상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선물 거래자는 선물거래 중개회사(FCM, futures commission merchant)가 적격거래소(DCM, designated contract market)에 거래를 등록할 것을 요구한다. 적격거래소에서 거래가 체결되면 청산은 청산소에서 맡는다. 이때 FCM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금과 DCM에 보관된 마진이 완충 작용을 한다.

스왑은 FCM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거래자는 대개 스왑거래기관(SEF, swap execution facility)에서 직접 계약을 맺는다. 이후 계약은 청산소로 넘어간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때 완충 장치가 적다면 리스크가 더 크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필요한 마진이 더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모든 조건이 같을 수는 없다. 어떤 스왑 계약은 선물 계약보다 유동성이 더 높을 때도 있다. 따라서 스왑보다 선물에 더 특혜를 주는 듯한 불공평한 규칙을 수정하자는 압박이 상당하다.

스왑은 거의 배타적인 기관 상품인 반면 선물은 개인 투자자들도 거래할 수 있다. 대부분 금융 규제는 기관이 추가 리스크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가정하에 운영된다. 특정 상품에 부과하는 비용을 높여 다른 상품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규제가 그러하듯, 고려해야 할 다른 사항이 무수히 많고 사각지대와 예외적인 경우도 많아 변호사들은 늘 분주하다.

요점은 금융 시장의 규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선물에 비해 스왑의 비용이 높기 때문에 “스왑의 선물화”가 진행되었다. 스왑의 선물화란 스왑이 선물에 통합되어 선물처럼 낮은 마진 요건으로 거래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SEF보다 DCM이 스왑을 취급하기가 오히려 유리해졌다. SEF는 선물을 거래할 수 없어 차익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이를 두고 리스크를 완화하는 대신 재분배했을 뿐이라고 불평한다. 이는 산업이 다변화하는 데 방해물로도 작용한다.

 

예상치 못했던 일

지금 하는 이야기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반 파생상품에 관한 것이다. 비트코인 스왑과 선물은 전통적인 상품보다 훨씬 더 마진 요건이 높다(현금 정산 비트코인 선물의 유지보수 마진은 40%인 반면 금 선물은 3%). 규제 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 상품을 거래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변동성 자체가 워낙 높아 추가로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한 가지 자산을 당국이 어떻게 분류하고 규제하는지 일련의 결정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규제기관은 또한, 지금 당장의 결과뿐 아니라 규제로 인해 어떤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레저X의 경우 규제기관이나 서비스 제공자들이 희망하지 않았던 구조적 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CFTC는 레저X의 청산 라이선스에 더 주의를 주고자 청산소들이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자산 청산소에는 추가로 진입장벽이 생겨나고 운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면 리스크는 오히려 높아지고 의도치 않게 원래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레저X가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판매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규제기관은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이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규제 당국이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또는 레저X가 다른 경쟁사에 추월당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더 든든한 후원자를 보유한 에리스X(ErisX)와 백트(Bakkt)도 현물 인도 방식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선택지가 많으면 전반적으로 리스크는 줄어든다.

 

엔드게임

레저X의 폴 차우는 CFTC가 심사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CFTC를 상대로 한 소송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에 블룸버그가 금융 스왑과 선물에 ‘불공정한’ 추가 마진 요건이 붙고 이것이 SEF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CFTC에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CFTC의 손을 들어주었다.

나는 변호사도 아니고 규제 담당자도 아니지만, 차우가 말한 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똑같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CFTC가 다른 상품에 비해 한 상품에 더 많은 특혜를 주기 때문에 사업 모델 자체가 위험해졌다는 주장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레저X는 이미 기관투자자에 스왑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승인이 연기되면서 선물과 옵션을 포함하고 개인투자자까지 포괄하려는 계획에 지장이 생겼다.

이번 결정을 두고 CFTC를 반 암호화폐 기관이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 곧 CFTC를 떠나는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꿰뚫어 본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의 파문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다. 누가 시장을 선점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물 인도 방식 비트코인 선물이 출시되면 시장이 기다려온 형식의 대안적인 헤징 메커니즘이 생겨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산업을 한 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여기에 이번에 얻은 교훈을 활용하면 산업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편 우리는 규제기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잠재적인 결과와 숨은 메시지를 잘 찾아보아야 한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잘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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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