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컬노트] 8월 27일 워싱턴브리핑

등록 : 2019년 8월 27일 16:00 | 수정 : 2019년 9월 18일 18:12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리브라에 관해 조용한 8월의 워싱턴

미국 의회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에 관해 세 차례나 청문회를 열었다. 주무 부처라 할 수 있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인 연준 의장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상화폐를 언급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지난달에 일어났다. 그토록 많은 관심이 쏠렸던 7월에 비해 8월에는 왜 아무런 이야기도 없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래 워싱턴 정가의 8월은 휴지기다. 회기가 없는 8월은 의원들에게 지역구를 챙기는 달이다. 의회가 문을 닫으니 위원회도 모이지 않고 법안에 대한 논의와 심사, 의결도 이뤄지지 않는다. 원래 8월은 그래서 정치 뉴스도 많지 않다. (이달 워싱턴발 정치 뉴스가 예년에 비해 많았던 이유는 내년 대선 때문이었다.)

 

단풍 들면 달라질까…

여름이 끝나면 우선 의회가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검토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안에 의회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 하반기부터 워싱턴은 사실상 ‘선거 모드’에 돌입할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의원들의 관심은 자기 의석 지키기와 의회의 구도, 대선의 향배 등에 쏠릴 것이다. 입법 활동을 하더라도 굳이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를 만일의 역효과를 무릅쓰고 건드리는 의원은 없을 것이다.

상원이든 하원이든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발의될 수는 있다. 다만 의회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안을 절대로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지난 23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민주, 캘리포니아) 위원장은 하반기에도 “페이스북의 자회사 칼리브라(Calibra)가 개발 중인 디지털 지갑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리브라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재무부나 소비자원,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워터스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원들은 리브라연합의 법인 소재지인 스위스 규제 당국 관계자들과도 만났다. 하지만 25일 워터스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우려는 그대로 남았다.

“스위스를 방문해 규제 당국과 만났지만, 페이스북이 전 세계 통용되는 대안 화폐를 개발해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허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기존의 의구심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의회가 가상화폐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양당 모두 리브라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지만, 그렇다고 리브라를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에 관해 의견을 모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설사 두 당의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원래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워터스 위원장이 23일 하반기 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급한 숫자만 보더라도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지금까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발의한 법안은 총 64건이다. 이 가운데 의회를 최종 통과해 법안이 된 것은 단 2건밖에 없었다.


 

암호화폐 관련 법안, 연방 의회보다 주 의회가 훨씬 더 빨라

연방 정부와 규제기관, 특히 의회가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비롯한 가상화폐를 어떻게 규제할지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주 의회들이 연방 의회보다 훨씬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몇몇 주 의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돼 규제기관이 명확한 기준을 근거로 규제를 집행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주의회회의(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 의회 43곳과 워싱턴 D.C. 의회 등 대부분 주 의회가 암호화폐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올해는 주 의회 28곳이 블록체인 기술 규제 법안을 발의했으며, 총 27개 법안 혹은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물론 통과된 법안의 개수만으로 규제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법안이 통과된 주보다 부결됐거나 여전히 심사하고 있는 곳이 더 많다. 대부분 주에서 비슷한 법안이 그 주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방 의회보다 주 의회가 몸집도 작고, 법안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주도 좁다. 마리화나 합법화나 동성결혼 합법화 같은 사안을 보더라도 주 의회는 신속히 법을 통과하고 이를 시행한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연방 정부와 의회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거를 제시해왔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인 연준이 통화정책을 집행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세나 인허가, 거래 수수료 등 여러 방면에서 주 정부와 주 의회가 관여할 여지가 많다.

 

빠르면 발의부터 발효까지 몇 주 만에

암호화폐 회사와 기술 회사들은 주마다 조금씩 다른 규정을 검토해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주 의회는 전반적인 일 처리 속도도 빠르다. 위원회마다 계류된 법안들을 다 합치면 수백~수천 건에 이를 때도 있는 연방 의회와 달리 주 의회에는 밀린 법안이 많아도 수십 건 정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에 따라 법안이 발의된 순간부터 통과될 때까지 불과 몇 주도 채 걸리지 않는 곳도 있다.

주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과 성향도 제각각이다. 암호화폐를 정식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법안만 통과된 주부터 암호화폐 관련 세금 규정을 정한 주, 나아가 좀 더 포괄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는 곳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는 2017년부터 주민을 상대로 영업하는 디지털 거래소에 라이선스를 발급해왔다. 암호화폐를 취급하려면 주가 발행한 라이선스를 보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상화폐 보유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며, 정식 감사를 받고 감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출시 임박한 중국 CBDC, 말 없는 미국 정부의 속내는?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China Daily)는 지난 20일 “인민은행이 곧 자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출시한 이래 중국 정부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출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던 터였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세 차례나 리브라 및 암호화폐 청문회를 열었다. 재무장관, 연준 의장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암호화폐, 디지털 화폐를 언급했다. 미국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이 만드는 가상화폐에 대한 반응은 그에 비하면 너무 조용하다.

미국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암호화폐를 언급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워싱턴 정치권이 최첨단 기술을 재빨리 이해하는 곳은 아니므로 CBDC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중국과 한창 벌이고 있는 무역 분쟁 혹은 무역 협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직 출시가 임박했을 뿐 실제로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으므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나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상을 논의 주제로 삼기 애매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중국 국내용이라서?

사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할 CBDC는 공격적이라기보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중국이 CBDC를 통해 전 세계에 중국 경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 대신 인민은행은 가상화폐가 중국 경제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차단하기 위해 CBDC를 설계했다. 인민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는 예치금을 통해 가치를 담보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 가상화폐와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데 어폐가 있다.

 

리브라 vs 인민은행 CBDC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를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는 미국 의회와 정부가 당장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시작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거의 모든 미국인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거대한 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은 미국 시장과 금융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리브라의 출시와 초기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리브라연합은 스위스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창립회원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거나 미국에서 주요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다. 리브라의 개념과 구상 하나하나에 워싱턴 규제 당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워싱턴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중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모든 초점은 최근 불거진 무역 분쟁에 맞춰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반중 정서가 강화됐고, 의회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의회는 농업부터 운수 산업까지 다양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한다.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사업에 제동을 걸거나 무역 관세를 올리고, 중국인에게 경제 제재를 발동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인민은행의 CBDC를 논의하게 된다면, 그 결과로 나오는 정책은 CBDC에 호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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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