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미래의 화폐 전쟁

등록 : 2019년 8월 22일 10:00 | 수정 : 2019년 8월 22일 09:28

Central Banks, Stablecoins and the Looming War of Currencies

출처=셔터스톡

다수의 법정통화에 동시에 연동돼 그 가치가 일정하고 언제든지 법정통화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겠다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그동안 암호화폐 업계 안에서만 거론되던 ‘스테이블코인’의 개념을 사회 전반에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

각국 정부, 금융계, 그리고 재계를 중심으로 리브라에 관해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논의가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앞으로도 전 세계에는 수많은 스테이블코인이 쏟아져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특히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아시아 지역은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러 스테이블코인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상당히 기대되면서도 두려운 전망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트업과 은행, 테크 기업들이 이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가장 돋보이는 경쟁자는 단연 중국 정부다.

중국 인민은행이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굳이 따지자면 스테이블코인은 아니다. 중국의 법정화폐 위안화의 가치에 연동되는 것을 넘어서서 위안화 자체가 디지털 형태로 바뀌어 발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이 이처럼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면 다른 정부나 민간 기관들도 그 뒤를 이어 기존 법정통화를 디지털 형태로 바꾸거나, 아예 디지털 형태로 된 새로운 종류의 법정통화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계약이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겪게 되는 가장 오래되고 큰 문제점 중 하나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공급망이나 송금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때 겪는 문제 중 하나는 결제 과정에서 나타난다. 결제 업무를 처리하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하나는 비트코인처럼 아직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 환경을 아예 벗어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결제를 처리하면 절차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 만약 여기서 미국 달러처럼 이미 폭넓게 이용되는 법정화폐에 스마트계약 기술을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 상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전에 없던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가장 먼저 이 도전에 나서게 되면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다른 나라들은 앞다투어 중국 정부의 뒤를 쫓을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참여하는 65개 국가를 중심으로 위안화의 힘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동안 국제 무역의 주요 매개체로 꾸준히 신뢰받던 달러가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한 수입회사와 중국의 수출회사가 스마트계약과 아토믹 스왑(atomic swap)을 통해 디지털 형태의 위안화와 루블화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위험을 제거한다면 달러는 사실상 필요가 없어진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China Daily)가 중국 정부의 CBDC 개발 사업에 대해 보도하기 바로 며칠 전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총재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태도를 갑작스럽게 바꿨다. 그동안 줄곧 디지털 화폐의 가치를 부인해오던 그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시간 문제”라고 말한 것이다.

이미 태국 등 아시아의 몇몇 중앙은행들은 은행 간 송금을 디지털 화폐로 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CBDC 발행으로 국민에 대한 국가의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그 어느 기업이나 개인도 자신의 지출 내역을 자국 정부나 외국 정부가 들여다보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닌 민간의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의 리브라보다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한다면, 그러한 코인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기로 했다면 중앙은행의 법정통화에 연동되는 코인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을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법정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테더토큰(USDT)이 한때 시장을 주도한 적이 있다. 이후 테더의 예치금에 대한 관리 부실 의혹이 불거지면서 제미니달러(GUSD), 팩소스 표준달러(PAX), 코인베이스의 US달러코인(USDC) 등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 기관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중에서는 이더리움 기술을 토대로 달러 단위를 사용하는 메이커다오(MakerDAO)의 DAI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DAI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계약을 통한 담보부 이더(ETH) 대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제3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법정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을 전액 바꿀 수 있는 예치금을 법정통화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해줄 기관이 개입해야 한다. 다만 DAI처럼 알고리듬에 의존하는 스테이블코인도 초단타 매매 봇에 의해 조작될 위험이 있다. 아울러 이더리움 자체의 확장성 문제와 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변동성 높은 이더 대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 역시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발행된 트레이드블록(Tradeblock)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올해 2분기 민간 부문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벤모(Venmo)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만큼 급증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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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